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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사회단체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국의 패권적 요구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한미정상회담에 즈음한 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 사회단체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미국의 패권적 요구를 거부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유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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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이 오는 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담이 열리는 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다. 이 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6자회담과 10월초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회 비준을 비롯한 경제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부시  대통령이 노 대통령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구상과 이를 통한 6자회담 진전 방안을 듣는 건 아주 중요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관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핵심 문제는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는데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느냐"라며 미국은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결정사항들이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이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남북정상회담을 '비핵화회담'으로?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의 모든 결정사항들이 한반도 비핵화에 긍정적이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에 남북정상회담을 종속시키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또한 남북정상회담이 자신들이 추진하는 비핵화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이 비핵화를 앞세우는 본질적 이유는 이 문제를 빌미로 남북정상회담을 일정 범위에서 통제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과정에서 자국의 패권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다. 그 패권적 요구의 핵심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이후에도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는 본질적으로 조미 양국 사이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문제를 다룬다 하더라도 그것은 남북 정상의 독자적 판단에 따를 문제이지 미국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문제를 다룬다면 그것은 남한에 드리워진 미국의 핵우산 제거를 포함한 비핵화가 되어야 한다.

미국, 남북정상회담 성과 따른 패권 붕괴 우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 문제로 제한될 수도 없고,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 남북은 이미 2차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는 것”으로 정리해 놓고 있다.

7천만 겨레는 남북 정상이 제한 없는 논의를 통해 민족 앞에 자주·평화·통일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당연히 자주·평화·통일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어왔던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의 해소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다.

미국이 남북정상회담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이유는 남북의 정상이 한반도의 평화·번영·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합의를 하고 그 합의가 구체화될 경우 한반도에서 자국의 패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거나 붕괴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자국의 패권이 관철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것이고, 남북정상회담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훼손하는 장애물로 등장하는 것을 막으려 하는 것이다.

한미동맹 매달린 굴욕의 5년

‘반미면 어떠냐’면서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5년 동안 일관되게 미국의 불법·부당한 요구를 굴욕적으로 수용해왔다. 이라크 파병 등에서 보는 한미동맹의 침략동맹화 허용, 용산미군기지 이전과 평택미군기지 확장,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침략군화(전략적유연성) 전면 허용, 불법·부당한 주한미군경비지원금(방위비분담금) 부담, 작전통제권의 기만적 환수와 유엔사 강화, 굴욕적인 반환미군기지 환경오염 정화비용 부담과 미군쓰레기탄약(WRSA)폐기 부담 등이 그것이다.

헌법을 위반하고 국가주권을 훼손하며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유린해 온 이 모든 결정들이 종속적이고 침략적인 한미동맹에 매달린 결과다.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선 비핵화, 후 평화체제’의 입장을 고수하다가 한반도 평화체제 흐름이 가시화되자 비로소 ‘비핵화, 평화체제 동시병행’으로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노무현 정권이 기존의 입장을 변화시킨 것은 다행이지만, 이전의 입장이 미국의 패권정책에 속박되어 있었음을 드러내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압력 뿌리치고 ‘우리민족끼리’ 민족문제 풀어야

만약 노무현 대통령이 기왕의 대미 굴욕적 자세를 지속하여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의 부당한 요구와 압력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는 크게 제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및 침략적 한미동맹 해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이 진심으로 민족의 장래를 생각하고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고자 한다면 마치 ‘사전 검열’ 하듯이 남북정상회담에 무도하게 개입하여 자국의 패권적 요구를 관철하려는 부시정권의 행태에 대해 결연히 맞서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의 부당한 압력을 단호히 거부하는 한편,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의 간섭과 통제도 받지 않고 오로지 남북의 합의대로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에 기초하여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혀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유영재 기자는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입니다.



태그:#한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부시, #노무현, #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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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진보를 앞당기기 위해 기자회원이 되었습니다. 저는 주한미군문제,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합니다. 저는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자통협) 사무처장,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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