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에 싱싱한 꽃게가 7000원이요~ 꽃게 사세요~" "살아 있는 건 얼마예요?" "살아 있는 건 kg당 1만3000원이유." "kg당 몇 마리 정도 되는데요?" "서너 마리 정도 돼유. 큰 건 두세 마리 정도 되구." 태풍 '나리'로 인해 출하량이 많이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올해는 꽃게가 대풍이란다. 간만에 꽃게잡이 어부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11호 태풍이 물러가고 12호 태풍 '위니'가 북상해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항을 찾은 18일은 구름 사이로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맑은 날씨였다. 오랜만에 찾은 충남 태안의 신진도항은 대풍을 맞은 꽃게와 오징어를 잡는 배들로 가득했다. 수산시장에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꽃게와 오징어 등 수산물을 구입하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비록 11호 태풍 '나리'가 휩쓸고 지나간 성난 바다가 대풍을 맞은 꽃게잡이 어선들의 일손을 잠시 멈추게 해 태풍이 상륙하기 전보다 꽃게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사서 맛볼 수 있을 정도로 비싸지는 않은 듯했다.
지금도 태풍 '위니'가 계속 북상하고 있다는 예보가 있어, 태풍이 완전히 소멸되기 전까지는 꽃게 가격이 오르겠지만 태풍이 완전히 물러가면 꽃게값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월 대천항에서 kg당 4만원 할 때에 비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또 제철이라서 그런지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게 참 먹음직스러웠다. 잠시 후 또 한 척의 배가 항구로 들어왔다. 들어오는 배에 탄 어부들의 만면에는 행복한 웃음이 가득했다. 얼굴만 보아도 오늘의 어획량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배가 선착되고 배에 실려 있던 꽃게가 뭍으로 출하되기 시작됐다. 꽃게가 가지런히 담겨져 있는 상자가 하나씩 하나씩 줄에 매달려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트럭에 꽃게를 싣던 어부 한 명의 나지막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야~ 이놈이 힘이 세긴 세네. 그렇게 묶어놨는데도 집게를 내밀어서 무는 거 보니께." 그러면서도 어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출하현장을 보면서 추석 선물 겸해서 꽃게 8~9마리가 들어가는 2kg짜리 5상자를 샀다. 스티로폼 박스에 얼음과 함께 넣은 꽃게를 양손에 들고 수산시장을 돌며 다른 수산물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수산물 중 가장 눈에 띈 게 오징어였다. 오징어는 20~30마리 한 박스가 2만3000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만 해도 오징어가 워낙 대풍이라 한 박스에 8000원에서 1만3000원 정도 했었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한 박스면 정말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의 양이었다. 이렇게 꽃게와 오징어가 풍년인 것을 보니 그동안 어업 흉년으로 인해 생담배만 피워댔을 어부들의 한숨이 해소됐을 듯싶어 나 또한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선물로 줄 꽃게를 양손에 들고 신진항을 빠져나왔다. 신진항을 나오며 앞으로도 조업을 함에 있어서 흉년이 될 수도, 대풍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대풍이 계속돼 조업을 하는 어부들의 얼굴에도, 이를 사먹는 소비자들의 얼굴에도 근심걱정이 아닌 웃음꽃이 피는 날이 계속되길 바라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