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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한나라당이 제기한 '청와대 정치공작설'을 들어 이명박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를 검찰에 고소키로 해서 파문과 논란이 일고 있다"고 대부분 언론들이 주요 기사로 다루고 있다. 또 이 고소 건에 대해 한나라당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고, 한마디로 정치테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한나라당의 반응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 등 한나라당과 반대쪽에 서있는 정치권의 반응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이낙연 대변인은 이 고소 건이 "국민의 감각에 맞지 않고, 자칫 대통령 선거 판도를 왜곡할 우려가 있다"며 고소 방침 재고를 요청했고, 민주당의 유종필 대변인은 "이 후보를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이 후보를 키워주는 일"이라며 비판했다.

 

사실 언론들이 열심히 강조하듯이 청와대가 야당 대통령 후보를 검찰에 고소한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마음대로 청와대를 공격해도 되고, 청와대가 야당 대선 후보를 고소하면 안 되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청와대가 부당한 명예훼손을 당했다면 검찰에 고소해서 해결하는 것은 지극히 합법적인 권리다.

 

참으로 이상한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이 참으로 이상하다. 먼저 한나라당을 보자. 청와대의 고소가 '야당탄압'이고 '정치테러'라고 하는데, 그간 한나라당이 주장하던대로 정권의 불법 대선 개입이 만천하가 다 알 정도로 확실하다면 검찰의 수사를 오히려 반겨야 하는 것 아닌가? 만약 검찰도 정부기관이니, 검찰에 대한 불신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특검이라도 동원해서 밝히면 될 것이다.

 

야당 탄압이라는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청와대의 고소는 곧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고,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로 인해 기소가 되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청와대는 한나라당에게 멀쩡히 명예훼손을 당해도 야당을 탄압하지 않기 위해 가만있어야 한다는 것인가?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당의 반응도 해괴하기 짝이 없다.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명예훼손 했다는 말인지, 아니라는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정권 차원의 불법 선거 개입 논란이라는 사건의 본질에도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다만 현 대선 정국에서 자당 후보의 유불리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는 것 같다. 자신들에게만 유리하면 정권의 불법 선거개입이 있든 말든, 한나라당이 청와대를 허위사실로 공격을 하든 말든 상관이 없단 말인가?

 

범여권의 유력후보라는 손학규 후보는 더 가관이다. 이 고소건에 대해 "이명박을 당선시키려 작정을 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청와대를 강력히 비판했다. 정권의 불법 선거 개입이라든가,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야당의 청와대 공격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에게 현재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그런 정도의 작은 셈에만 몰두하나?

 

언론 '격투기 중계식' 태도로 정치적 논란만 촉발시켜

 

언론도 마찬가지다. "선거 판도에 엄청난 파장과 후유증을 남길 수밖에 없다.", "정치공작 논란만 촉발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며 서로간에 날선 발언들만 중계하고 있다. 언론의 이런 '격투기 중계식' 태도가 오히려 정치적 논란을 촉발시키고 있다. 언론조차도 당장 독자의 눈을 끌 선거 판도의 변화에만 주목하고, 사실이 무엇이며 잘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리지 않고 손쉽고 위험 부담이 덜한 양비론적 시각을 지키려 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캠프 대변인이었던 진수희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이 후보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청와대 지시에 의해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정권 차원의 정치공작"이라고 청와대를 명예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었다. 그렇다면 이명박 후보 등 한나라당 지도부의 발언도 충분히 기소될 수 있는 사안이다. 야당의 대통령 후보라도 잘못된 일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청와대나 정부 기관의 선거 개입은 당연히 없어져야 할 낡은 불법적 정치공작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통령과 청와대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사실이 아닌데도 한나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허위사실로써 청와대를 공격한다면 이것 역시 지탄받아야 할 무책임한  정치공작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청와대가 잘못했는지, 한나라당이 안이하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했는지를 검찰 수사를 통해 끝까지 쭉 따져봐야 한다. 이런 낡은 정치 관행들을 다 덮어두고 새로 대통령 뽑으면 뭐 할건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나선 인물들이 낡은 정치 관행을 두고 당장의 유불리만 따지는 모습이 한심하다.


태그:#청와대 고소, #명예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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