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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전거 타기란 싸움을 거는 일

‘매일 싸웠다.’
자전거를 타고 미 대륙을 횡단한 자전거 여행 전문가 홍은택씨가 한겨레 신문에 남긴 한 칼럼에서 한 말이다. 평소 자전거 출근을 권하던 그였지만 막상 서울 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홍씨는 느는 것은 자전거 타는 실력이 아니라 욕이었다고 토로했다.

홍씨처럼 자전거를 교통 수단화하려는 노력과는 달리 우리의 자전거는 결국 레저용 자전거에 가깝다. 유럽이나 일본 등에서 자전거가 교통 수단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것과 대조적인 형태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다고는 하나 자전거 도로는 주로 한강 고수부지 내지는 한강의 지류천변에 깔렸을 뿐이다. 서울 시내 자전거 도로는 사실상 없다.

자전거 전용칸 유럽의 기차나 지하철은 자전거 전용칸을 운영하고 있다
▲ 자전거 전용칸 유럽의 기차나 지하철은 자전거 전용칸을 운영하고 있다
ⓒ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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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건거와 연계된 정책이 부족하다는 점. 그 점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이 아닌 레저용 자전거로 만들었다. 자전거의 속력이 보통 시고 10km라는 점을 감안할 때 상계동에서 방화동까지 자전거로 가기란 무리다. 자전거 도로를 깔더라도 효용성이 없는 이유다.

서울보다 규모가 작은 베를린이나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내 주요 도시들은 지하철이나 버스에 자전거 전용칸을 설치해서 자전거와 일반 교통수단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자전거를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게 하여 자전거의 효용을 살리겠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인도에 선만 긋는다고 자전거를 이용하는 인구가 늘지는 않는다. 차도에 별도로 우리의 버스 전용차로처럼 자전거를 보호하는 그들의 시각도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벨리브 시스템은 무상자전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인프라 덕택일까? 프랑스 파리 시 정부가 최근 추진한 벨리브 시스템(무상에 가까운 자전거 대여 정책)은 대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일부에서는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서울시의 버스정류장 설치 작업을 주도한 데코社의 무상 자전거 제공이 컸다고도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성공 이면에는 이러한 자전거 인프라가 있었다. 서울시에서도 파리시의 성공사례를 보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벨리브 시스템을 벤치마킹 한다고 한다. 결과는 미지수다.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0년 0월 0일 A씨는 집 근처 1000원을 내고 자전거를 빌렸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려고 하자,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얌체처럼 갓길 주차를 한 차량이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지하철을 타려고 하니 역무원이 자전거 전용칸 운영은 그저 서류상의 계획이었다며 막는다. 할 수 없이 A씨는 길거리로 나섰다. 자동차 운전자들과 수 차례 싸운 끝에 회사에 도착했다.

지금도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을 홍은택씨와 같은 사람이 다수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전거#벨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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