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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신당 이기우 의원
민주신당 이기우 의원 ⓒ 여의도통신 한승호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 구제법안이 의료계를 달구고 있다.

의료 분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 절감을 취지로 한 법안에 대해 의사협회는 "법안 명칭부터 의료인을 가해자로 규정한 악의적 법률"로 "국회 본회의 통과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최근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을 놓고 정부와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의료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기존 환자에서 의사로 전환한 것이다. 의사협회는 "중증 환자 진료를 기피하거나 방어진료를 위해 불필요한 검사까지 과도하게 시행할 수 있다"며 환자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 우려한다. 반드시 조정을 거치지 않고도 소송으로 갈 수 있도록 한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에 대해서도 "사실상 조정 기구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법의 존재 의미를 무색케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법안에 새로 명시된 조정 기구는 '의료사고 피해 구제위원회(아래 '구제위')'다. 구제위 핵심 기능은 소송 전 단계에서 의료 분쟁을 구제·조정하는 것으로, 언론중재위원회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물론 현재도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있다. 문제는 이 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이다. 국회 의료사고피해구제법 검토 보고서를 보면, 1982년부터 2000년까지 조정 건수가 단 3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법안의 성패는 '의료사고 입증 책임 전환'보다는 오히려 '구제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의료심사조정위원회와 얼마나 다르고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핵심이다.

"소송은 국민의 고유한 권한"

이에 대해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의 주요 내용을 발의한 대통합민주신당 이기우 의원은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과실 입증 책임이 있는 의사가 구제위의 진료 기록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재판에 불리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강제성을 띠게 될 것"이라며 기존 의료심사조정위원회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법안 실효성을 위해 '의료사고 입증 책임 전환'은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이 의원은 "소송으로 가면 어차피 모든 기록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기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의료인에게는 필요적 조정 전치주의나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나 마찬가지"라며 "기본적으로 법치국가에서 소송을 제한할 방법은 없다, 조정을 받지 않고 소송으로 가겠다는 것은 국민의 고유한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으로 오히려 소송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의료 소송은 전문 소송이라 비용이 많이 들고 또한 기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입증 책임이 의사로 바뀐다고 해서 소송이 남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초기에 소송 남발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이번 법안은 입증 전환에 대한 여러 보완책을 갖고 있는 만큼 정착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이 의원은 "의료 환경의 어려움도 이해가 가지만, 환자들의 요구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라면 (의사들도)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현재 의사협회 반응은 과도한 방어"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 본회의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의사협회 입장에 대해서도 "법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는 형태로 가야지, 무작정 저지는 국민들에게 지지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서로가 존중하면서 의료 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재정립 차원"의 입법이라며 "의료사고라는 것이 꼭 의료인이 잘못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닌 만큼, 과실을 입증하라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반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지식이 의료인에게 밖에 없다는 것으로 의료인을 가해자로 몰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의사협회는 이기우 의원 인터뷰에 대한 반론을 서면으로 대신했다. (
관련기사 참조)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이기우 의원
이기우 의원 ⓒ 여의도통신 한승호

- 먼저 개정 취지를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불가항력적으로 생기는 의료사고나 분쟁을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풀어보자는 것이다. 의료 행위라는 자체가 사람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한 영역이기 때문에, 서비스를 주고받는 관계에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의료인이 자신의 입장을 전문적으로 소명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는 기본적으로 소명할 방법이 없지 않나. 그렇다고 환자만 유리하게 하려는 법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의료환경을 정비함으로써, 환자나 가족들의 농성으로 병원 기능이 마비되는 것도 없어져야 한다.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위한 법이라고 본다."

- 불필요한 소송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인가.
"현재 의료 사고와 관련 1만 5천여건 이상의 분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 비용이 3천억 가까이 된다고 한다. 합법적으로 들어간 것만 그렇다.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는 아무 예방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의료인의 억울한 면, 또 환자나 가족들의 억울함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를 없애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사회적 합의를 의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로가 존중하면서 의료서비스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입증 책임 의사에게 있어도 소송 남발되지 않는다"

- 관계 재정립 차원에서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의사에게 전환한 것인가.
"그렇다. 의료 사고라는 것이 꼭 의료인이 잘못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환자의 신체적인 문제라든지 인체 역학 관계 등으로 정상적인 의료행위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 어떻게 의사에게 책임을 묻나. 그러니까 과실에 대해서 입증하라는 것이 아니라, 의료 전반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지식이 의료인에게밖에 없다는 것이다. 의료인을 가해자로 몰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 하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소송이 크게 늘어나고 방어 진료가 조장됨으로써,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의사협회 입장이다.
"의사들이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 의료 소송은 전문 소송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대법원까지 가는데 6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비용도 많이 든다. 입증 책임이 의사로 바뀐다고 해서 소송이 남발된다고 보지 않는다.

또 법안에 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아래 '구제위')라고 하는 조정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독립적인 특수 법인으로 진료 분야별로 전문위원회를 둘 수 있다. 의료인도 들어가고, 변호사, 소비자단체도 들어갈 수 있다. 구제위를 통한 조정으로 대다수 의료분쟁은 걸러질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조정 내용에 동의하지 못할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소송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 언론중재위원회와 비슷한 위상을 말하는가.
"그렇다."

- 얼마 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법안이 제대로만 시행되면 의료사고로 인한 고통에서 의사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제대로'의 핵심은 구제위를 의미하나.
"핵심이다. 상시적으로 의료 사고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상황이다."

- 현재 의료법에 따라 설치된 의료심사조정위원회의 조정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나.
"강제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이해 관계가 상충하는 부분에서 의료인이나 환자 서로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으로 조정 의뢰 건수가 적은 이유다. 또 비상설 기구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끔 회의하는 정도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 의료인이나 환자들이 신뢰를 하지 않는다."

- 그럼 구제위는 강제성을 띠게 되나.
"우선 상설적으로, 준비된 위원회다. 누구든지 이의를 제기하면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상설 기구이기 때문에 의료인에게 자료를 요청하고 투명한 절차를 밟게 된다. 만약 요청이 왔는데,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 그럼 과실 입증 책임이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재판에서 불리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자료 제출에 대한 의무감이 생긴다. 자연스럽게 강제성을 띠게 될 것이다."

"소송은 전문변호사 써야 하므로 쉽지 않다"

- 인적 구성 문제도 중요하게 대두될 것 같다. 환자나 가족들은 '어차피 한 통 속'이라고 보는 경향도 있는데….
"물론 중요하다. 권위 있는 전문의, 그리고 이것이 소송 전 단계이기 때문에, 법의학을 아는 변호사 또 소비자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도 포함될 수 있다. 누가 봐도 사회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하면 그 위원회는 역할을,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이기우 의원
이기우 의원 ⓒ 이정환

- 결국 법안 핵심은 조정 기능 강화로 보인다. 그런데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 반드시 조정을 거치지 않고도 소송으로 갈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법안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 아닌가.
"본인이 감당할 수 있으면 바로 소송으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모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하려면 전문 변호사를 써야 한다. 얼마나 비싸겠나.

또 원인 규명에서부터 피해 보상에 이르는 절차가 대단히 길다. 결코 소송은 간단하지 않다. 중대한 의료 사고가 아닌 경우, 의료인이나 환자 모두 몇 년씩 걸리는 재판을 원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의료 분쟁의 상당 부분은 초기에 상호 이해가 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이런 통로(구제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 재판을 하더라도 의사들의 전문적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적어도 여러 채널을 통해 환자나 가족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자는 것이다.

어차피 의료인들은 소송으로 가면 모든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 기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같은 책임에 있어서는 필요적 조정 전치주의나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나 마찬가지다."

- 그래도 굳이 임의적 조정 전치주의를 택한 이유를 다시 묻는다면?
"기본적으로 법치국가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제한할 방법은 없다. 조정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소송으로 가야 한다. 그것은 국민들의 고유한 권리고, 헌법에 보장된 것이다. 누가 '하라, 마라'할 성격이 아니다. 다만 그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전문적인 조정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법안에서 종합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에 형사 처벌에 대한 특례조항을 뒀다. 의료 사고 중에도 환자가 뒤바뀌어 수술됐다든지, 중과실이 있다. 이에 대해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거나 피해자와 합의되는 경우에 한해 공소 제기를 안 할 수 있게끔 했다. 이것은 의료인들을 꽤, 많이 보호해 준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물론 초창기에 소송 남발이 있을 수 있다. 어느 법이나 제도든 초기 정착 과정은 어렵다. 하지만 이번 법안의 경우는 입증 전환에 대한 여러 보완책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착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의료 환경의 어려움도 이해가 가지만, 환자들의 요구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니라면, (의사들도)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현재 의사협회 반응은 과도한 방어라고 본다."

의사들, 건설적인 대안 내놔야

- 의사 협회에서는 본회의 통과를 강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건설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숭고한 직업의식을 갖고 일하는 분들이 의사다. 이 법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가야지, 무작정 논의가 안 되게 하거나 이렇게 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지지 받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특수 전문 단체가 반대한다고 법이 통과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리적으로, 시대 환경과 맞지 않는 부분에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 모를까. 무작정 저지는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 법률안 검토보고서에는 의료사고라는 용어가 오히려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는 듯한 인상을 줘서 '의료분쟁' 용어 사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던데.
"정서적인 문제다. 꼭 의료사고를 의사에게만 나오는 사고로 보고 가해자로 치부되고 있다, 그렇게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명칭의 문제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의사 선생님들의 자존심 문제, 이런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명칭을 바꿀 수 있다."

- 이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률적 문제를 검토할 것이다. 민법에서는 소를 제기한 사람이 과실을 입증하도록 되어 있다. 이 문제가 법사위에서 쟁점이 될 것 같은데.
"물론 그 원리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의료 사고는 특수 영역이기 때문에, 그 원리가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적인 소견을 의료인말고 누가 낼 수 있겠나. 그 부분(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명확히 하자는 입장이다.

자꾸 논의를 늦추지 말자. 이 문제를 20년 가까이 끌었다.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보완책을 내놓던지, 그런 것이 없지 않나. 이건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다. 갈등을 고스란히 안고 가는 문제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행을 하면서 문제를 보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17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의료사고#의료사고피해구제위원회#의료사고피해구제법#의사협회#이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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