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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장 전경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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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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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에 중독된 자에 대한 현행 행형제도, 아무 효과 없다. 논리적으로 뒷받침할 자신 있으니 누구든 와라!"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장 전경수(55) 교수가 '학자의 양심'을 걸었다. 마약 중독자를 의료시설도 없는 일반 교도소에 수용시키는 것이 재발, 재범 방지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가수 전인권(53)씨가 마약 투여 혐의로 구속 수감된 지 일주일째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8월 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구속된 전인권씨는 현재, 구속적부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사진작가인 김중만씨와 가수 이문세, 김장훈씨를 주축으로 한 일부 연예인들은 '전인권 돕기 모금'에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9월 4일, 영화배우 김부선(45)씨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전인권은 환자, 구속해선 안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가 걸린지 세 시간만에 조회수 6000명을 기록할 만큼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전인권 석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이 크게 엇갈렸고, 몇몇 독자들은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요구를 해왔다.

한국의 최고 마약전문가 중 한 사람인 전경수 교수는 법무부장관에게 보낼 탄원서를 작성하고 때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오마이뉴스는 9월 6일, 경상북도 문경에서 서울로 올라온 전 교수를 동서울터미널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다.

전 교수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인권 구속을 도화선 삼아야한다. 지금이야말로 형행제도를 바꿀 때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인권, 금방이라도 사망할 것 같은 몰골"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장 전경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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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수. 그는 한국마약범죄학회 회장이었고 지금은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장'이자 '마약류 의존증 극복 지도교수'이다.

1978년 마약 범죄 연구를 시작해 1999년 퇴직할 때까지 강력계에서 마약 수사관으로 일했다. 22년 경찰 생활 동안 1000여 명의 마약사범을 검거했다. 2004년 8월에는 <마약범죄학> 서적 5권을 완간했다. 한국 최고의 '마약 전문가'인 셈이다.

그런 그가 학자의 양심을 걸고 탄원서까지 작성해가며 "전인권 구속 수감은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전인권은 해외도피전 국내에 있는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데메론이라는 마약을 합법적으로 투여해 치료받다 중독자가 되어 버린 불행한 사람이다. 마약을 하기 쉬운 외국에까지 가긴 했지만, 중독증과 합병증이라는 복합적인 고통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죽을 때 죽더라도 제 나라 돌아와 인생을 마감하려고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전인권씨가 앓고 있는 '대상포진'은 바이러스성 피부질환의 일환으로 대상포진(수두 바이러스)에 의하여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살짝만 건드려도 살갗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끼는 무서운 병이다. 전 교수의 말에 따르면 페치딘(데메론) 같은 가장 강력하고 센 마약을 투약해야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전인권을 저대로 가둬 두면 교도소 안에서 죽고 말 거다. 전인권이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의 교도관은 지금 전인권 만큼이나 괴로울 것이다."

"마약한 것은 잘못이지만 잡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

전경수 교수가 전인권씨의 구속 수감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건 그에게 죄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전 교수는 오히려 필로폰, 코카인과 같은 마약을 '선악과'에 비교할 정도로 반마약주의자다. "마약을 했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 전인권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다.

전 교수는 마약류 사범에 대한 현재의 교정 체계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마약류 투약 범죄자에 대해 구속 수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재판이 끝나면 바로 교도소에 수용한다. 전 교수는 이러한 '격리 수용' 방식이 마약사범의 재활과 재범 방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말은 '교정 체계'지만 실제로 '교정' 효과 없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들이 교도소로 가는 것은 병을 더 키우는 것이다. 마약 복용자들은 대부분 집단으로 마약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혼자 투약을 하는 의존증 환자이다. 이들이 교도소에 가면 나쁜 환경에 노출되어 출소 이후 제2, 제3의 마약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그의 말에 의하면, 교도소는 마약을 가르치는 '학교'나 다름이 없다. 마약 사범들끼리 마약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주고 받는 일이 쉽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와 격리시키는 것 이외에는 어떤 재활 프로그램도 없기 때문에 수감자들은 환각에 의한 수면장애, 분노 등 정신적 스트레스로 고통스러워 한다.

출소 후 이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범죄자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교도소 교정'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치료를 위한 '대체 교정주의' 도입해야"

 한국사이버시민마약감시단장 전경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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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사람들은 감옥가는 대신 벌금 내고 풀려나지 않나? 그런데 마약사범들은 그렇게 못한다. 무조건 가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체 교정주의'란 한 마디로 다른 방식으로 형사처벌을 대신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마약 범죄자들을 교도소가 아닌 병원에 넘기는 것도 대체 교정의 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왜냐하면 마약 경험자는 범죄자이기 전에 환자이기 때문이다.

전 교수는 복용자들이 처음 마약에 손대기 전 이미 정신분열증, 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인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약의 힘에 잠시 의존했다는 것. 이 때 적절한 치료과정이 있다면 마약의 유혹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그가 사비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라파의료교정교실'에서 실효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사실이라고 한다. 2005년 당시, 전 재산 10억을 들여 '한국교정대학원대학교'를 건립하려던 계획이 교육부의 불허방침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가고, 그 대안으로 생겨난 것이 지금의 '라파의료교정교실'이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으면 한 해에 10명, 적게는 단 한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교도소 출소자, 정신병원에서 장기간 구금되어 있다가 퇴소 또는 퇴원한 자가 이곳을 찾아와 스스로 의존증을 극복하는 사례들을 많이 봐왔다"며 "우리에게는 그 한 명이 천 명의 사람 만큼이나 소중하다"고 말했다.

라파의료교정교실은 치료 기간, 즉 재사회화 기간 2년을 완전하게 마친 마약 경험자들의 사회진출까지 돕고 있다.

"법무부 장관님, '논리'로 얘기합시다"

전경수 교수는 '마약류 투약범죄 출소자 등 재발, 재범 방지에 관한 법률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이번 정기국회에 청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전에 마약류 관리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전 교수의 바람이다.

법무부 장관이든, 누구 앞에서도 자신이 있다고 한다. 25년 동안 마약 경험자들을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라파의료교정교실을 운영하면서 마약 경험자들의 재활 과정도 지켜봐 왔다.

그는 "이제 학자들이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 '마약 경험자는 무조건 범죄자'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은 검증된 사실과 논리로서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 교수는 정성진 법무부 장관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전인권씨의 재판이 끝나면 저희 단체가 운영하는 라파의료교정교실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마약 의존증을 극복시켜 정상인으로 사회에 복귀시키겠습니다.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전인권#들국화#전경수#마약#라파의료교정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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