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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하늘이 정말 맑다.”


그 것은 유혹이었다. 손짓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아파트를 나서니, 그렇게 싱그러울 수가 없다. 그 동안 내린 비로 무거웠던 마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진다. 숨을 쉬는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하늘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공기 또한 어제의 것이 아니었다. 신선함에 심호흡이 저절로 된다.

 

 

삼천천(전북 전주시 삼천동)에 들어서니, 꽉 채우면서 흐르고 있는 물이 반겨준다. 그 동안 내린 비로 물의 양이 넘쳐서 산책로까지 범람한 흔적이 역력하였다. 새로 생긴 웅덩이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들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언뜻 보기에는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천에는 물이 한가롭게 흐르고 있었고 산책로 옆에는 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풀이 자라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갖추어지고 있었다. 키를 훌쩍 넘어버릴 정도로 잘 자라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며 이름 모를 풀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정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

 

 

  “후다닥 !”


풀들의 향을 취하기 위하여 다가서니,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무엇인지 알지 못하였다. 순식간이어서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궁금증은 이내 해소가 되었다. 그 것은 풀밭을 찾아주어서 반갑다고 인사하는 풀벌레들이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풀밭의 활기.


멀리서 보기에는 조용하고 한가로운 것처럼 보였던 풀밭의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 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 풀밭은 역동적이었다. 힘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다양한 생명들이 교차하고 있었다. 활기로 넘쳐나고 있는 풀밭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정적이었던 마음이 동적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메뚜기가 이쪽에서 도약을 하면 응답이라도 하는 듯이 방아깨비가 뛴다. 나비가 가볍게 비상을 하게 되면 고추잠자리가 비행을 하고 있다.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지, 눈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부정확한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들의 모습에서 인생을 생각한다.

 

살아가면서 겉모습을 보고 예단하기가 일쑤다. 내면을 아예 들여다보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 첫눈에 비추인 형상을 전부로 판단을 하고 모두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 사람의 진짜를 알지 못함으로 인해 삶 자체가 가벼워지는 것이다. 더욱 더 큰 문제는 그런 의식조차 없다는 점이다. 일면을 보고 전체를 알고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면서 문득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 다가오곤 한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힘이 되어주고 가슴을 꽉 채워준다.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지만, 두고두고 힘을 얻을 수 있다. 잔잔한 바람처럼 힘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의지처가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겉모습만을 보고 예단하는 사람은 절대로 그리운 사람이 되지 못한다.

 

말이 앞서는 사람보다는 듣는 데 열심인 사람이 돋보인다. 눈앞에서 칭찬하는 사람보다 뒤에서 찬양하는 사람이 우뚝하다. 성급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사람보다 찬찬이 생각하고 음미하는 사람에게서 향이 배어 나온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는 사람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세상을 움직인다.

 

 

풀밭을 생동감 넘치게 만들고 있는 풀벌레들처럼 이런 사람들은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바쁘게 살고 있을 때에는 잊고 살다가도, 숨 한번 돌리는 순간에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바빠 살아가는 성급함을 잠시 멈추게 하고 반추의 강에 젖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움에 젖어서 삶을 음미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힘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 ! 가을이다.”


삼천천의 풀밭의 싱그러운 향이 온 몸에 배어들고 있었다. 풀벌레들처럼 역동적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은은한 향으로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깊이 있게 성찰하고 삶을 관조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풀밭의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정말 비상하고 싶은 하늘이었다.<春城>


태그:#풀, #벌레,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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