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희야. 이리와 봐.”
  “왜?”
  “언니가 머리를 예쁘게 해줄게.”
  “알았어.”

 

 6학년인 주희가 1학년인 막내를 옆자리에 앉힌다. 언니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국희의 행동도 예쁘지만,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의 시선이 그렇게 돋보일 수가 없다. 빗이 없으니, 손으로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하였다. 잘되지 않으니, 몇 번이고 다시 하고 또 한다. 그렇게 곱게 손으로 머리를 잡더니, 끈으로 매주는 것이다.

 

 

  “야 ! 우리 국희 정말 예쁘다.”
  “언니, 정말이야?”
  “그럼 정말이지. 세상에서 제일 곱지.”
  “나도 언니가 제일 좋아.”

 

  스쿨버스 통학 지도를 하기 위해서 일찍 학교에 왔다. 집에서 6시 40분에 출발하여 학교에 도착하니, 7시 20분이었다. 버스를 타고 새벽을 달리는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산골길을 달리니 자연의 향에 취해버린다. 그 기분을 체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하리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다.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다. 학교에서 다시 한참을 달려야 하는 곳에 아이들은 살고 있었다. 날마다 학교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들고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아이들의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을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할머니가 해준 아침밥을 먹고 달려오느라, 시간이 부족하였던 모양이었다. 머리를 제대로 빗고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여 달려온 동생의 모습이 마음에 걸린 것이었다. 옆 자리에 앉혀놓고 정성을 다 해 머리단장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의 눈동자에는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음을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

 

   동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아이의 마음을 보게 되니, 감동이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서 내가 배운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가식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음에서 샘솟는 깨끗함이 그대로 전해지고 있었다. 저런 마음으로 산다면 날마다 행복일 것이란 생각이 저절로 든다.

 

  주희네는 홀로 살고 있다. 물론 농촌에 사람들이 많이 살 때에는 10여 호가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가 떠나고 덩그마니 한 집만 남아 있는 것이다.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외로움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남매들끼리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주희가 6학년이고, 그 아래로 4 학년인 남동생과 2학년 여동생이 있고 막내는 1 학년에 다니고 있었다. 산골 외딴 집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남매들은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고 있는 것이었다. 언니를 믿고 의지하고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우러져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우뚝할 수가 없었다.

 

  학교 버스가 학교에 도착하니, 주희는 동생들을 일일이 챙긴다. 행여 다치기라도 할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역력하였다. 아이를 바라보면서 야생풀을 생각한다. 가을의 전령사로서 천변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풀꽃처럼 우뚝할 것이다. 풀꽃이 혼자 있을 때에는 볼품이 없지만, 한 마음이 되어 집단을 이루게 되면 장관을 이룬다.

 

 

  4남매가 한 마음이 되어 있는 모습은 수크령이 햇살에 빛나는 것처럼 아름답다. 산골에서 외롭게 자라지만, 그들에게서는 희망이 넘쳐나고 있었다. 지금처럼 서로가 사랑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다면 분명 나라를 빛낼 멋진 동량으로 자랄 것이 분명하다. 그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고 행복할 수가 없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전주시 삼천천에서 촬영


태그:#언니, #동생, #남매, #사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