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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등하는 국제유가로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폭등하는 국제유가로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자료사진

국제 기름값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우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기름값에 가장 많이 인용되는 대표적인 종류는 크게 세가지. 중동산 두바이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북해산 브렌트유 등이다. 특히 중동산 두바이유의 값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 값은 73.34달러를 기록했다. 전날인 11일보다 배럴당 1.13달러 올랐고, 하루만에 다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 초보다 무려 26% 오른 값이다.

 

배럴당 100달러까지 가나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선물 거래에서도 배럴당 79.91달러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배럴당 1.30달러 오른 것이고, 장중한때 80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이 역시 사상최고치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값도 배럴당 77.68달러였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이상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부터, 100달러까지 갈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오를까. 크게 두가지다.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동 오일국가들의 반란이라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의 원유재고 물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내놓은 지난 7일 기준으로 미국의 원유재고는 3억2260만 배럴이다. 8월말보다 710만 배럴이나 줄어들었다. 휘발유 재고 역시 1억9040만 배럴로 70만 배럴 감소했다.

 

여기에 중국을 비롯해 인도 등 신흥 경제개발국가들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계절적으로 기름 소비가 많은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 공급이 한정돼 있거나, 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많을 경우 값은 오를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하락에 따른 중동국가의 반란?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 것은 중동 산유국가들의 반란이라는 시각. 이같은 분석의 바탕에는 세계적인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가치하락이 있다.

 

최근 3년동안 미 달러화는 유럽의 유로화 등 다른 통화에 비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강한 달러 정책을 펴왔던 미국 스스로 '약한 달러' 정책으로 간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국제유가의 기준가격이 달러로 매겨지고, 거래되는 현실에서 이같은 달러가치 하락은 곧 중동국가들의 손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한때 일부 산유국들 사이에서 기준 가격을 유로화로 바꿔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국제 원유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함에도 생산을 충분히 늘리지 않는 이유도 고유가를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실제로 이번 유가급등속에서 OPEC은 올 11월부터 하루 50만배럴 증산을 결정했지만, 오히려 유가는 올랐다. 원유 수요를 충분히 충족시킬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 기름값 상승과 경기회복에 찬물

 

이같은 국제 기름값의 상승은 일단 국내 휘발유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당장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현재 거래된 값이 국내 원유값에 반영되기 까지는 2~3주의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향후 2~3주 동안은 국내 기름값이 꾸준히 오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서울 시내의 경우 대체로 1600원선이다. 서울 여의도의 S주유소의 경우는 1리터당 1758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올해 1월 첫째 주에 1리터당 평균 1422.09원에서 지난 7월 넷째 주에는 평균 1557.38원까지 올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 값의 경우 최근 약간의 조정을 거치면서 전보다 소폭이나마 오르는 추세"라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당분간 이같은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같은 유가 상승이 현재 회복세에 들어선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 원유값이 오르면,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값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기가 꺼려지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유가가 배럴당 10%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는 0.1% 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0.56%포인트, 삼성경제연구소는 0.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과 소비 침체로 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될 수 있다"면서 "고유가 상황이 오래 지속될 경우 세계 경기의 침체와 함께 국내 기업의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국제유가 급등에 개입하지 않는다

 

정부는 이번 국제유가 급등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올초 전반적인 경제 운용 과정에서 연평균 국제유가를 62달러선으로 잡았다. 최근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평균 유가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올해 초 국제유가가 50달러 후반대였고, 하반기에 70달러선으로 가더라도 연 평균으로 따지면 정부 예상치보다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계 부처와 국제 유가에 대한 변동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강제할당량 조정이나 관련 세금 조정 등의 대책을 강구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5년이후 정부차원에서 국제 유가 급등에 대해선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면서 "그래도 만일에 대비해 원유가격이 너무 오르거나, 국내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엔 석유슈급조정 명령 등의 대책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중동 산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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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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