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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할머니 거울 어디 있어? 나 거울 좀 봐야해"
"거울 여기 있다. 그런데 거울 안봐도 우리 우진이는 멋있어."


멋쩍은지 녀석은 싱글 싱글 웃으면서 거울을 본다.


며칠 전 우진이가 우리 집에서 자고 아침에 놀이방에 가려고 준비할 때였다. 전날 밤 우진이는 제 마음에 드는 옷으로  미리 골라 머리 위에 놓고 잠을 잤다. 아침에 일어나 그 옷을 입고는 거울을 찾는다. 그리곤 머리도 손으로 쓸어내리고 이리저리 살펴본 후 놀이방에 간다면서 운동화를 신는다. 아주 신이 난 듯했다.


"우진아 놀이방 가는 게 그렇게  좋아?"
"응 너무 너무 좋아."


아무 것도 모르는 나는 속으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저녁에 우진이를 데리러 제 엄마와 같이 가면서 우진이가 거울을 찾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 엄마는 웃으면서 "엄마 우진이가 요즘 '아정'이란 여자친구가 생겨서 그런가봐"라고 한다. 우진이를 찾아 데리고 오면서 물었다.


"우진아 아정이가 누구야?"
"아정이는 우리 반에서 최고로 이쁜 아이야."
"그래 우진이 엄마보다 더 예뻐?"
"응 조금 더 예뻐"


제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을 깜빡 잊은 모양이다.


옆에서 그런 말을 듣고 있던 제 엄마가 "너 진짜야? 아정이가 엄마보다 더 예뻐?"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큰일 났다 싶었는지 "그게 아니고 사실은 엄마가 조금 더 예뻐"하는 것이 아닌가. 딸과 나는 박장대소를 했다. 그러기 전까지는 누가 예쁘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했었는데. 정말 손자가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우진아 그럼 이락이는 어떻게 해. 그전에는 이락이가 제일 예쁘다고 했잖아"
"이락이는 아주 조금만 이뻐"


이락이는 아주 갓난아기 때부터 보고 자란 사이다. 제 아빠친구의 딸이라 여름휴가도 꼭 같이 가곤 한다. 여름에 놀러갔다 오면 한동안 이락이 얘기가 끊이지 않았었다.


그러던 녀석의 마음이 변해 다른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몽땅 빼앗겨 버린 것이다. 이락이가 이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손자는 나에게 아정이 이야기를 계속 늘어놓는다. 아정이는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예쁘기도 하다면서 자랑이 늘어졌다. 내가 다시 물었다.


"우진이가 아정이 좋아하잖아 아정이도 우진이 좋아해?"
"응 좋아해. 그런데 아정이는 우리반 아이들이 다 좋아해."


말하는 것이 어른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 손자가 어느새 몸과 마음이 부쩍 자란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일찍 온다더니 벌써 사춘기가 온 건가? 그림 반 친구 아들도 6살 때부터 사춘기가 시작되었다는 말을 얼마 전에 들은 기억이 난다. 


난 딸아이에게 말했다.


"요즘 그런 말이 있더라. 아들이 초등학교 들어가면 사촌이 되고, 군대에 가면 팔촌이 되고, 결혼하면 사돈이 된다더라. 아들이 자랄수록 그만큼 멀어진다는 말이겠지. 그러니깐 너도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딸은 말한다.


"엄마 나는 우진이 우협이 다 내 가까이에서 데리고 살 거야."
"그렇게 되면 좋지만 아이들이 따라주어야지. 그런데 넌 욕심도 많다."
"응 그렇긴 한데 그렇게 만들어야지. 그게 내 희망사항이야."


난 아직 아정이란 우진이 여자친구 얼굴을 보지 못했다. 다음에 놀이방에 가게 되면 손자의 여자친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자의 여자친구를 만나 볼 생각을 하니깐 내가 더 즐거워진다.


#손자#여자친구#새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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