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는 풀무생협·보건의료노조·전교조·학교급식네트워크 등이 모인 '푸른연대'와 환경농업단체연합회와 함께 우리 먹을거리의 현실을 짚어보고 현재 판로가 막혀있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기농업에서 그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유기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쌀을 할인된 가격에 직거래하는 '푸른쌀 주문하기' 캠페인도 진행합니다. 우리의 먹을거리를 살리는 데 독자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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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혁정(원주생협 이사)씨는 사회 생활 1년 만에 도시가 싫어 낙향했다. 그는 시골에서 살기 위해 노다가부터 포장마차, 과외까지 안해 본 게 없다. 그리고 지금은 벼농사와 복숭아, 축산까지 온전히 하루 24시간을 농사에 쏟고 있다. 유기농업에서 벼농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굉장히 높다.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들을 워낙 벌레가 많이 꼬여 그야말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원혁정씨는 과일 중에서도 벌레가 많다고 하는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제철 복숭아뿐만 아니라 유기농 병조림 생산까지 준비하고 있는 원혁정씨를 만났다. "농약 한번 치면 보름이 편해도 일일이 손으로 벌레 잡는다"
- 복숭아 같은 과일은 벌레가 많이 꼬인다고 하던데."복숭아는 특히 벌레가 많다. 일반 농사로 하면 출하기에는 열번 이상 친다. 일주일에 한번 치니까... 한 열다섯번 정도? 원래 출하하기 한달 전에는 농약을 치면 안된다. 그런데 일반 농사에서는 출하하기 15일 전에 치는 농약이 나오고 있다. 그런 거는 15일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검사해도 안 나온다. 물론 일반 시중에서 파는 농약이다. 계속 그런 편법들이 나오는 거다." - 그럼 유기농에서는 농약을 치지 않는 건가요? "화학농약이 아닌 미생물 농약 같은 거를 쓴다. 예전에는 새순 같은 걸 일일이 따서 효소로 직접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좋은 약이 많이 나왔다. 문제는 약값이 비싸다는 거. 복숭아 농사는 2월부터 시작하는데 2, 3월에는 두번 정도, 4월부터 6, 7월까지는 열흘에 한번 정도 농약을 친다. 일반 화학농약을 이렇게 치면 농약 범벅이 되는데 미생물 농약은 바로 친 다음에도 물에 씻어 먹어도 된다." - 벌레를 직접 잡기도 한다고 하던데. "일반농법처럼 약 치면 무척 편하다. 15일에 한번 쳐도 효과가 오래가니까 벌레 걱정 없는데 우리는 약 친 다음날에도 벌레 먹을 걱정을 해야 한다. 이전의 화학농약은 침투이행성이라고 해서 벌레에 맞지 않아도 잎사귀를 갈아먹으면 벌레가 죽었다. 그런데 미생물농약을 벌레에 직접 닿아야 죽는다. 그래서 직접 우리가 잡기도 한다. 하나하나 일일이 주사바늘 같은 걸로 찔러서... 그걸 잡지 않으면 계속 약을 쳐야 하는데 그 약값 감당 못한다." - 유기농으로 하면 나무가 빨리 망가진다고 들었어요. "약 치는 나무는 10년 이상 수확해도 괜찮다. 반질반질 윤기도 나고... 그런데 유기농으로 하면 나무가 상한다. 일반 나무는 벌레 먹지 않게 계속 약을 쳐서 보호해 주니까 나름 보호막이 생긴다. 우리는 벌레를 일일이 손으로 잡으니 나무가 거칠어진다. 유기농 나무는 수명이 짧은 편이다." - 토질 관리를 따로 하나요? "유기농 전에 저농약 기간을 두는데 농약을 치면 잎사귀에 닿아서 땅에 떨어진다. 그럼 농약 성분이 날아가기도 하고 땅에 남아있기도 하는데, 그 기간을 3년을 두는 거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유기농을 한다고 해서 유기농이 되는 게 아니라 최소 5, 6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때 토양검사도 하고 농약잔류검사도 한다. 땅의 적응 기간을 두는 거다." "유기농 복숭아요? 시중에 나가면 제 값 못 받아요"
- 유기농 복숭아의 품질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나요? "그건 기준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시중에 나가면 이 정도 크기의 복숭아는 가격이 별로 없다. 300g 이상이 돼야 제값 받는다. 시중에는 이렇게 살짝 얼룩진 것도 못 판다. 이런 것 때문에 가격을 떨군다. 그리고 일반 매장에 들어간다고 해도 소비자들 손이 안 갈 것이다. 그런데 생협에서는 이런 것들도 받는다. 크고 예쁜 것이 기준이 아닌 거다. 조합원들도 둘 다 유기농이고 크기만 다르다, 이렇게 생각한다." - 소비자들에게는 과일은 맛뿐만 아니라 외형도 중요한 것 같은데요. "제발 소비자들이 '이쁜' 거 안 골랐으면 좋겠다. 제주도 감귤만 해도 왁스 코팅하면 열흘 이상 가는데 유기농 귤은 2, 3일만 가도 쭈글쭈글해진다. 왁스 코팅하면 반짝반짝 보기 좋지만 그 왁스 소비자들이 다 먹는 거다. 요즘엔 인위적으로 생장조절하는 게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비가 오면 1, 2시간씩 성장을 더디게 하는 농약도 있다. 비가 오면 물 흡수를 적게 해서 곰지 않고 상하지 않게 하는... 그런 게 보기엔 좋겠지만 사실은 나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거다. 그걸 또 고스란히 사람이 먹고... 소비자들이 이쁜 것만 찾다 보면 농민들은 소비자에게 맞출 수밖에 없다." - 생협 조합원들은 일반 소비자들과 좀 다른가요? "아직도 색깔이나 모양을 보지만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 색깔이나 모양을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농민들의 노동이나 노력은 묻혀 버리는 거다. 생협 소비자들은 색깔이나 모양보다 이 과일을 누가 지었느냐, 이런 걸 본다. 누구네 복숭아가 좋더라, 이런 반응도 나오고." - 쌀과 비교했을 때 유기농 과일과 채소는 일반 농산물과 가격차가 꽤 큽니다. "사실이다. 그런데 무게 중심을 가격에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농사 안 짓고 수입해서 먹어야 한다, 전세계가 FTA해야 한다. 일반 농약은 5000원짜리 한번 치면 일주일에서 열흘 가는데 유기농은 만원짜리 한번 쳐도 그 다음날 또 쳐야 한다. 거기에 드는 노동력과 농약 값 감당할 수 없다. 가격 가지고 시비 거는 소비자분들은 일반 농산물 드시면 된다. 그리고 일반 농산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보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유기농은 비싸다." "벌레잡아가며 키운 유기농이 비싸다? 일반 농산물 드셔라"
- 대기업도 유기농에 손을 대고 있는데. "대기업이 국민을 위해 유기농에 뛰어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이 되니까 하는 거다. 물론 그러면서 가격이 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대기업의 유통마진을 줄여서 낮춰진 게 아니라 대기업이 유기농에 손대면서 유기농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또 팔 데가 없으니까 유기농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가격 낮춰서 파는 거다. 그렇게 일년 농사 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서 또 빚져야 한다. 유기농가도 일반 농가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다가 유기농가 파산하면 외국에서 유기농산물 수입해서 가공하겠다는 소리 나오지 않겠는가?" - 생협 말고 백화점 같은 곳에 납품한 적 있나요? "백화점에 납품해 봤는데 생협에서 주는 것보다 더 안 준다. 그런데 백화점은 생협보다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판다. 비싸야지만 사먹는 소비자들이 있더라. 굳이 그렇게 비싸게 주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하더라. 소비자는 왕이지만 앉아서 대접 받는 왕이 아니라 칼을 잘 쓰는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대형할인점에 가면 한번에 장을 볼 수 있지만 생협은 그렇지 못합니다. 생협은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요. "생협이 대형 마트보다 돈이 없는 건 사실이죠(웃음). 생협이 그런 마트와 경쟁하는 건 무리가 있고, 동네에 단위 생협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그래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건강한 것도 팔고 편리하기까지 하면 더 좋겠지만 그건 소비자들의 욕심이다. 생협에도 대부분 있다. 선택의 폭이 좁아서 문제지...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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