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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유시민이었다.

 

6일 밤 '100분 토론'을 시작으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들간 대접전의 막이 오른 가운데, '토론의 달인'으로 불리는 유시민 후보의 직설적 화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거침없는 표현을 동원해 상대방의 감성을 공격하는 유 후보 특유의 '전투력'이 불을 뿜은 것.

 

예비경선 당시만 해도 유 후보는 선전물 등에 '둥글게'라는 구호를 내걸고 그동안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벗고 '따뜻한 캐릭터'로 변신하기 위한 의지를 보였다.

 

특히 예비경선 직전 선거인단에 배포한 선거홍보물에서 그는 다른 후보에 대한 비판 대신 본인이 과거에 상처를 준 동료들에 대한 후회와 사과 등을 실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 5일 예비경선을 통과한 유 후보는 곧바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시 지지자들과의 '호프미팅'에서 예비경선 1, 2위를 기록한 손학규·정동영 후보에게 각각 "정통성이 결여돼 우리의 대표선수가 될 수 없는 후보", "정체성이 불분명한 후보"라고 각을 세운 뒤, "이제 유시민이 간다. 후보님들 긴장하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불 뿜는 유시민에 손학규·정동영 진땀

 

그의 '선전포고'는 6일 밤 첫 TV 합동토론회였던 MBC '100분토론'에서 불을 내뿜었다. 유 후보는 손학규 후보를 향해 "여기가 만만하게 보였기 때문에 온 것"이라며 "문제는 손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못 이긴다는 것이다. 이길 수만 있다면 제가 (손학규) 캠프에 가서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는 "대변인을 시켜서 '한나라당 DNA' 운운하며 (손 후보를) 공격하는데, 이런 식으로 정치하면 국민들이 정말 화 낸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후보에 대한 유 후보의 공격이 거셌다.

 

유 후보는 "정동영 후보에게 참여정부는 곶감 항아리 같다. 가끔씩 빼가기만 하고 의리는 안 지킨다"며 "정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정치 이전에 의리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후보는 대통합이 안되면 출마 안한다고 했다. 아직 대통합이 된 게 아니니까 출마를 안해야 한다"고 정 후보를 몰아세웠다.

 

7일 오후 호남지역 정책토론회에서는 본인이 버리겠다고 선언했던 '노무현 대통령 경호실장' 별칭을 다시 자임하고 나섰다. 유 후보는 "손 후보가 옛날 야당에서 했던 말로 자꾸 문제 삼는 것은 안 좋다"며 "원래 야당은 책임성이 없기 때문에 함부로 말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손 후보가 노 대통령의 대선 개입을 반대하면서 "만에 하나라도 이번 대선에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겠다면 그건 사양하겠다. 영어로 노땡큐(No, thank you)"라고 말한 것에 대해 "취소하라"고 압박했다.

 

유 후보는 "'만약 이번 경선에서 표를 얻겠다는 생각으로 대통령과 각을 세운다면 그것은 '노땡큐'라고 하면 서운하시겠죠?"라며 "민족의 운명이 걸린 국가대사에 대해 가정적으로 대통령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정략의도를 가지고 추진하는 것처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손 후보가 "유시민 후보가 많은 애정을 가지고 말한 것은 감사하다. 그러나 노땡큐"라며 "노 대통령이 대선에 개입하면 안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최강의 수단을 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최강의 수단도 언제나 적절한 수단을 써야 한다"며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면 되겠나. 모기 잡는데 대포를 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유시민 후보의 날선 공세에 누리꾼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ID가 '겨울바람(cms1016)'인 누리꾼은 "역쉬 유시민이더군요. 속이 다 시원했더랍니다"며 "핵심을 찌르는 그의 논리는 언제나 압권이죠"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ID가 '관전자(dolbag)'인 네티즌은 "유시민이 말을 잘한다고 하는데, 진실이 아니다"며 "첫째, 살기에 가까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질리게 만들고, 둘째 상대의 전제를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시민은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 전제를 인정하지 않는 말장난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평가다.

 

 

정동영 "예스맨이 많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
 
'100분 토론'에서 유시민 후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정동영 후보측은 "국민경선은 K1격투기 선수를 뽑는 게 아니다"(정청래 의원)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다. 특히 캠프 인사들이 장외에서 유 후보에 대한 역공을 펴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동영 후보는 7일 호남지역 정책토론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유 후보가 '참여정부에서 곶감만 빼 먹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예스맨(Yes Man)들이 많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는 "(유 후보의 발언은) 말이 좀 안 된다"며 "예스(Yes)만 하는 사람과 노(NO)라고 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동영 후보측 노웅래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참여정부에 의리를 지키지 않았다"는 유 후보의 공격에 대해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의리는 조폭 사회의 의리와 다르지 않다"며 "특정 권력이 아니라 국민과의 의리가 중요하다"고 응수했다.

 

정 후보측 캠프에 몸 담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친노후보) 3명이 집단적으로 스크럼을 짜고 한 명(정동영 후보)을 일방 구타하는 집단구타 현장을 봤을 것"이라며 "굉장히 비겁한 행위"라고 말해, 이해찬·한명숙·유시민 등 친노 후보 전체를 싸잡아 비판했다.

 

정청래 의원은 또 "이분들은 친노 후보가 아니라 친노를 이용하는 세력, 친노 위장 세력"이라며 "제가 한나라당과 조선일보의 부당한 공격에 맞서 싸울 때, 책상에 몸을 숨기고 싸움 현장에 나오지 않았던 사람들이 친노를 자처하고 대통령 이름을 팔아서 정치 지분을 확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특히 유시민 후보를 향해 "말 바꾸기, 거짓말 경연대회 기네스북 보유자"며 "단물 다 빼먹고 한나라당 탈당한 손학규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 경호실장을 자처하며 온갖 단물 다 빼먹은 유시민 후보나 틀릴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유시민 후보측은 "후보가 아니라 후보 대변인과 캠프 인사들이 나서서 그런 얘기하는 것이 바로 정동영 후보측의 문제"라며 "정 후보측이 혼자 그러도록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그:#유시민, #토론의 달인, #정동영, #손학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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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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