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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한 사진에 언론사 기자이름이 달려 공개되자 독자들은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일 충남 서산시청은 '2007서산천수만세계철새기행전이 부석면 일원에서 다음달 26일 개막된다.'며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을 테마로 혹부리 오리가 주제의 새로 정해졌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와 함께 혹부리 오리들이 비행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사진을 각 언론사에 제공했다.

 

6일 2곳의 통신사와 충청권에서 발행되는 9개의 신문을 확인한 결과 3곳의 신문사는 사진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보도 했으며, 일부 신문은 사진 없이 기사화했다. 하지만 각각 1개의 신문과 통신사는 자사 기자이름을 달아 보도했다.

 

C신문의 경우 신문의 톱 면이라 할 수 있는 1면 좌측상단에 사진을 배치해 비중 있는 기사로 다루고 ‘서산시청 제공’이라고 쓰일 자리에 기자이름을 올렸다. N통신사도 사진설명과 함께 제공처를 밝힐 자리에 자사 기자이름을 배치했다.

 

언론의 도덕적 해이를 접한 독자들은 사회의 공기와 같은 언론이 진실을 외곡한 채 양심을 속이는 일을 행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수희 충북민언련 사무국장은 6일 전화통화에서 "명백한 저작권 침해 행위"라고 전제하고 "보도자료라 하더라도 사진제공처를 밝히는 것이 원칙이고 자료를 제공한 사람이나 기관 측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이어 "통신사의 경우 기사를 팔아 운영하는 회사의 성격상 남의 것을 자신의 것인 양 포장해 팔아먹는 행위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면서 "기자의 의도와 다르게 언론사편집진의 욕심에서 비롯된 일일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에 대해 충북의 자치단체 공무원 A씨는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고 "지자체는 홍보를 원하고 언론은 좋은 자료를 취하려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이다 보니 관행적으로 묵인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는 "언론에서 사진제공처나 촬영한 사람의 이름을 써주면 자긍심을 갖고 사진에 심혈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일부이긴 하지만 원칙을 지켜가는 신문이 생겨나면서 언론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충청권에서 발생되고 있는 충청투데이 6일자 신문에는 사진자료를 제공한 기관이나 단체의 이름으로 10여 컷의 사진이 지면에 실렸다.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언론사의 관행에 익숙해져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한편 서산시청에서 언론에 제공한 사진은 올해 2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정명국(39. 전 서산시청 공무원)씨가 지난해에 촬영한 사진으로 밝혀졌다.

 

그를 기억하는 한 지인은 "사진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했고 새가 올 시점이면 철새도래지에서 살다시피 하며 사진에 정성을 다했다"면서 "언론에 실린 사진도 그의 노력과 땀이 묻어 있는 사진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서산시청, #사진, #민언련,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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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이 세 아이가 학벌과 시험성적으로 평가받는 국가가 아닌 인격으로 존중받는 나라에서 살게 하는 게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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