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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투쟁하라고 주변에서 기금을 모아 주었는데 다 못 썼어요. 7개월 가까이 투쟁해 왔는데 기금이 남았네요. 공공노조 경남본부 시설관리지부에서 투쟁하는 곳에 50만원, 광주시청 비정규직 동지들에게 100만원을 전달하기로 했어요."

 

8일 부산 동래산성으로 야유회를 다녀온 공공노조 경남본부 시설관리지부 창원대분회(분회장 김인치)는 이같이 결정했다. 창원대에서 환경미화와 경비를 맡아 오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7개월 가량의 투쟁을 마무리 짓고 단합대회를 다녀온 것이다.

 

이들은 올해 초 용역업체로부터 일부 조합원에 대한 해고통보(예정일 2월 28일)를 받은 뒤부터 투쟁을 벌여 왔다. 노조 분회는 지난 7일 창원대, 8일 용역업체와 각각 합의서에 서명했다.

 

대학은 조합원의 정년과 관련한 개입을 중단하고, 고소고발·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다.

 

또 용역업체인 사회복지법인 한국노인생활지원재단은 '퇴직금 지급'과 '투쟁 중 생긴 조합원의 치료비 전액 보상' '해고자 8명의 9월 10일자 복직' 등에 합의했다.

 

조합원들은 천막농성과 1인시위, 집회 등을 벌여오다 지난 7월 25일부터 전면 파업을 벌였다. 대학은 강경하게 대응했으며, 8월말부터 대체인력을 투입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 6일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를 구성해 ‘대화 촉구’ 등에 나서자 대학 측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8일 합의까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고 있다.

 

배종철 조직국장 "기나긴 투쟁을 마무리했죠"

 

이번 투쟁을 이끈 공공노조 경남본부 배종철 조직국장으로부터 그동안 투쟁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기나긴 투쟁을 마무리했다"면서 "이젠 탈퇴한 조합원들을 끌어안는 문제와 내부적으로 정리해야 될 일들이 남아있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비정규직의 투쟁, 전국의 많은 투쟁사업장에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처음 연락을 받고 난감했다고 그는 말했다.

 

"새해벽두 분회에서 연락이 왔죠. 학교에서 조합원들을 해고 하려고 준비를 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죠. 학교에서는 '무인시스템을 도입하겠다' '정년을 단축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겁니다."

 

"조합원들에게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더니 당시 분회장을 비롯한 조합원들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 그날 참석자들은 장장 3시간의 회의를 끝에 "일단 막자"고 결심했다는 것.

 

배 조직국장은 "회의를 마치고 본부로 가는데 전화가 한 통 걸려왔죠, 건물을 비워주기로 하였다는 겁니다, 시스템 설치를 허용하기로 다시 결정했다는 것이었죠, 정말 미칠 지경이었죠. 결정하고 나면 번복하는 일들이 벌어진 거죠, 정말 난감했죠"라고 술회했다.

 

"그것도 모라자 이젠 분회장이 그만 두겠다고 하는 겁니다. 다른 사람을 선출하였으면 좋겠다고 하는 겁니다. 여러 어려운 일이 한꺼번에 닥쳤죠. 대학 측은 15명을 해고하는 것도 모자라 정년을 해마다 줄여가겠다고 했지요. 그야말로 조합원들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였죠. 다들 힘들지만 투쟁을 하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갔죠."

 

분회장을 새로 선출했는데 "가족들의 반대가 너무 심하다’" 3일만에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고 날짜도 점점 다가오면서 자포자기할 무렵 한 조합원이 분회장을 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섰다. 그가 김인치 조합원. 투쟁의지를 새로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은 계약해지 되는, 2월 28일 대학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연 뒤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그런데 대학은 새 총장 선거시기가 닥치면서 소극적으로 나왔다.

 

"총장 선거 되면서 관심도 멀어져"

 

배 조직국장은 “학교측은 누구도 우리들의 문제에 관심가지는 사람이 없었죠. 모두 다 총장선거에만 집중되어 있었죠. 지루한 일정 속에 4월이 지나면서 새 총장이 당선되었는데 정부의 승인 절차까지 또 기다려야 했던 거죠”라고 말했다.

 

급기야 해고자 15명 중 절반인 7명이 투쟁을 접고 떠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가 새 총장 취임을 앞두고 대학 측에서 “총장 취임 이후 보고하고 결정 하겠다”면서 취임식 때 천막을 철거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조 분회는 이에 응했다.

 

배 조직국장은 “그런데 학교측은 총장 취임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누구 하나 우리 문제를 가지고 논의하는 사람이 없었죠”라며 “그러다가 방학이 되고, 여름휴가가 되면서 조합원들은 또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무더운 여름 땡볕 아래 거리로 나섰다. 창원시내와 노동부 창원지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거리선전전과 창원대 앞 1인시위를 벌였다.

 

배 조직국장은 “그러자 한 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학교가 총학생회를 부추겨 투쟁을 방해하기 시작했죠. 그들은 조합원들에게 와서 투쟁을 하지 말라고 협박을 하고, 조합원들의 분노가 담긴 리본과 투쟁의 거점인 농성장을 철거하는 작태까지 학교가 부추기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이런 속에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지원 투쟁을 벌였으며,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조합원들은 내부적으로 9월 10일 대학 점거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측이 6일부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되었다.

 

“협상 막판에 총학생회가 안된다고 해서"

 

협상 마무리 단계인 7일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총학생회가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 것이다. 배 조직국장은 “갑자기 총학생회에서 합의를 보면 안 된다고 했죠. 총무과장실에 들어가 고함을 치고 난리가 났죠. 모든 것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상황이었죠”라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죠. 총학생회 몇몇 간부에 대한 분노가 폭발할 상황이었죠. 그러나 다들 냉정하게 대응하기로 했죠. 오늘 합의를 보지 못하면 처음 계획대로 10일부터 점거투쟁을 벌이기로 재차확인 했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학교측의 태도를 기다리기로 했죠.”

 

노조 분회는 이날 저녁 6시 대학측과 합의서에 서명했다. 배 조직국장은 “정말 지루한 시간이 마무리 된 거죠. 조합원들은 박수와 한호를 했죠. 만세 삼창이 이어지고 농성장 철거와 주위 환경정리에 들어갔고, 모두 웃는 얼굴이었죠”라며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8일 업체와 마지막 합의서에 도장이 찍혔죠. 조합원들은 관광버스를 빌려 부산 동래산성으로 단합대회를 했습니다. 모든 회포를 풀고 잔치를 벌인 겁니다. 조합원들은 투쟁의 마지막도 아름답게 정리하였습니다."


태그:#비정규직, #공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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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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