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녹차에 반하게 만들어준 단식

보성녹차
 보성녹차
ⓒ 김선태

관련사진보기


지난 어느 해 여름 나는 의지력을 실험하기 위한 내 나름의 실험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들어앉아서 온 종일 글이나 쓰면서 단식을 감행한 것이다. 그것도 전혀 사전 준비를 한다든지 이행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박에 실험에 들어가는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이것은 미리 준비를 해서 정상코스를 밟는 단식이 아닌 비상사태하에서 인내력과 의지력을 실험하는 그런 과정으로 내 나름대로 설정을 한 것이다.

약속 시간은 72시간이었다. 처음엔 좀 답답한 마음이 들고 쉽지 않았지만 점점 더 익숙해져 가고, 또한 차분하게 나를 생각하게도 되고, 그동안 밀어 두었던 원고도 제법 쓸 수 있었다. 사실 우리가 일생동안 이처럼 단식을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내 나름으로 한 번 시도를 해보자고 한 것이었다.

60시간쯤이 지나자 이젠 조금은 지쳐 가는지 힘이 들었다. 더구나 작품을 쓴다고 담배를 조금 피웠더니 입 안에서는 썩은 냄새가 나는 것 같았고, 영 견디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식사는 아니니까 커피를 한 잔 해볼까?' 하는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믹서 커피를 하나 꺼내어서 커피를 탔다. 한 모금을 마시고 나니 텅 빈 위 속에 커피가 들어가자, 위 속을 후벼 파는 것처럼 통증이 왔다. 그때야, 아차 내가 빈속에 커피를 마셔서 위에 부담을 주게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위를 달래 보기 위해서 물컵을 들이마셔 보았지만 위는 쉽게 가라앉을 기색이 아니었다. 한동안 쓰라린 위를 달래 보려고 문질러 보기도 하고 쓰다듬어 보기도 하다가, 위를 달래는 길은 무엇인가 마셔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이런 것 때문에 우유를 마시는 것은 단식을 포기하는 것이 되므로 안 된다고 강력하게 마음먹고 나는 현미 녹차를 한 봉지 꺼내어서 타 먹었다.

보성녹차
 보성녹차
ⓒ 김선태

관련사진보기


바람 불다 잔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럴 때에 쓰는 말이 아닐까 싶을 만큼 위는 편안해지는 것이었다. 그뿐인가? 많이 피우지는 않지만 입에 물었던 담배의 영향으로 터분하고 텁텁하던 입속까지 시원해지는 것이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흐리터분하던 머릿속이 마치 빗자루로 쓸어내리듯, 모래밭의 물에서 물장구를 치고 난 흙탕물이 가라앉듯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빨리 진행되었다. 머릿속에서 먼지처럼 가라앉아가는 흐린 정신은 어느새 새벽을 맞은 하늘처럼 환하게 밝아지는 것이었다. 흐린 하늘에서 구름이 걷히듯, 바닷가에서 바다를 뒤덮던 해무가 바람에 쓸려나가듯, 머릿속은 환하게 맑아지는 것이었다.

요즘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는 녹차 팩을 이용했을 뿐인데 이처럼 맑은 기분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 좋은 녹차 '세작', '우전' 등급 정도를 마셨다면 아마도 신선이라 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이미 2, 3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그날의 광경을 생각만 하여도 바로 그 순간이 그대로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을 지금도 느껴지곤 한다.

보성녹차
 보성녹차
ⓒ 김선태

관련사진보기


그 뒤로 나는 녹차를 애용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녹차를 늘 곁에 두고 마시는 데 팩으로 포장된 것을 일회용 종이컵에 마시는 것은 최대한 피하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대로 팩으로 된 녹차에는 녹차는 불과 몇 %만 포함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나마도 농약을 함부로 쓴 녹차이고, 현미와 종이 팩에서는 뜨거운 물에 의해서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녹차를 마시면서 건강을 생각한다고 한다면 웃기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농약이 묻은 녹차와 환경 호르몬이 나오는 종이 팩과 종이 컵, 위생 관리가 불량한 현미를 넣고 뜨거운 물로 잘 우려내서 마시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늘 곁에 스테인리스로 된 보온병에 우전 '곡우전에 딴 제법 고급 녹차' 정도의 녹차를 넣고 몇 차례고 우러나도록 물을 부어서 따라 마신다. 마지막에는 남은 녹차를 버리지 않고 채소를 갈아 먹는 속에 넣어서 함께 갈아서 마신다. 이렇게 녹차를 애용하게 만들어준 그날의 경험은 가끔 마시는 커피 맛을 쓰게 만들고 우리 고장의 녹차를 더욱 가까이하게 만들어 주는 아름답고 값진 추억이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녹원환경뉴스,디지털특파원,개인블로그 등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단식, #입냄새, #커피, #녹차, #우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 한국아동문학회 상임고문 한글학회 정회원 노년유니온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 ***한겨레<주주통신원>,국가인권위원회 노인인권지킴이,꼼꼼한 서울씨 어르신커뮤니티 초대 대표, 전자출판디지털문학 대표, 파워블로거<맨발로 뒷걸음질 쳐온 인생>,문화유산해설사, 서울시인재뱅크 등록강사등으로 활발한 사화 활동 중임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