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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주 노동자가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에서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고 며칠을 지내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체격이 커 옷을 줘도 갑갑하다며 입지 않았던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소재 (사)외국인노동자인권을위한모임(아래 인권모임)은 17일 소식지 <창>을 통해 이주 노동자 단속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단체는 “부산 출입국은 나몰라 패밀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출입국사무소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막무가내식 단속을 벌이면서 권리구제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모임은 중국 출신 고아무개(30대 초반)씨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고씨는 지난 8월 8일 경남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단속반에 적발되었다. 그는 진해 A업체에서 퇴직금(130여만원)과 울산 B업체에서 임금(300여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지난 9월 4일 청주보호소로 이송되었다.

 

"수갑을 꽉 채워 손목에 피멍 들어"

 

인권모임은 고씨가 작성한 진술서를 통해 갖가지 인권 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체포 당시 단속반이 욕설을 했고, 수갑을 꽉 채운 뒤 한 손을 차량 창문 창살에 묶어 놓았는데, 나중에 손목에 피멍이 들었다는 것.

 

그는 “덩치가 있고 손목이 두꺼워서 그런지 수갑이 손목을 세게 조였다”면서 “직원한테 요구해 조금 풀었지만 이미 수갑 자국이 생겨나 있었다. 그 뒤 상처가 다 나았지만 그래도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주장.

 

단속반원이 '미란다 원칙'을 설명했지만 그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고 주장. 그는 “처음 체포 때 총을 보여 준 사람이 종이 한 장을 주었다. 종이에는 두 줄의 중국글자가 있었지만 간체가 아니어서 무슨 뜻인지 몰랐다”면서 “그 사람이 사인하라고 재촉하기도 했다”고 설명.

 

그는 “돈(퇴직금·체불임금)을 못 받았기에 사인할 수 없다고 하자 단속반원이 욕설을 했으며, 나중에는 ‘네 돈 못 받는다’고 한국말로 말했다”고 주장.

 

출입국보호소는 체포해 온 이주 노동자들에게 작업복을 갈아입도록 했다. 그런데 고씨는 "덩치가 커 출입국사무소에서 준 작업복이 작아서 입지 못하고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니 돈 못 받는다'고 한국말로 말해"

 

그는 “작업복이 너무 지저분했고, 러닝셔츠와 팬티에도 먼지가 너무 많았다”면서 “방법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속옷만 입고 들어갔고, 여자 보호소를 지나가야 하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그래서 빨리 지나가 버렸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다음 날 친구가 면회 왔을 때도 속옷만 입고 만났고, 면회 끝나고 여자 보호실 지날 때도 너무 부끄러웠다. 3일 지난 후에 엄청 큰 바지를 하나 줬고, 친구가 사온 옷을 입으려 했지만 보호소에서는 처음에는 입지 못하게 하다가 나중에 윗도리 하나를 주었다”고 밝혔다.

 

보호소 생활과 관련해 그는 “전기도 끊기고, 물도 너무 지저분 했다. 먹으면 물에서 냄새가 났다”면서 “내가 물통을 바꾸는 걸 봤는데 새로 가지고 온 물이 반통 밖에 없었다. 수돗물인 것 같다”고 진술했다. 퇴직금·체불임금에 대해 보호소 직원은 “포기하라”는 말을 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인권모임은 “출입국사무소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단속에는 혈안이 되어 있으면서도, 막상 그들의 인권보호와 기본적인 노동권 보호조차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입국사무소 "퇴직금 등 주장 사실과 달라"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는 다르게 설명했다. 출입국사무소 관계자는 “무엇이 인권인지 모르겠다. 체불임금을 받도록 해서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단체에서 자꾸 붙들고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퇴직금에 대해, 그는 “회사에 물어보니 근무기간은 1년 미만(2004년 10월~2005년 8월)이어서 사유가 안된다. 2005년 8월 임금을 정산해 주었다고 한다. 당시 소재 불명이어서 관련 기관에 신고까지 했다며 증거자료를 제출했다”면서 “하지만 고씨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자료는 없고 단지 자신의 진술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

 

체불임금에 대해, 그는 “울산의 한 도급업체에서 일을 한 모양인데, 회사 관계자 2명의 전화번호를 받았지만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전화번호 하나는 착신금지 상태며, 다른 번호는 30차례 넘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옷에 대해 그는 “여름 복장은 짧은 바지다. 보호소에 있는 제일 큰 사이즈가 110호인데, 고씨는 체격이 커서 제일 큰 옷을 줘도 작다며 입지 않았다. 그런 것을 갖고 인권침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욕설 등과 관련해 그는 “그동안 적발과정에서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는데, 요즘은 미란다원칙 등으로 인권침해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면서 “단속과정에서 직원이 욕설을 하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산보호소에는 자체 시설이 부족하다. 청주보호소는 시설도 좋고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그래서 청주보호소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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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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