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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자료사진)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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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마시지걸' 발언 파문이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 후보 쪽이 <오마이뉴스> 등이 보도한 '마사지걸 고르는 법'에 대한 언급 내용을 사실상 전면 부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후보 쪽은 어제(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5개 여성단체의 공개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일부 매체에 보도된 것을 보면 발언의 내용과 뉘앙스 모두 와전 또는 왜곡된 측면이 강하다"며 "이 후보는 그 자리에서 여성을 비하하거나 특정 직업을 비하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또 "발언 전후 맥락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 일부 매체에서 암시하는 특정 직종을 언급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답변서는 한나라당 대변인실 명의였다.

이 후보 측의 이같은 답변은 사실상 <오마이뉴스>의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발언의 내용)은 물론이고, 그 정황(뉘앙스)까지 ‘왜곡’ 혹은 ‘와전’시켰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오마이뉴스>등이 한마디로 없는 이야기를 거짓으로 지어냈거나, 혹은 앞 뒤 말을 거두절미하는 방법 등으로 ‘악의적’으로 왜곡해 보도했다는 이야기다.

언론의 오보인가, 이명박의 거짓 해명인가

만약 그렇다면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의 보도는 오보임에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는 이명박 후보 측이 거짓 해명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공당의 후보가 자신의 말실수나 어려운 상황을 거짓말로 피해가려 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얼마든지 국민을 '기만'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 후보 측의 이런 해명의 문제점을 보도한 신문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한겨레>는 문제 발언 자리에 동석했던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의 당시 '해명발언' 등을 소개하며 이명박 후보 측의 이번 해명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제의 발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의 말을 빌어 "이 후보가 또 다시 사실과 완전히 다른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겨레>의 이런 보도와 무관하게 <오마이뉴스>는 9월 13일 이명박 후보의 ‘마시지 걸 고르는 법’에 관한 발언을 보도하면서 이 후보와의 저녁 자리에 참석했던 3명의 편집국장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 자리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등 8개 신문사와 <연합뉴스> 등 모두 9개 언론사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중앙일보>는 편집국장 대신에 부국장이 참석했다.

이들 10명 가운데 최소 3인 이상으로부터 확인한 내용을 이명박 후보 측은 '전면 부인'한 것이다. 이들 편집국장들이 '마사지 걸 고르는 법' 발언의 전후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내용'은 물론 '뉘앙스'까지 왜곡 전달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이에 대해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편집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 날 분위기나 그 때 한 말을 어떻게 볼 것인가와는 무관하게 이 후보가 한 말의 내용이나 그 문맥을 잘못 듣거나 오해할 여지는 없었다. 너무나 분명하게 한 말인데, 오해하고 곡해할 이유가 없다. 이 후보 측의 해명이야말로 사실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참석한 편집국장들, 침묵만 지키고 있어서는 안돼

그날 자리는 관례상 오프더레코드(비보도조건)였다고 한다. 그날 이후보와의 저녁 자리에 참석했던 대다수 신문들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런 '약속'을 존중하기 위한 것일 수 있겠다.

하지만, 이 후보 ‘말’의 사실 여부를 두고 이 후보 측이 '보도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나선 만큼 이제는 이들 다른 참석자들도 '침묵'만 지키고 있을 일은 아닐 듯 싶다. <오마이뉴스> 등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이 맞는지, 아니면 이 후보 측의 답변이 맞는지 분명하게 가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왜? 언론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거짓 해명을 태연하게 늘어놓는 대통령 후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미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것은 '도청'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한 '거짓말' 때문이었다. 국민에 대한 거짓말과 기만이야말로 공인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후보 측도 "발언의 '내용'과 '뉘앙스'가 모두 왜곡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발언의 전후 맥락' 등 '자신들의 해석'을 앞세우기 이전에 이명박 후보의 '발언 내용' 그대로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 해석은 그 다음 문제이다. 판단은 '국민들의 몫'으로 돌려도 충분할 것이다.


태그:#이명박, #대통령 자격, #워터게이트, #마사지걸, #여성 비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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