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한가위는 여느 때 보다 길다.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슴도 답답해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마음도 불안하고 초조하여 잠을 설치기도 한다.
특히, 결혼 초년생이거나 시댁과의 갈등이 있는 며느리들은 이런 증세가 더욱 심하다. 이를 명절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며느리의 명절증후군보다 시부모의 명절증후군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긴 연휴 뒤 공허함은 모두 시부모가 감당해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거주하는 박예근(62·주부)씨는 긴 명절이 끝나자 자식들이 없는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다. 며칠 전 까지도 아들에 며느리에 손자까지 있던 시끌벅적한 자리였다. 자식들이 사용했던 옛 방을 쳐다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하루 이틀로 끝날 줄 알았던 박씨의 눈물은 벌써 2주째 지속되고 있으며, 식사를 해도 한두 숟가락이다. 소화도 잘 되지 않고, 두통을 호소하며, 온몸은 여기저기 안 쑤시는 곳이 없다. 일상생활의 리듬은 잃어 버린지 오래며, 부부간의 대화도 대부분 짜증 섞인 목소리로 일관한다.
서울특별시립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신영민 원장은 “명절 후 고향에 남아있는 부모님의 공허함은 며느리증후군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출가한 자식들을 목 빠지게 기다려온 명절, 그 시끌벅적한 명절이 끝나면 공허함을 넘어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원장은 “노인의 경우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생활의 리듬이 깨져 공허함으로 시작되는 우울증을 동반할 수 있다. 근거 없는 통증, 생리불순, 피로감, 신체감각 이상, 설사나 변비 등 소화기계 증상, 두통, 어지러움, 불감증, 발한, 신체건강이나 상태에 대한 과도한 걱정 등의 각종 신체 증상이 나타나며, 공허함과 슬픔을 느끼고 쉽게 우는 등의 우울한 기분이 들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등의 기분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 만성적 우울증으로의 발전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즐거운 한가위 명절을 맞아 안빠지는 것이 많은 음식과 여러 놀이다. 그 중 고스톱은 뺄래야 뺄 수 없는 놀이 문화(?)로 인식되고 또 여러 사람들이 즐긴다. 고스톱은 단순 놀이에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두뇌 회전을 촉진시켜 치매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승부욕에 집착하거나 소위 목숨 걸면서(?)고스톱을 치게 되면 되려 부정적인 효과를 부를 수 있다. 고스톱은 오랜 시간 앉아서 진행하는 놀이인 만큼 목, 어깨, 허리에 무리를 준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허리근육에 많은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삼가는 것이 좋다.
신원장은 “노부모와 고스톱을 치다가 부모님이 짝이 안 맞는 패를 자주 낸다거나, 점수계산이 자주 틀리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다”면서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매인지 검사를 실시해보는 것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각종 놀이로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서울특별시립북부노인병원이 지난해 8월1일부터 올8월 31까지 퇴원한 사람 중 876명을 대상으로 주질병을 조사한 결과 뇌졸중 후유증으로 입원한 사람이 43%, 치매 26%, 편마비 15%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이 7% 등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는 기타질환으로 조사됐다.
노인성 질환 중 가장 많이 차지한 질환은 뇌졸중과 치매이며 고령의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녀들이 가장 걱정하는 질환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이들 질환은 완치율이 떨어지고 후유장애가 길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는 부담 아닌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
신 원장은 “노인들은 늘 아프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파도 자녀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절대 아픈 내색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너무 자주 아프다고 하는 노인들은 자녀들이 꾀병으로 인식하고 그 반대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쳐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지경에 빠지게 되므로 자녀들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정기적으로 부모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