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에 보면, 기계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살아 있는 인간의 몸을 이용하는 장면이 나온다. 에너지가 점차 고갈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기계들이 인간의 몸에서 에너지를 뽑아낸다는 설정이다.

 

인간의 열과 피를 이용하여 동력원을 만들어내는 기계. 급기야 기계는 인간을 사육하게 되고, 인간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가상의 세계인 '매트릭스'를 창조하여 인간을 그 안에 가두어 놓는다. 불우한 인간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이라고 여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간다. 기계의 잔인성이 극도로 묘사된 매트릭스는 섬뜩함을 안겨주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다소 비약일지는 모르지만 기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일이 현실로 등장할 것 같다. 독일의 프라운 호퍼 연구 팀이 사람의 체온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기계가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동력을 얻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호퍼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도 체온을 이용하여 열전기 발전기를 돌렸다고 한다. 그러나 체온과 주변 환경의 기온 차가 적어서 200mV의 전기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반 전기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선 최소한 1V 이상의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체온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내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호퍼 연구팀은 이 한계를 뛰어넘어 200mV에서 작동할 수 있는 회로를 개발한 것이다. 이것은 이제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전기 코드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의 손바닥을 갖다 대기만 하면 배터리 충전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참으로 놀라운 기술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매트릭스에 나오는 섬뜩함을 떠올리게 만드는 기술이기도 하다. 인간이 기계를 이용하여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기계가 인간을 이용하여 생존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제는 누가 능동적이냐에 달린 것 같다. 기계가 인간의 인지능력보다 더 발전한다면 인간이 당할 것이다, 반면에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인지능력보다 떨어진다면 기계는 계속 인간에게 이용당할 것이다. 인간의 몸을 이용한 전기 생산도 결국엔 인간의 미래를 위한 기술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 발전하는 기계문명. 인간과 대화하는 컴퓨터가 나오고, 인간의 감정에 따라 환경을 변화시키는 시스템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다간 점차 인간이 기계에게 밀리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기계가 발전하더라도 인간의 관점에서 기계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의 문명은 점차 메말라갈 것이며 종국에는 매트릭스에 나오는 끔찍한 결과에 이를지도 모른다.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열로 움직이는 자동차와 기차, 사람의 손바닥으로 작동하는 컴퓨터와 휴대폰. 참 요지경 세상이다. 기계 문명의 편리함에 젖어 기계를 위한 인간으로 전락하는 것이나 아닐지 참 두렵다.

덧붙이는 글 | <과학쟁이> 9월호를 참고했습니다.


#전기 용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