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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바람’은 실체가 있다. 오만과 독선, 무반성과 무책임, 정책과 비전은 물론 감동도 없는 ‘중통합’, 이 틈새를 뚫고 ‘문풍’이 불어온다. 그러면 우리 사회를 향해 ‘문국현 솔루션’을 제시한 문국현 예비후보의 ‘정치적 방법론’은 적정한가? 정상적 행로를 밟고 있나?

 

정치는 시장이 아니다. 소비자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시장에서 구매한다. 이익만을 위해 합리적인 선택행위를 한다. 유권자는 후보자를 선택하지만 상대적 비교우위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역주의로 대표되는 연고주의, 후보자와 유권자 사이의 감정적 교류, 정당에 대한 선호와 충성심 등 상품 외적인 요소가 작동한다.

 

비교우위만으로 문 후보를 선택하진 않는다

 

시장의 원리대로라면 ‘진짜 경제’와 ‘가짜 경제’에서 ‘진짜 경제’를 선택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재의 지지율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정치의 시장에서는 상품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와의 단순 비교를 통해 “경제 대통령감”이라고만 설득하는 건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솔직히 문 후보가 이 후보에 비해 정태적 모습을 보이면서도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왜냐하면 문 후보는 이미 개인이 아니라, 범여권의 기대를 온몸에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진 짐꾼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의 실패는 단지 문 후보의 실패가 아니다. 문 후보는 기본적으로 이번 대선을 ‘세력 간 대결’이 아닌 ‘후보 간 대결’로만 단순화시키고 있는 건 아닐까?

 

현 시점에서 문 후보의 정치적 역할은 ‘미드필더’로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데 있다. 원톱 스트라이커보다는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통해 중원을 장악하고, 전 구성원의 역량을 극대화 시키는 쪽으로 ‘역할’을 잡아나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래야만 관중석의 서포터들도 열광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나 범여권은 끊임없이 이합집산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대선 주자와 총선 주자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간의 정당사에 비춰볼 때 새로 창당되는 정당의 목적은 단일했다. ‘대선용’ 아니면, ‘총선용’ 아니면, ‘대통령 직할용’이었다. 그런데 특별하게도 이번 통합해야 할 범여권의 정당은 ‘총선용’과 ‘대선용’ 목적을 복합적으로 가져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범여권 지지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분열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해낼 수 있는 ‘대통합’이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문 후보는 끊임없이 기존 정치권과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을 얘기한다. 새로운 정치세력, 세력화를 강조하기 위해 신당 창당을 얘기한다.

 

'위인설당(爲人設黨)'식의 대선용 정당은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문 후보가 지금 만들고자 하는 정당은 어떤 모습인가? 물론 얼핏 보는 바이다.

 

첫째 ‘대선용 정당’만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범민주 진영의 포괄적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정책과 비전보다는 ‘위인설당(爲人設黨)’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대통합 민주신당이나 열린우리당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백 년 갈 정당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문 후보 주변에 문 후보의 솔루션을 대체하거나 문 후보와 연대하는 어떤 정책집단이, 어떤 정치세력이 존재하는가?

 

셋째 환경, 반부패, 노동의 이미지는 자칫 독일 녹색당의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대중정당이라기보다는 자기들만의 정치적 결사에 그칠 위험성도 있다.

 

넷째 정치적 기반을 만들 의지가 없어 보인다. 개혁을 중심으로 중도를 통합하고 나아가 전통적으로 범여권을 지지해온 지역적 통합에 이르기 위해서는 여전히 분열상태에 있는 호남의 민심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호남의 민심은 분열에 ‘치를 떤다.’ ‘자기들만의 정당’보다는 ‘우리 모두의 정당’을 희망한다. 나는 이것이 호남민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문 후보의 지향점은 유일하다. 정책적 차별화는 유지하되, 정치적 연대와 통합의 발걸음을 과감하게 내디뎌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연대, 묻지마 통합은 절대 아니다. 현재의 대통합민주신당은 대통합도 아니요, 신당도 아니다. ‘중통합’에 불과하고 정책과 비전은 사실상 실종상태다.

 

문 후보가 만들고자 하는 정당이 개혁후보를 배출하고 개혁전선을 과감하게 펼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한 솔루션은 정확하다. 다만 정치세력화를 지향하고, 눈앞의 대선을 맞이하기에는 ‘정치적 솔루션의 시간’이 없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는 교훈이 되지 못한다

 

문 후보에게는 작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선거가 모델인 듯하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 강금실 서울시장후보의 이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는 ‘맞춤형 후보’로서의 오세훈. 역시 참신성, 스타성에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경력을 가지고도 기존 정치권에 매몰되는 바람에 추락하고 만 강금실. 이런 정치사를 최고의 규범으로 삼는 듯하다.

 

하지만, 간단치 않다. 오세훈 시장은 중앙정치를 경험했다. 선거법 개정을 통해 독자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과감하게 일보 후퇴했다. TV토론 등을 통해 형성된 호감도와 인지도는 서울시민들에겐 절대적이었다.

 

강 전 장관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순간, 이른바 ‘보라색 거품’이 꺼진 것은 맞다. 하지만 정책적, 정치적 역량이 탁월했음에도 추락했을까? 역으로 당시 극에 달했던 범여권에 대한 불신을 강 전 장관이라고 극복해낼 재간 또한 결코 없었다.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남긴 교훈

 

작년과 올 초 범여권 후보로 고건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었다. 두 분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정치질서가 재편될 수 있다고 믿었다. 기성 정치권을 불신하면서도 두려워했다. 하지만 결국 실패했다. 민심이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구심력을 발동시키려 했지만 결국 원심력에 의해 해산되고 말았다. 냉혹한 정치현실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안적 후보’가 ‘유사정치적 행위’를 하기 시작하는 순간 유권자들은 그를 그저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손학규 후보에 대한 ‘예우’(?)가 그러하듯 한나라당을 나오라고 할 때와 나온 다음에 대하는 태도는 천양지차다. 여론조사 기본 오차범위 내 여론을 두고,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연기’는 있지만 ‘불’은 없는 형국이다.

 

나아가 지금 시민들은 새로움에 대한 불안함을 지니고 있다. 기존 정치권을 끊임없이 불신하고 새 물결을 희망하면서도, 좀 더 세련된 경세(經世)와 경력을 요구한다. 더 이상 덜 준비된 후보를 ‘새롭다는 이유’만으로 희망하지 않는다.

 

인정하자. 비주류에서 출발한 ‘성공신화’, 변화와 성취, 일자리 등 이번 대선의 가치와 현실은 이미 이 후보의 것이다. 사실상 이 후보가 여권이고 범여권 후보가 야권이다.

 

'고립 탈피 호남', '기득권 회복·유지 영남', '실용 이익 충청'의 경향은 그대로 유지된다

 

또 한 가지 불행한 사실은 유권자들이 이미 현재의 판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특별한 대안적 인물도 안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방식의 '깜짝 후보의 감성 캠페인'은 식상하다.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호남, 기득권을 유지 또는 전면적으로 회복코자 하는 영남, 실용적 입장에서 이익투표적 성향을 보이는 충청. 이 구도가 오늘내일 사이에 변할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이 구도는 이미 이 후보가 잘도 활용하고 있다.  
 
굳이 비판적으로 지적하자면 일부 언론에서는 벌써 좁은 의미의 ‘중소기업경제’ 중심의 정책 솔루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외교, 안보, 국방, 교육, 지방자치 등에 대한 솔루션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이도 있다.

 

지나친 대범함일까? 현재의 정치판세에 무신경해 보인다는 이도 있다. 현재의 국면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자평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진짜 경제’와 ‘가짜 경제’의 프레임은 훌륭하지만 구체적 요소에 들어가면 설득되지 않는다.

 

청소차 끄는 이명박, 강의하는 문국현

 

오히려 시민은 ‘이미지’를 구도화한다. 이 후보는 시장과 새벽 거리를 돌아다니며 국밥을 먹고 청소 리어카를 끈다. 그 시간 문 후보는 와이셔츠를 입고 단정한 모습으로 강의를 한다. 이런 대조가 ‘진짜 대 가짜’ 경제론보다 훨씬 더 크게 각인된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사진에 찍힌 이미지는 곧 신화로 조작된다. 이 후보가 서민의 고통을 잊지 않는 ‘성공신화’가 되는 동안 문 후보는 옳은 말을 하는 ‘선생님’이 된다. 지나치게 여론주도층을 의식한다. 하지만 깊은 강은 소리 없이 흐르는 법이다. 되레 정책적 목표로 삼는 계층과의 소통은 부족해 뵌다.

 

시장만능주의 세력이 정치판의 대부분을 차지한 상태에서 문국현 후보의 솔루션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솔루션이 분명한 의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비전의 사이즈를 국가적 차원으로, 정책의 구체성을 각론적 차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국현 솔루션은 아직 ‘시장’의 영역, ‘그들만의 리그’에 더 가깝다. 문국현 솔루션은 ‘강화된 민주주의’ 혹은 ‘실질적 민주주의’의 발전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사회경제적 기본권 신장’과는 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대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문국현 솔루션'은 지금 위기다

 

여기에 문국현 솔루션이 정치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판세를 읽는 현실감각과 새로운 차원으로 변형시키는 영향력, 그리고 구도를 만들 세력화가 필수적이다. 비전과 정책의 업그레이드, 정치적 능력의 현실적 보강이야말로 문 후보가 고건 전 총리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처럼 ‘중심화’에 실패하지 않는 길이다.

 

문국현 솔루션은 이명박 후보의 공약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있다. ‘지식경제’와 ‘삽질경제’, ‘보통경제’와 ‘특권경제’, ‘중소기업 경제’와 ‘재벌 경제’, ‘동북아 경제’와 ‘반도 경제’ 등 모든 차원에서 이명박 후보의 경제관을 능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문국현 솔루션은 지금 위기다.

 

문 후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열띤 토론을 기대한다.


태그:#문국현 솔루션, #연대와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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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한강 대표변호사, 김대중평화센터 고문으로, 연세대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화여대, 영남대, 전남대 로스쿨 및 광운대 겸임교수로 재직중입니다. 홈페이지는 www.e-sotong.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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