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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고온천 야경
도고온천 야경 ⓒ 이상기

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 일행은 호텔의 유카타를 입고 도고온천가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본관으로 향한다. 16명의 가족 중 사정상 4명이 빠지고 12명이 도고온천 앞에 섰다. 할머니와 대고모 그리고 고모 세 분도 아주 즐거운 표정이다. 밤이 되어 기온이 내려간 데다 태풍까지 불어 시원하기까지 하다.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져 약 1시간 정도 목욕을 한 다음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우리들은 먼저 매표소에 가 표를 끊는다. 표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이다. 1층의 대중탕 카미노유(神の湯)만 이용하면 400¥, 2층의 카미노유를 이용하면 800¥이다. 2층의 카미노유에서는 도고 유카타가 제공되고 라운지에 앉아 센베이 과자를 먹으며 차를 마실 수 있다. 2층의 타마노유(靈の湯)를 이용하면 가격이 1200¥인데 두어 가지 부가 서비스가 더 제공된다.

 1층 카미노유 입구의 푸른 장막
1층 카미노유 입구의 푸른 장막 ⓒ 이상기

우리는 유카타도 입고 왔고, 차를 마시며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어 1층 카미노유를 이용하기로 한다. 카미노유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 대중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옷을 벗어 놓는 함이 있고, 그 앞에 다다미가 깔린 공간이 있다. 탕으로 들어가려면 바깥 투명 유리창을 지나 안 불투명 유리창을 열어야 한다. 유리창 위에는 서욕실(西浴室)이라고 쓰여 있다. 다시 자세히 보니 그 오른 쪽에는 동욕실이라는 작은 현판이 보인다.

 탕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미닫이문: 서욕실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탕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미닫이문: 서욕실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 이상기

탕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꽤 많다. 가운데 물을 담은 큰 수조가 있고, 주위에 수도 시설이 되어 있어 샤워를 할 수 있다. 샤워를 하려고 앉아 벽쪽을 보니 ‘신의탕 원 온천이 생겨나게 된 자취(神の湯源泉跡)’이라는 제목과 설명이 적혀 있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는 수조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이 세워져 있다. 미륵부처가 현세의 작은 부처를 가슴에 안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조각 양 옆으로 한자로 다음과 같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정오위일하부…(正五位日下部…)’.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세 번 탕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는 정도는 알 수가 있다. 그 설명에 따라 세 번 탕에 들어가서는 도고온천의 진수를 만끽해 본다.

 욕실로 가는 통로의 모습
욕실로 가는 통로의 모습 ⓒ 이상기

탕을 나오면서 좌우를 살펴보았지만 보통의 온천과 크게 다른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우리처럼 유카타를 입은 사람도 있고 또 평상복을 입은 사람도 있다. 문을 나서면서 유명한 곳이니 한 번 더 안을 들여다본다. 더운 곳에 있다 밖에 나오니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한여름 밤의 태풍 바람이 오히려 고맙게 느껴진다.

여자들이 아직 나오지 않아 나는 도고온천 본관의 야경을 사진에 담는다. 플래시를 터뜨리니 광량이 적고, 플래시 없이 찍으니 선명도가 좀 떨어진다. 그렇지만 본관의 분위기는 은은하면서도 뭔가 영적이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우리는 도고온천가 야경을 구경한다. 유카타를 입고 시장을 다니는 게 쑥스럽기도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것이 허용된다고 하니 괜찮다.

 유카타를 입고 바구니를 들고 가족들이 도고온천 앞에 섰다.
유카타를 입고 바구니를 들고 가족들이 도고온천 앞에 섰다. ⓒ 이상기


봇장 요술시계의 야경을 보고는 음료수와 맥주 정도를 사 가지고 다시 도고온천 본관 앞으로 간다. 조금 있다 여자들이 나와 유카타를 입고 단체 사진을 찍는다. 정말 두고두고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진이다. 도고온천 본관 앞에서 목욕옷인 유카타를 입고 즐겁게 웃는 사진이라니.

 목욕용 타월을 넣게 되어 있는 바구니
목욕용 타월을 넣게 되어 있는 바구니 ⓒ 이상기

사진을 찍고 나자 둘째 숙부께서 갑자기 술이나 한잔 하고 들어가자고 제안을 한다. 그래서 여동생이 어른들 세 분을 모시고 셔틀버스로 호텔로 가고 나머지 8명이 가까운 술집으로 간다.

8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젊은 손녀들을 데리고 하는  주점같았다. 이곳에서 우리는 생맥주를 두세 순배 돌린다. 안주라야 오징어 덴뿌라, 콩 삶은 것 등이었지만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린다. 목욕을 했기 때문인지 맥주 맛이 더 시원하다. 오늘 밤 태풍이 이 지역을 지나간다고 야단인데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잊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든다.

 밤에 본 봇장 시계: 신비한 느낌을 준다.
밤에 본 봇장 시계: 신비한 느낌을 준다. ⓒ 이상기

덧붙이는 글 | 일본 최고(最古)의 온천 도고온천 본관 목욕체험이다. 대중탕인 타미노유에서의 목욕은 무슨 의식처럼 엄숙한 느낌이다. 온천 후 바라본 도고온천 본관의 야경은 카미노유답게 신성해 보인다.



#도고온천#유카타#카미노유#도고온천가#셔틀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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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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