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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이명박 발언'과 관련해 어느 스포츠마사지의 심경을 독백형식으로 풀어쓴 것입니다. [편집자말]
스포츠마사지 공개 강의 모습 - 현대인의 피로를 풀어 주는 좋은 방법이다. 강의를 하고 있는 이가 이 인터뷰의 주인공.
 스포츠마사지 공개 강의 모습 - 현대인의 피로를 풀어 주는 좋은 방법이다. 강의를 하고 있는 이가 이 인터뷰의 주인공.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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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십 년 했지. 88 올림픽 끝나고 사람들이 한참 스포츠에 관심 갖기 시작할 때 스포츠마사지를 처음 배웠으니까. 학교 졸업하고 바로 군대 갔다 왔는데 딱히 할 게 없었어. 그래서 아는 선배 소개를 받고 샵(스포츠마사지 업소-이하 샵)에 들어 갔지.

다들 그렇지만 처음 일 배울 땐 청소부터 시켜. 샵 청소하고, 수건 빨고, 가운 정리하고, 쓰레기 치우고…. 그러다가 손님 오면 마사지 하는 거 어깨 너머로 훔쳐 보고, 선생(스포츠 마사지사를 서로 ‘선생님’으로 부른다)들 시간 날 때 하나씩 배우고 그랬지.

처음엔 발마사지부터 해. 그게 배우기도 쉽고, 또 잘 못해도 몸에 무리를 덜 주거든. 그러다 목하고 어깨를 배우고, 나중엔 전신을 배우지. 우리 몸 구석 구석 제대로 배워야 하니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필요해. 한 삼사 년 배우고 나서야 혼자 손님 받아서 하겠더라구.

힘들어. 몸을 쓰는 게 안 힘든 게 어디 있을까만은 이건 한 시간 내내 긴장해야 하니까 더 힘들어. 하고 나면 내 몸의 기가 손님한테 다 전달된 것처럼 기운이 없어. 그래서 한꺼번에 손님을 많이 못 받아.

돈? 이거 해 가지고 돈 번 사람 없어. 처음에 시작할 땐 사람들이 ‘스포츠 마사지’가 뭔지 몰라서 안 오고, 좀 알려지고 나서는 경쟁이 심해서 힘들었고, 그러다가 시각장애인들 하고 다투는 바람(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가 허용되어 있는 법규 때문에 다툼이 있었다)에 영업을 못한 적도 있었어. 자기 샵 하다가 말아 먹고 찜질방으로 들어 간 사람들이 부지기수야.

마사지란 이름으로 이런 짓을 하는 곳 때문에 스포츠마사지까지 욕을 먹는다. 반복 해서 말하지만 스포츠마사지와 전혀 상관 없는 곳이다.
 마사지란 이름으로 이런 짓을 하는 곳 때문에 스포츠마사지까지 욕을 먹는다. 반복 해서 말하지만 스포츠마사지와 전혀 상관 없는 곳이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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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은 그 놈의 안마시술소 때문에 이 짓도 못 해 먹게 생겼어. 언제부턴가 안마시술소가 하나 둘 생기더니 요즘은 스포츠 마사지 받을 사람들이 돈 몇 만원 더 주고 죄다 안마시술소로 가는 거야. 안마도 받고 아가씨들한테 서비스도 받겠다며 거기로만 몰리는데 이건 방법이 없어.

"제발 우리를 퇴폐로 보지 마세요"

스포츠 마사지라는 게 뭉친 근육 풀어주고, 쓰지 않는 근육들을 자극하고, 경락을 자극해서 아픈 곳 낫게 하는 건데, 아가씨들한테 서비스 받으러 가면서 안마 받으러 간다고 하니까 모르는 사람들은 그 안마 하고, 스포츠 마사지 하고 묶어서 생각하더라니까. 그런데 안마시술소에서 안마를 하기는 하는 거야? 말 들으니까 안마는 없고 아가씨들이 몸 씻겨 주고 서비스 해 주고 그러는 데라며?

내가 더 분통 터지는 건 거기서 그런 서비스 받았던 사람들이 우리 샵에 와서는 같은 서비스를 바라는 거야. 어떤 손님은 내가 들어 가니까 왜 남자가 들어 왔느냐며 놀라더라니까. ‘여기는 그런 곳 아닙니다’라고 했더니, 그럼 왜 진작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며 도리어 큰 소리 치더라구. 내가 기가 막혀서 원.

어떤 손님은 마사지 잘 받다가 우리 여자 선생한테 서비스 해 달라고 해서 그 선생이 울면서 나오기도 했어. 내가 오죽 했으면 문 앞에다 ‘우리 업소는 퇴폐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라고 써 붙여 놨겠어? 내가 스트레스를 받아 우리 샵 간판도 바꿨어. 스포츠마사지 샵 이름에 ‘전통’ 이 붙고, ‘한방’이 붙고, ‘동의’가 붙어 있는 건 ‘제발 우리를 퇴폐로 보지 마세요’ 라는 시위야. 마사지가 무슨 죄가 있다고….

나도 알어. 스포츠 마사지 간판 내 놓고도 퇴폐 영업 하는 데가 있다는 거. 손님들이 와서 자꾸 찾으니까, ‘에라 모르겠다’ 싶어 한두 번 하다가 그게 돈이 되니까 작정하고 하기도 하겠지. 그래도 안마시술소 내걸고 대 놓고 하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야.

우리 애가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인데, 학교에서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사장이라고 대답한대. 무슨 사업이냐고 물으면 ‘그건 잘 모르고 그냥 사장님이요’ 라고 대답을 해. 초등학교 2학년 때 ‘스포츠 마사지 해요’라고 대답했다가 놀림을 당하고 나서부터 그래.

스포츠마사지 업소 내부 - 마사지용 침대와 뼈 구조도가 보인다.
 스포츠마사지 업소 내부 - 마사지용 침대와 뼈 구조도가 보인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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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란 말 아무데나 갖다 붙이지 마세요

내가 하는 일이 부끄럽다고 생각 해 본 적은 없었는데, 요즘은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처음부터 다른 걸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애들 보기도 좀 그렇고. 걔들이 뭘 알겠어. 세상이 그렇게 만든 거지. 애들이 아빠 하는 걸 이해는 하는 것 같은데, 다른 데 가서 대 놓고 이야기 하지는 못 하나 봐.

이명박? 그 양반이 이야기 한 건 동남아 어디에서 성매매 하는 곳이라며? 여기나 거기나 여자 골라서 마사지 시키는 곳은 다 그렇고 그런 곳이야. 한국 남자들 대부분 다 그래. 외국 나가서 외국 여자 품에 안고 그러는 걸 흠이 아니라 자랑처럼 이야기 하잖아.

이명박, 그 양반도 술김에 자기가 대통령 후보라는 생각 못하고 쉽게 한 말일 거야. 평소에 외국 나가서 성매매 하는 걸 흠이라 생각 안 하는 거지. 그런 말 한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선 게 거슬리기는 하지만 그런 게 한두 가지야?

그 양반이 동남아 가서 성매매를 하든 말든 그건 상관 안 하겠는데, 그거 하고 와서 마사지니 마사지걸이니 하는 소리만 안 했으면 좋겠어. 퇴폐 안마시술소에 서비스 받으러 가서 거기 있는 여자들 보고도 마사지걸이라고 하나?

마사지란 말이 자꾸만 나쁜 데 쓰이다 보니까 우리도 서로 마사지사라고 안 부르고 선생이라고 부르는 거야. 이명박식 마사지걸 고르는 방법이 소문 나면 우리 샵에 오는 손님들마저 우리 선생들 얼굴 보고 고르려고 하지 않을까 싶어 겁이 나.

스포츠 마사지 이름 걸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보람 찾으며 일하는 사람들도 있거든. 괜히 마사지라는 말 아무 데나 갖다 붙여서 우리 같은 사람들 얼굴에 똥칠이나 하지 말라고 해. 그게 다야. 나 그냥 퇴폐 안 하고 착하게 살고 싶거든. 우리 애들 생각해서라도 말야.


태그:#이명박, #마사지걸, #스포츠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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