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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사랑하는 것보다 성실한 사람은 없다
<인간과 초인>中-'G.B. 쇼'
 
 사람들의 삶의 문화는 급속도로 바뀌어도, 음식문화만큼은 옛 정취가 어린, 어머님이 직접 끓여주신 음식같다는 소문이 난 식당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숱하게 이어진다.
 
 대개 도심의 직장인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지난밤 숙취를 풀기 위한 해장국이나 설렁탕, 돼지국밥 등 가벼운 국밥을 찾는다. 점심은 마음에 점을 찍는 시간이란 풀이처럼 여성직장인들은 직접 싸 온 도시락을 먹거나 24시 김밥집에서 가볍게 한줄에 천원하는 김밥과 우동을 먹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밥과 라면, 우동 한 그릇도 삼천원 이상은 든다. 무얼 먹어도 점심 한끼에 오천원 상당은 든다. 이왕이면 영양도 있고 가격도 적당하고 속도 푸는 음식을 먹고 싶지만 찾기 힘들다. 매일 똑같은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없는 경우 이럴 때 생각나는 곳이 '덕천가 장국밥'집의 진땡 국밥이다. 이 장국밥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대개 단골이 된다.
 
       
부산 해운대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한 신시가지 중심에 자리한 '진땡 국밥집'의 국밥 맛은 19세기 말 구포 만석꾼 객상주인 덕천 김기한 대인의 집에서 끓이던, 구수한 솜씨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그 옛날 부산 북구 덕천동은 수운의 요충이자 예로부터 영남 물산의 집성지로서 낙동강 하구에 위치한 포구는 변성했고, 그 주위 객주가 번창했다. 많은 식솔이 딸린 큰 객주에는 특유의 국밥이 있는데 이 덕천 객주에서 끓이는 장국밥은 한 때 영남 제일이라 칭송을 받았다. 
 
 
 옛날 덕천가 장국밥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돼지뼈를 가마솥에 넣고 뼈가 물러지도록 하룻밤 하루 낮을 고아 뼈다귀 골수가 빠져나온 진땡이란 곰국과 그 진국에다 된장을 풀고 우거지, 정구지, 마늘, 파 등을 넣어서 끓인 장국밥이다.
 
덕천가 장국은 당시 하단의 재첩국과 함께 숙취의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 해장국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풍부한 영양소와 칼슘으로 청소년이나 임산부 특히 골다골증을 앓는 중년 여인에게 유익하다. 예로부터 덕천가의 장국밥을 닷새 얻어 먹으면 얼굴이 휜해지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특히 빨리 피로를 느끼는 사람에게 좋다고 알려졌다.
 
 
 
 임어당은 "날씨가 좋은 날 아침, 잠자리 속에서 마음을 가라 앉히고는, 도대체 이 세상에서 정말로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이 얼마나 될까하고 손꼽아 세어 보면 단연코 맨 처음에 손을 꼽아야 할 것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고 <음식과 약에 관하여>을 통해 말한다.
 
사람은 먹기 위해 살까. 살기 위해 먹을까. 답이 나오지 않는 화두를 안고 살지만 임어당의 말처럼 어쩌면 먹는 기쁨을 위해 즐겁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음식은 육체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원천이다. 무엇보다 어머니의 정성어린 음식만큼 맛이 있는 음식점은 흔하지 않지만 모처럼 상술로만 운영되는 음식점은 아니라는 점에서 발길이 절로 가는 곳이다.
 
마치 덕천가의 옛 객주에 온 것 같다. 점심 때를 휠씬 지나서인지 한가하다. 벽에 걸린 옛날 그림 속에서 도부상들이 왁자왁자하게 떠드는 소리가 먹는 흥을 더해 준다.   
 
술은 어이하여 좋으니 누룩 섞을 탓이러라
국은 어이하여 좋으니 염매 탈 탓이어라
음식 이 뜻을 알면 만수무강하리라.
<고산유고>中-'윤선도'

태그:#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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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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