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납치 사태를 이야기할 때 빼놓아서는 안 되는데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인터콥'과 '최한우'(이하 최바울)이다. 작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최바울 선교사는 초교파적인 선교 기관인 인터콥의 본부장(대표)이자 인터콥이 만든 전략적 비정부 기구인 아시아협력기구(이하 IACD) 사무총장이기도 하다. IACD는 작년 8월에 1000여 개 교회와 2000명이 넘는 인원을 동원해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라는 대규모 행사를 계획해 사회적으로 상당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자기중심적 선교의 전형, '아프간 평화축제' 당시 정부는 아프간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외부의 분석에 의해 수차례에 걸쳐 행사 취소를 권유했고, 행사에 참가하는 교회와 전국 대학교에 공문을 보내 참석을 자제토록 당부했다. 그럼에도 IACD 측이 행사를 강행하려고 하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6개 부처 장관 정부합동담화문까지 발표하는 등 행사 중지를 강력히 요구했다.(관련 기사 보기)
현지에 있는 사역자들도 평화축제가 가져올 악영향을 우려해 인터콥과 외교부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행사 개최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평화축제가 참석자들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거니와 현지에 있는 사람들의 안전과 사역에까지 치명적인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본부장은 "이슬람에 대한 전문성 부재가 불러온 과도한 조치"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IACD도 성명서를 통해 "명백한 종교 탄압과 인권 탄압 행위"라고 규탄하면서 막무가내로 행사를 추진했다. 이들은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한 치안 상태로 인해 단체 비자 발급이 중단되자 개인용 관광 비자를 받으면서까지 출국을 시도했다. 급기야 아프간 정부까지 나서 참가자들의 입국을 금지하고 전세기까지 동원해 강제 출국시키기에 이른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수십 명이 입국 거부되거나 공항에서 탑승 거부되어 1200명이 넘는 인원이 강제 추방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당시 인터콥의 평화축제 강행으로 교계와 사회에 뜨거운 논란을 몰고 왔다. 지금 한창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 기독교의 일방적인 자기중심적 선교의 전형을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를 통해 인터콥이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관련 기사 보기)
사실 이번에 납치된 이들에게 쏟아진 여론의 혹독한 비난은 처음이 아니다. 작년 평화축제 때에도 "아프간으로 보내버려라. 우리 손 쓰지 않고 쓰레기 처리할 수 있는데 왜 못 가게 하냐", "가서 죽어도 정부에 뭐라고 하지 마라. 도움도 요청하지 마라. 우리 정부도 바쁘다"는 인터넷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일부 네티즌들이 보기엔 이번에 납치된 이들이 작년에 그렇게 가지 말라고 했건만 기어이 찾아가서 말썽을 일으킨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쏟아지는 분노와 비난의 상당 부분은 작년에 이미 조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콥과 샘물팀은 무관한가?
그럼 이번에 납치된 이들과 인터콥과는 무관한가. 인터콥의 최 본부장은 지난 7월 25일과 26일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납치된 이들과 자신의 단체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지금 최한우 사무총장께서 계신 인터콥은 여기에 전혀 관여를 안 했다는 얘긴가요? (손석희)" "예, 이번 경우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름에 저희는 아프간에 봉사 활동을 한 명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최바울)"
다음날 가진 두 번째 인터뷰에서 최 본부장은 인솔자 3명이 ANF(All Nations' Friendship) 소속이며, ANF는 인터콥과 같이 일하는 여러 단체 중 하나라는 식으로 설명했다. 즉 인터콥과 전혀 무관하지 않으나 협력하는 다른 단체라는 식의 애매한 답변이었다. ANF는 인터콥 소속 선교사이자 의사 출신인 고세중씨가 만든 단체로, 인터콥에 연관되어 있는 의료 사역 협력체다. 이뿐 아니라 인솔자 중 한 명인 이은주씨가 인터콥 소속 선교사라는 것은 분당 샘물교회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프간 현지 선교사들도 샘물팀을 인솔한 3명의 인솔자가 인터콥 소속 선교사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최 본부장은 이들과 인터콥과의 관계를 부인했고, 오히려 납치된 이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래는 사건 발생 후 최 본부장이 쓴 글이다. "이번 납치 사건은 단기 선교팀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수칙을 잠시 망각한 데서 발생한 것이다. 카불-칸다하르 구간은 강도들이 난무해서 매우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라는 사실은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이번 납치 사건이 나기 전에도 매일 5건 이상의 강도 사건이 이 구간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강도들은 금품을 노린다. 그렇다면 고급 전세버스를 타고 이동하지 말아야 했다." (최 본부장이 7월 21일에 쓴 '아프가니스탄 단기 사역팀 피랍 사건 어떻게 볼 것인가' 중에서) 최 본부장이 주장한 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그 상황에서 본인이 할 말은 아니었다. 자기 단체 선교사가 인솔한 팀이 문제가 생겼으면 먼저 사과하고 책임을 통감했어야 했다.
하지만 최 본부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단기팀의 사역 운영은 매우 조심스럽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준비 단체는 초청만 하고 단기 사역은 참여 교회의 재량에 맡겨버린 것은 아무래도 큰 실수라 할 수 있다"며 다른 단체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아프간 현지 선교사들, 비판의 7할은 인터콥의 몫
때문에 아프간에 있는 현지 선교사들에겐 이번 사태와 인터콥이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8월 2일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선교사 컨퍼런스에서 만난 외국인 선교사들의 반응도 이를 잘 말해준다. 작년에 최 본부장은 평화축제를 아프간에 있는 일부 한국인 사역자들만 반대하는 것처럼 오도했지만,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선교사들의 증언은 정반대였다.
무자헤딘 출신 선교사인 후세인 선교사도 인터뷰(해당 기사 보기)를 통해 인터콥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인터뷰 내용의 7할은 인터콥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당시 인질들의 상황을 고려해 인터콥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기사를 실었다). 당시 후세인 선교사는 "선교의 이기주의가 결국 선교의 이단을 만든다"며 인터콥의 독선적인 선교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었다.
특히 후세인은 작년 평화축제를 아프간에 있던 수많은 외국 선교사들을 비롯해 아프간 현지 교회 지도자들까지도 반대했었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그리고 행사를 반대하는 뜻을 담은 공문을 한국 교회에 보낸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며, 일부 한국 선교사들만 반대했다는 최 본부장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거짓말이다. 그 단체만 제외하고 모두 반대했다. 작년에 대표로 공문을 보낸 사람이 바로 나다. 하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들어야 한다. 하나님이 주시는 메시지와 지혜를. 하나님은 우리를 홀로 두지 않으셨다. 다른 선교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후세인 선교사는 다시 한 번 단호한 어조로 "내가 작년에 평화축제를 연다고 했을 때 바보 같은 짓이라고 경고했다. 수많은 선교사들이 수십 년에 걸쳐 사역해온 모든 것을 1주일 만에 파괴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솔자들의 실수는 왜? 현지 선교사들이 비판했던 또 다른 한 가지는 샘물팀 인솔자들의 부주의함이었다. 후세인 선교사도 "카불에서 칸다하르까지 가려면 다른 선교사들에게 물었어야 했다"며 "카불에서 칸다하르까지 현지인의 동행도 없이, 하루 만에, 그것도 오후에 그 지역을 통과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관련 기사 보기)
다른 아프간 선교사들은 인솔자들이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던 이유에 대해서 인터콥 소속 선교사들이 평소에 현지의 타 단체나 선교사들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니 현지 상황보다 한국 본부에서 오는 정보만 듣게 되고, 본부에서 안전하다고 하니 정말 안전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아프간 치안 상황에 대한 최 본부장의 인식은 작년 <복음과상황>에 실렸던 인터뷰 기사(해당 기사 보기)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아프간 상황이 매우 호전된 상태이며 일반 민간인과 아프간 주재 외국인에 대한 테러는 지난 어느 때보다 줄었다. 또 한국인을 목표로 한 테러는 과거나 지금이나 전무하다"고 언급했다.
작년에 평화축제를 준비하던 IACD 측도 마찬가지다. 행사가 중단된 이후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난 5년 동안 현장을 누비며 봉사활동을 해온 우리에게는 정부가 제시한 것(위험성)들이 가능성 0.001%도 되지 않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길거리 루머 수준"이라고 말하며 안전을 자신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잘 아는 현지인 선교사들에게 이번 납치 사건은 우연한 사고라기보다 인재(人災)에 가까워 보이는 것이다. 카불에서 교육 활동을 했던 이욱(62)씨가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지에서는 이미 2006년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 이후 한국인 선교단에 대한 납치가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납치 사건이 이제야 벌어진 게 오히려 신기한 일"이라고 말했던 것도 이를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여전한 최바울 본부장 하지만 최바울 본부장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한국 정부와 다른 사역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작년에 열렸어야 할 평화축제가 열리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소위 NGO꾼들의 방해가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을 초래하게 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을 다른 사람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행사(평화축제)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일관하여 국내와 현지의 여론을 악화시킨 것은 국내 일부 언론들과 아프간 현지 일부 한국인 NGO사역자들이다.…오히려 작년 행사가 한국 정부나 일부 현지 사역자의 방해 공작 없이 잘 진행되었다면 지금 아프간 국내 사정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 작년 평화축제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면 국내적으로는 우리가 목표로 한 National Healing Program은 효과를 봤을 것이고, 대외적으로는 '안정이 정착된 아프간'이 알려지면서 투자는 활성화되고 재건 사업은 빠르게 진행되고 아프간 현지 경제 사정도 호전되면서 강도 및 탈레반 세력은 사라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슬람 및 아프가니스탄 사정을 깊게 알지 못하는 한국 정부와 처음부터 사역보다는 다른 목적에 관심이 많은 소위 NGO꾼들의 방해가 아프간의 현재 상황을 초래하게 했다고 우리는 평가한다.…" (최바울 본부장이 7월 21일 쓴 '아프가니스탄 단기 사역팀 피랍 사건 어떻게 볼 것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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