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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비전창조릴레이에서 대선예비후보들이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유시민, 한명숙,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
 9일 오후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비전창조릴레이에서 대선예비후보들이 박수치고 있다. 왼쪽부터 유시민, 한명숙,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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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가 '우울'모드였다면 손학규 후보는 '분노'모드였다. 유시민 후보가 '전투'모드였다면 한명숙 후보는 '감성'모드였다. 그리고 이해찬 후보는 역시나 '실리'모드였다.

10일 충북 청주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두번째 합동연설회에 나선 5명 후보의 연설 분위기는 제각각이었다.

경선 규칙과 관련 여론조사 반영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해왔던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후보는 이날 오전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가 제안한 '여론조사 10% 반영'안을 사실상 수용했다. 그러나 '뒤끝'이 남는 수용이었다.

정동영 후보는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조건을 달지 않고,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지만, "특정후보를 위해서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당 지도부의 여론조사 반영 결정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솔로몬 법정에서 자식의 양팔을 잡아당기는 어머니의 처지"라며 당에 대한 극도의 애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반면 손학규 후보는 "치사하고 좀스러운 여론조사 10%, 이런 거 안하겠다. 정정당당하게 하겠다"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구태정치, 동원정치를 비판하다가 청와대의 경선 개입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분노를 어떻게 삭힐지 잠 못 이루는 밤이 많다"고도 했다.

맥 빠진 정동영... 흥분한 손학규

두 후보의 분위기는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도 그대로 묻어났다.

첫 연설자로 나선 정동영 후보는 "열린우리당이 살고 죽고는 충북에 달렸다"고 말문을 열었다가, "아, '대통합민주신당이 살고 죽고는' 이다... 죄송하다"며 곧바로 자신의 발언을 번복했다. 열린우리당 탈당으로 인한 정체성 논란에 시달렸던 정 후보로서는 어이없는 실수였다.

뉴스 앵커 출신으로 '달변가'라는 평가가 무색하리만치 이날 연설에서는 논리적 전개보다, 구호성 호소에 치우쳤다. 복부에서부터 올라오는 카랑카랑한 목청을 뽐냈던 제주도에서의 첫 연설 때와는 달리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았다. 연설 내용도 제주도에서 했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지난 10년, 땀 흘리고 밭 갈아서 얻어진 그 열매를 누가 수확할 자격이 있나. 여러분과 함께 정동영이가 그 열매를 딸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울분을 토하듯 목청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분위기를 고조시켜야 할 마지막 대목에서 정 후보는 오히려 "어제 이해찬 후보가 '이에는 이'라고 했는데, 이에다 정을 박으면 이는 쏙 빠지게 돼 있다"고 한 마디 하더니, "감사합니다. 잘 하겠습니다. 12월의 승리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차분히 말하고는, 힘 없이 연단에서 내려왔다.

손학규 후보도 오전 기자회견 분위기를 이어갔다. 손 후보는 "솔직히 오늘은 조용히 저 혼자 자신을 반성하고 한국 정치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며 "어제밤 당에서 경선 규칙을 정하는 모습을 보고 저는 크게 실망했고, 절망했다"고 토로했다.

손 후보는 이어 노기어린 목소리로 "여론조사 비율이 10%냐, 20%냐, 50%냐는 문제가 아니다"며 "국민경선은 이미 무늬만 국민경선이 됐다. 조직선거, 동원선거, 청와대 권력층의 개입이 노골화 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그는 "여론조사가 좀스런 계산과 정치공학적인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형식적이고 눈가림으로 하는 여론조사 없이 선거인단만으로 떳떳하게 경선에 임하겠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도 손 후보는 "조직선거, 동원선거에 휘둘리지 말자. 행여 혼탁선거의 부끄러운 재물이 되지 말자"며 "더군다나 권력기관의 압력에 눌려 정치적 소신과 자존심 짓밟는 부끄러움을 갖지말자"고 호소했다.

'저격수' 유시민... "손학규·정동영은 이명박 못 이긴다"
'국민누님' 한명숙... "강철이 용광로에서 단련되듯"


제주에서 정동영 후보에 대해 맹공을 폈던 유시민 후보의 이번 청주 연설 '타깃'은 손학규 후보였다.

유시민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가 17대 대선을 치르면 나라가 (제대로) 되겠느냐"며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했던 경기도지사를 대선후보로 만들면 민주신당 당원들이 충청도에서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겠느냐"고 손학규 후보를 겨냥했다.

유 후보는 특히 "한나라당에서 3등 하던 후보를 본선에서 1등하는 후보와 붙인다면 이기겠느냐"며 "손학규 후보는 존경하는 선배이지만 (이명박 후보에게) 이길 수가 없다. 그게 문제"라고 공격의 고삐를 다잡았다.

정동영 후보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유 후보는 "정동영 후보는 지난 5년동안 대선후보를 했다"며 "사실상 5년해서 지지율 5%면, 50% 가려면 50년이 걸린다. 제가 20일 선거운동해서 (정 후보와) 비슷비슷해졌지 않냐"고 꼬집었다.

이어 "저는 지금 일등이 아니지만 일등 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라며 "그러나 5년동안 5%이면 국민의 냉정한 평가가 이미 끝나 있는 후보"라고 정 후보를 맹비난했다.

한명숙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넘고 있고, 신당 5명 후보의 지지율은 합쳐서 30%도 안된다"며 "피땀 흘려 정권교체 해낸지 이제 겨우 10년인데, 이대로 막을 내릴 수 없다. 패배할 수 없다. 승리만이 남았다"고 감정에 호소했다.

또한 "여자이기 때문에 한명숙은 약할 것이다, 한명숙은 안될 것이다, 이런 편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강철이 용광로에서 단련되듯 한명숙도 수난의 역사에서 단련됐다. 그렇기 때문에 보이지 않은 저력이 있고, 강인하다"고 역설했다.

한 후보는 이어 "한명숙은 보복하지 않는다. 저는 모든 것을 용서했다"면서 "용서하고 화합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 대립과 갈등, 투쟁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본인이 '화합의 정치'를 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부각시켰다.

이해찬 후보는 정책위의장, 교육부총리, 참여정부 초대 총리 등의 전력을 앞세워 행정형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특히 본인이 행정수도이전특별법을 기획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대통령이 되면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유시민 후보도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청와대 분소를 만드는 등 행정수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이명박의 경제는 '두더지 경제'"

이날 합동연설회에서도 5명의 대선 예비후보들이 모두 이명박 후보를 공격하면서 자신만이 '이명박 대항마'라고 자임했다.

정동영 후보는 "평생을 자신의 재산 증식과 영달을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온, 머릿속에는 온갖 땅과 돈밖에 들어차 있지 않은 이명박 후보에게 하늘이 대통령이 될 기회를 줄 리 없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후보는 "이명박 후보는 적어도 충청도에서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입장이 왔다갔다 하고 행정수도 반대해서 서울에서 표를 많이 얻어 한나라당 후보가 됐다. 이 분이 대통령 되면 행정수도가 잘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한명숙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관기발언'을 상기시키며 "지금이 조선시대인가? 여성이 노리개인가"라고 반문한 뒤, "인간관, 사회관, 역사관이 천박하고 경박한 이명박 후보에게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역설했다.

이해찬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경제 얘기를 하는데, 그 경제는 두더지 경제, 땅의 경제"라며 "운하 파고, 청계천 파고, 땅투기 하고, 부동산 임대업하고, 현대건설하고, 땅 이외는 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후보는 "이명박 후보가 충청도민을 우습게 보고, 속이려고 한다. 이 지역을 지나가는 운하를 파면 땅 값이 오를까, 우리 경제가 부흥할까, 뭐 좀 잘 될까, 이런 마음이 동할 것을 기대하고 내륙 운하 계획을 내놨다"며 "그런데 운하가 되지도 않고 되서도 안된다는 것을 충북 도민들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결코 속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그:#정동영, #손학규, #유시민, #한명숙, #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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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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