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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풍경1

 

매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의 하교 길에는 OO교회 이름이 새겨진 띠를 두른 아주머니들이 아이스크림 통을 갖다 놓고 고기 집에서 공짜로 주는 것과 똑같은 작은 아이스크림을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공짜 마다할 일 없는 아이들은 길게 줄을 서서 아이스크림 한 개씩을 챙겨먹고는 득의만만하게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그런가 하면, 커다란 아이스크림 통을 준비할 수 없는 그보다 더 작은 개척교회의 사모님은 가방에 사탕을 준비한 후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한 두 개씩 나눠주시며 교회 나오기를 다정스레 권하였다.

 

# 풍경2

 

어쩌다 동네시장을 가는 길에 보면 고운 옷을 차려입고 밝은 미소를 띠우면서 파라솔 밑 '길 카페'를 열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 하면서 팔을 잡아 끌 때가 있다. "집에서 마셨어요" 하면서 지나 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면 아주머니들의 대답은 한결 같은 동문서답으로 화답하였다.

 

"예수 믿고 구원 받으세요!"

 

# 풍경3


한눈에 뵈기에도 정중함이 몸에 베인 한 신사분이 세일즈를 처음 나서는 사람처럼 수줍은 듯, 그러나 용기를 내어 내게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명함을 살피니 그분은 부연 설명을 해 주었다.

 

"저기 보이는 2층의 00교회가 저희 교회입니다. 교회 나오셔서 구원 받으세요."
"아? 예…."

 

위의 경우들은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일 년에 몇 번 정도 마주치는 경우이다. 그러나 휴대용 휴지를 선물하며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분들은 수시로 만나게 된다. '딩동' 초인종을 눌러서도, 시장을 가다가도, 버스 정류장에서도, 놀이터에서도 쉽게 마주치게 된다.

 

이분 들이 나눠주는 휴지의 경우, 보통 휴지 겉면에는 교회이름과 예배시간이 적혀있고 안쪽 면에는 예수님을 믿으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행복해질 수 있는지 간절한 문구로 적혀있다. 왜 그렇게 생고생을 하며 전도를 하는 걸까?

 

그렇게 일방적 전도를 할 경우 피전도자의 기분이 어떨지 개신교인 분들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 경우는 개신교인들이 전도하지 않고 티내지 않을 때 오히려 더 새롭게 보였다. 그러면 참다못한 내 선에서 먼저 "아니, 왜 전도를 안 하는 겁니까?"라며 윽박지르곤 했다. 그래도 그분은 그냥 사람 좋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 나는 이내 꼬리를 내리고 "교회는 못 나가지만 예수님 말씀대로 좋은 삶을 살도록 노력 할 게요" 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다짐하곤 하였다. 그분이 나를 교회로 까지 인도하지는 못했지만 예수님의 마음은 충분히 전하게 된 것이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통성기도, 방언기도, 부흥회, 대단위 도심 집회 겸 예배 등은 비 개신교인에게 더욱더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개신교인들은 좀 인지 하셨으면 싶다. 그것은 그들만의 공명은 될지언정 비기독인들에게는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한다.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다 가신 권정생 선생은 '천당' 가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따뜻한 삶'이라 하였다. '따뜻한 삶'은 굳이 전도 행위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따뜻한 삶' 그 자체가 전도가 아닌가 말이다.

 

일개 무신론자가 남의 종교에 뭐라 하는 것이 외람되지만, 개신교인들도 나 같은 무신론자 혹은 타종교 인들이 많다는 것을 한번쯤 고려해 주었으면 싶다.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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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라는 말이 좋습니다. 이 순간 그 순간 어느 순간 혹은 매 순간 순간들.... 문득 떠올릴 때마다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런 순간을 살고 싶습니다. # 저서 <당신이라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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