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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세계여성포럼
2007 세계여성포럼 ⓒ 여성신문

세계 각국의 여성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2007 세계여성포럼'의 화려한 막이 올랐다. 

문화방송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이번 포럼은 '여성 리더십과 성공의 재조명'을 주제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렸다.

지난 13일 오전 열린 개회식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여성리더 70여명을 포함해 국내외 일반 참가자 등 70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롯해 포럼의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은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과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최문순 문화방송 사장, 마유미 모리야마 일본 중의원, 니노 부르자나제 그루지야 의회 의장, 전신애 미 노동부 국장, 페라 웰스 유엔협회세계연맹 사무총장, 베스 브룩 언스트 & 영 부회장 등이 개회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회사를 맡은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은 "21세기는 여성의 섬세함과 유연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강조되는 시대"라며 "균형 잡힌 지성과 따뜻한 가슴을 품고 양성평등을 이끌어갈 여성이야말로 이 시대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권양숙 여사는 축사에서 "여성 잠재력의 활용이 나라의 국력과 경제 미래의 척도가 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 또한 헌정사상 첫 여성총리와 여성 법무부 장관을 배출하는 등 여성의 권익 신장과 평등에 앞장섰고, 앞으로도 양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기조연설에는 니노 부르자나제 그루지야공화국 의회 의장과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가 연사로 나섰다. 니노 부르자나제 의장은 지난 2003년 반정부 시위대와 야당에 의해 의회가 점거됐던 일명 '벨벳혁명' 직후 임시대통령으로 국정을 운영했던 인물.

그는 의회 의장으로서 양성평등 문제를 국가 차원에서 다룬 경험을 소개했다. 특히 2004년 의회 차원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자문위원회'를 설치해 이후 인신매매방지법과 같은 법안이 제정된 것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또 평등고용주 상과 젠더저널리즘 상을 제정해 양성평등 인식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회식에 이어 '여성 리더십과 글로벌 도전과제'를 주제로 개막총회가 열렸다. 안잘리 라오 CNN 앵커가 좌장을 맡았고, 연사로는 비샤카 데사이 아시아 소사이어티 회장, 양란 양광 미디어투자그룹 창립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총재, 도영심 외교통상부 관광스포츠 대사가 나와 강연을 했다. 이어 세계적인 회계법인회사 언스트 & 영의 부회장인 베스 브룩의 '21세기의 리더십'을 주제로 한 특별연설을 끝으로 오전 행사가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행사에서는 전혜성 미 동암연구소 이사장의 '리더십, 여성, 그리고 문화:한국여성의 유산'을 주제로 한 특별연설을 시작으로 각 분과세션이 이어졌다.  포럼 마지막날인 14일에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특별연설을 했다.

 유-푸 이슌
유-푸 이슌 ⓒ 여성신문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18번째로 여성의 지위가 높은 나라지만, 특별히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나 법안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결은 간단합니다. 한번 법을 만들면 완벽하게 지켜서 다시 비슷한 내용의 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세계여성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유-푸 이슌 싱가포르 지역사회개발 청소년체육부 장관을 지난 11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높아질수록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가장 큰 역할은 가족친화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싱가포르의 중년 이상 여성들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고학력 젊은 여성들은 소득은 높으나 결혼·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전하며 육아지원 확대와 탄력 근무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음은 유-푸 이슌 장관과의 일문일답.

- 싱가포르는 공무원 청렴도 세계 1위, 국민소득이 3만달러 이상인 선진국이다. 비결이 궁금하다.    
"가장 큰 비결은 한 번 법을 만들면 완벽하게 지킨다는 것이다. 최근에도 비오는 날 여학생의 우산을 빌려쓴 남학생이 성추행 혐의로 대학에서 퇴학 당하고 감옥까지 갔다. 정부는 남학생이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게 법을 집행했다. 그것이 싱가포르가 국가청렴도 1위를 차지한 비결이다. 투명한 정보공개도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일례로 장관도 총리도 지역구 유권자에게 이메일 주소를 공개해야 하고, 모든 메일에 답변해야 한다. 지붕에 물이 새고 있다는 등, 모기가 많다는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모두 얘기할 정도다. 답변을 하지 않으면 거센 항의를 감수해야 한다. 작은 것까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비리나 부정부패가 자리잡기 어렵다."

-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로도 유명한데.
"지난해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여성권한척도(GEM)에서 세계 18위를 차지했다. 여성 국회의원이 24.5%에 달하고, 개인 또는 부부 공동으로 자기 명의의 부동산(아파트)을 소유한 여성이 전체의 87%에 달한다. 여성이 살기 좋은 나라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특별히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나 법안은 없다. 지난 1961년 여성의 선거권과 사유재산권 등을 포함해 국민의 기본 권리를 명시한 법이 전부다. 한 번 법이 제정되면 완벽하게 지키기 때문에 다시 비슷한 내용의 법을 제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에게 주어져야 할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경우 바로 지적하고 압력을 가하는 여성의원들의 활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 여성의 권한 신장을 위해 정부가 꼭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성의 경제참여율이 증가할수록 국가경쟁력도 높아진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포르에서는 여성의 절반이 경제활동을 한다. 일하는 여성은 모두 가정생활과의 양립을 원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여성정책은 가족친화적인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이것을 '가족지원서비스'(family support service)라고 부른다.

싱가포르의 경우 지역사회개발 청소년체육부를 주무부처로 하는 장관위원회에서 여성정책이나 대책을 논의한다. 위원회가 추진한 정책 중 하나가 가족친화기업상(pro-family award)을 수여하는 일이다. 이 상을 받은 기업들은 건물 로비에 상패를 자랑스럽게 걸어놓는다. 가족친화적인 고용환경을 이루기 위해서는 시민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싱가포르에는 아버지의 돌봄노동 참여를 지원하는 '아버지센터'(FATHER CENTER)와 '아이 러브 칠드런'(I LOVE CHILDREN)이라는 단체가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힘입어 지난해 국가가정위원회가 설립됐다." 

-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정부 예산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하는 '성인지 예산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싱가포르에도 이같은 내용의 제도가 있나?
"특별히 제도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건분야의 경우 여성의 건강권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책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또 많이 지원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유방암 등 각종 부인병으로 인해 남성보다 더 많은 의료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보다 긴 수명을 고려한 예산도 책정하고 있다."

- 여성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계를 느낀 경험이 있다면?
"싱가포르는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의 평균임금은 남성의 86%에 불과하다. 중년 이상의 여성들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고, 고학력 젊은 여성들은 소득은 높으나 결혼·출산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육아지원 확대와 탄력 근무제도 도입이 시급한 과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CEO 등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고위직 여성들이 정치에 개입하거나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 참여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미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다."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 ⓒ 여성신문


"사회가 여성지도자를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여성들이 정치에 좀더 많이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007 세계여성포럼 참석차 우리나라를 방문한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지난 12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여성정치인의 증가는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12월 가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의 만남을 거론하며 "이제는 투표를 할 때 여성, 남성 등 '성'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산업화 시대에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분명한 역할 구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개인에게 맞는 것을 찾아나가는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성들의 참여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남녀관계의 변화를 가져온 배경으로는 '산업화 사회에서 지식기반 사회로의 이행'을 꼽았다. 그는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한 현대 경제에서는 여성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면서 "여성이 고도로 발달한 산업분야로 진출을 하면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사나 양육으로 인해 정보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 대해서는 인터넷 이용이 효과적이라면서 자신의 지식 습득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나는 매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신문과 함께 요미우리신문 영문판 등 3~4가지 신문을 읽으면서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의 미래에 대해서는 "신문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맞다"고 전제하고 "대량화를 탈피하고 전자신문으로 나아가는 것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신문에서 원하는 정보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종이처럼 가볍고 접을 수 있는 전자신문 기계를 발명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인 만큼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나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다음은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 여성에 있어 미래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여성과 미래의 관계는?
"지금 세계 각국은 많은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지식기반 사회로의 전환이다. 기술발전 등 여러가지 이유로 경제뿐 아니라 사회·정치·문화적으로도 변화를 겪고 있다. 이처럼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결국에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제1의 물결은 농업, 제2의 물결은 산업, 제3의 물결은 지식기반 경제로의 이행이다. 미국에서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물결이다. 굴뚝산업 종사자 수보다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50년대에 처음으로 피임약이 발명됐다. 국가 단위의 여성기구가 설립되기도 했다. 굴뚝산업은 남성적 힘이 중요한 사회였지만, 이제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는 것은 지식·두뇌의 힘이다. 이에 따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으며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 여성들 중 정보 취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있다. 이들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인터넷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터넷을 통해 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거나 일과로 인해 지쳤다고 해도 클릭 한 번 못할 정도로 힘들지는 않지 않나? 또 컴퓨터와 텔레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가능하게 됐다. 보다 더 여유가 있고 자기 개인의 시간에 맞춘 스케줄대로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들 때문에 집을 떠날 수 없던 여성들이 인터넷 쇼핑몰 등을 차린다거나 하는 새로운 사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제3의 물결'을 아내 하이디와 함께 쓸 때 발견했던 기회가 지금은 현실화된 것이다.

나 역시 미디어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나는 주로 복잡한 사회를 대상으로 살펴본다. 경제뿐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고 있느냐를 중심으로 본다. '어떤 지식을 어떻게 얻을 것이냐'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데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을 가지면 다양한 문화와 사건들을 접함으로써 견문을 넓힐 수 있다.

특히 외국 신문을 읽는 게 좋다. 새로운 시각을 접하고,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 나는 요미우리신문 영어판 등 3~4가지를 읽는다. 뉴욕타임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다.
또 사고를 넓히기 위해 다양한 친구를 가져야 한다. 나에게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적인 틀에 맞지 않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

- 한국 여성들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여성들이 발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보는가?
"한국 여성들은 남성들 못지않게 지혜롭고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한국사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애쓰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어느 사회에서든 가장 중심에 서있는 것은 비즈니스 산업, 즉 경제다. 앞서 말했듯 현재의 경제는 예전처럼 물리적인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힘에 기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여성들의 지식을 많이 필요로 하고, 여성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여성이 IT기업,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서있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기술에서 고도로 발달된 산업분야로 진출하게 되면 여성의 권리, 지위가 더 향상되는 기회가 될 것이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환담을 나눈 적이 있다. 여성지도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박 전 대표를 만났던 일차적 원인은 한국의 정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얻고자 했던 것이다. 또 유력한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훌륭한 여성정치인이라고도 들었다. 하지만 특정 정당과 인연을 맺기 위해 만난 건 아니었다.

여성과 정치에 관련해선 전세계적으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여성정치인이 늘어나는 건 세계 어디서나 필수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것 같다. 미국만 해도 여성 대통령후보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이제는 투표를 할 때 남성, 여성이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여성들이 더 깊이 정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성들의 권익이 꼭 여성대통령, 여성총리가 나와야만 향상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많은 NGO 사회단체들이 여성에 의해 설립되고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조직들은 날로 많은 힘을 얻으면서 이제는 정계에서도 이런 기관들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정치 틀뿐 아니라 여러 사회기관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는 신문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의 미래는?
"신문이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며 산업화(과거)의 산물이다. 대량생산되고 대량유포되면서 다양성을 거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문의 역사가 끝나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몇 년 전 임페리얼 호텔 로비에서 아사히신문이 원하는 지면만을 뽑아볼 수 있는 복사기를 가져다놓은 것을 봤다. 이것이 바로 앞으로 신문이 나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원하지도 않는 신문을 대량으로 생산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숲을 파괴하고 있는가. 대량화를 탈피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전자신문(eletronic paper)이다. 미국 MIT대학은 수년 동안 종이처럼 가벼운 기계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 여성신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로 불리는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67) 그라민 은행 총재가 세계여성포럼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한국을 방문했다. 유누스 총재는 빈민층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줘 자활을 돕는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 운동의 선구자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물. 지난 10일 이화여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누스 총재를 만났다.

그라민 은행 대출자 97%가 여성

남성인 유누스 총재가 세계여성포럼 조직위원장을 맡은 것은 그라민 은행이 여성들을 위한 은행이라는 배경 때문이다. 현재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730만명의 수혜자 중 97%가 여성이다. 그는 그라민 은행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기존 은행권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돕고자 했다.

"어디를 가든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왜 여성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730만명의 남성들에게 돈을 빌려줬다면 아무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겠죠. 남성들과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성과 함께 하는 것은 이상하게 여기는 편견을 깨고 싶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성 자신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힘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여성들에게 대출을 해주겠다고 하면 "저는 돈에 대해선 전혀 모릅니다. 남편에게 돈을 주세요"라고 답하기 일쑤였다. 직원들은 "여성들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데 왜 줘야 하느냐"며 불평을 했다고 한다.

남성들의 반발도 거셌다. 남편들의 반대로 여성들에게 다가가기가 힘들었다는 것. '여성들이 돈을 갖는 건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는 종교계의 비판도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종교적인 반대가 아니라 이슬람 율법의 포장을 쓴 남성들의 반대임을 그는 알게 됐다.

여성기업가 키워낸 발판

그라민 뱅크의 시작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방글라데시에서 대학 교수로 일하던 유누스 총재는 옆마을 사람들이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것을 보고 가난한 사람들과 은행을 연결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은행의 거절로 이루지 못하고, 스스로 보증을 서서 돈을 빌려 그 마을 사람들의 빚을 갚았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빈민들을 위한 그라민 은행을 세웠다.

그라민 은행은 돈을 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얻도록 도왔다. 농장에 고용돼 벼를 타작하던 여성들에게 볏단을 사서 직접 다듬어 시장에 팔도록 했다. 가축을 돌보는 일에 고용됐던 여성들은 가축을 사서 키워 팔도록 했다. 이런 익숙한 분야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사업을 넓혀 나가 현재는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있다.

처음에는 글도 읽을 줄 모르고 특별한 기술도 없는 여성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있었다. 이를 깨기 위해 시도했던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이 '그라민 폰'이란 자회사를 세워 운영한 '휴대전화 대여업'이다. "글도 모르는 여성들은 전화번호도 누를 수 없을 것"이라는 비웃음을 물리치고 전화선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시골마을 여성들에게 휴대전화를 사게 해 사람들에게 대여하는 서비스 사업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국가 전체의 큰 변화 기여

그는 "지난 25년간 방글라데시의 가장 큰 변화는 여권신장이며, 그라민 은행은 여기에 큰 역할을 했다"며 뿌듯해했다. 돈을 가진 여성들은 스스로 자신을 강하다고 느끼게 됐고, 부인을 보는 남편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가정 내에서 여성의 지위가 달라지자 방글라데시 국가 전체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구증가율의 감소. 방글라데시는 세계 1위의 인구밀도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다. 유누스 총재는 "25년 전 여성 1명당 6.5명의 아이를 낳았고, 연간 인구증가율이 3% 이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여성 1명당 자녀 수가 3명 이하이고, 인구증가율은 1.4%로 인접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몇 명의 아이를 낳을 것인가를 여성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빈곤 감소도 중요한 변화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방글라데시의 빈곤율은 1년에 1%씩 감소했고, 2000년대에는 이 수치가 2%로 증가했다. 그는 "2015년까지 이런 감소율을 유지하면 빈곤율 50% 감소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했다.

평균수명도 늘어났다. 25년 전 방글라데시인의 평균수명은 56세였으나 현재 65세로 높아졌다고. 특히 예전에는 여타 국가들과 달리 남성의 수명이 여성보다 길었으나 이제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길어졌다.

모든 사람은 기업가 능력 갖춰

유누스 총재는 "모든 사람들은 기업가다. 모든 사람은 기업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지만, 대부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대출금만큼 그라민 뱅크의 지분을 소유한다. 대출자의 97%에 달하는 여성들이 그라민 뱅크의 소유자이며 중요한 의사결정자인 셈이다.

"저는 그라민 은행의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방글라데시는 학교를 마쳐도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나라지만,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 말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라고 합니다. 너희 엄마들이 은행을 소유하고 있으니 아이디어만 있으면 돈은 얼마든지 빌려줄 수 있다구요."

그는 지난해 아내와 함께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의 아내는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은딸은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고 있다. 큰딸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소프라노인 모니카 유누스. 모니카는 'Sing for Hope'라는 오페라 가수들로 구성된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자선공연을 통해 돈을 모아 가난한 사람을 도우며 아버지의 뒤를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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