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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어린이도서관을 들어서면 우선 '개조심'이 보입니다. 왠 개조심이냐구요? 인터넷에서 방문에 붙이는 개모양 스티커를 샀는데, 함께 딸려온 것이 바로 이 '개조심'이라는 글씨입니다. 사서자원활동을 하시는 엄마가 "이것도 스티커인데 아깝지 않냐"면서 도서관 현관 문에 턱하니 붙인 것이지요. 그 날부터 아이들은 도서관 문을 정말 조심히 엽니다.

 

"어? 개는 어디 있어요?"

 

개는 당연히 없습니다. 그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안내판을 만들었습니다. 도서관 단골손님인 장미가 친필로 써준 겁니다. 저 액자는 제가 공을 들여 만든 것인데, 아이들이 떡하니 반대로 붙이는 바람에 골판지 색깔이 더덕더덕 보입니다.

 

'어서오세요~ 두려워 말고 무서워 하지마세요~ 개는 없습니다!'

 

장미는 제가 정말 아끼는 친구입니다. 솔직하고 위트있는 말들을 잘도 쏟아내기 때문이지요. 지난번엔 "아빠가 도서관 회원증을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으이구! 내가 못 살아, 못 살아!"하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습니다. 도서관 곳곳에 안내글을 써붙일 때면 장미의 도움을 빌리고는 합니다.

 

 
이 추천 도서글도 장미가 쓴 건데요. 엄마들이 힘들게 일하시는 걸 아빠들과 우리가 느끼지 못한다며, "느껴보세요~"라고 글을 썼습니다. 그 뒤로 이 책은 정말 아이들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답니다.
 
도서관에서 지내다 보면 아이들의 작품들이 수시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냥 두기 아까워 사진을 찍어 게시판에도 붙여놓기도 하는데, 여기저기 무척 자랑을 하고 싶어집니다. 저도 초등학교 시절엔 수수깡에 비닐봉지를 북북 찢어 멋있는 성을 만들고는 한 것 같은데, 이제는 그림 하나 그리기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그려도 식상하기 그지없는 그림이 되기 때문이지요.
 
'아, 나의 상상력은 정말 동이 났구나!'
 
언젠가 라디오에서 나온 웃긴 얘기가 생각나네요. 한 아이가 도화지 앞뒤로 검은 색을 빽빽하게 칠해, 엄마가 걱정을 하며 "이건 뭘 그린 거니?"라고 묻자 아이가 "김이요!"라고 대답을 했다지요. 정말 아이다운 대답입니다.
 
아이들은 상상력 똥을 싸는 모양입니다. 얼마나 부러운 줄 모릅니다.
 
 
솔방울로 타조 하나를 만들 때도 그렇습니다. 발레 하는 타조, 튼실한 다리를 가진 타조, 타조의 친구 강아지와 돼지 등, 아이들은 나뭇가지를 자르고 붙이고 서슴치 않고 집중합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타조 눈을 꾸미느랴 땀을 뻘뻘 흘리기도 하고, 날개로 쓸 솔방울을 찾느랴 다른 친구들이 한참 진도나갈 때 아무것도 못한 친구들도 생기고는 하지요.
 
개성만점 탈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를거야, 내가 누군지>를 읽고 자신이 좋아하는 탈 모양들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색감도 다양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탈들부터 수줍은 각시탈도 보입니다.
 
 
이번에는 찰흙으로 나무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나무 아래 기둥에 공룡 모양을 만들어놓고 나뭇가지에는 똥 열매를 줄줄이 달아놓은 민서, 도넛 모양을 가지마다 끼워 넣은 태우, 여백의 미를 몸소 실현한 버섯나무를 만든 병민이까지, 이제는 이런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인가 봅니다.
 
 
"이것은 바로 버섯나무다!"
"와하하하하!"
 
병민이의 버섯나무. 나뭇가지가 무거워하는 것 같아 버섯은 얼마 달리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버섯나무 하나에 아이들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답니다.
 
아이들의 작품들, 정말 구경할 만 하지요?
 
이 보석 같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찍어서 근사한 앨범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이가 들어 다시 이 도서관을 찾았을 때 아이들은 거뭇한 머리를 하고서는 머쓱하게 웃어보이겠지요. 아마 자기가 만들었던 작품들을 보고, 스스로 자신도 신기해 할 것 같습니다.  부디 이 아이들이 이 거침없는 상상력을  아주 오래오래 간직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누구의 눈이 두려워, 누구의 평가가 두려워 하지않고 나 스스로를 표현하도록 말이지요.

태그:#어린이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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