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흙먼지 속에서 뛰어다니지 않아서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달리다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계룡시 엄사초등학교에서 특별한 가을운동회가 열렸다. 엄사초등학교는 20일 윤효순 교장과 도승구 논산교육장을 비롯한 교육관계자와 김성중 도의원, 이재운 엄사초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엄사초등학교 인조잔디운동장 준공과 함께 ‘엄사꿈나무 가을운동회’를 개최했다.
태풍 ‘위퍼’의 영향권에 들어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맑고 화창한 전형적인 가을 날씨 속에서 열린 이번 가을운동회 개막식은 도승구 논산교육장의 축하인사와 함께 인조잔디 조성공사를 위해 애쓴 공사관계자에 대한 감사패 수여, 학생대표의 선서 등으로 진행됐다. 이어 곧바로 국민체조로 몸을 푼 뒤 본격적인 청백 대결에 들어갔다.
그동안 흙먼지를 마시며 달렸던 운동장이 아닌 먼지 하나 날리지 않는 잔디운동장에서 처음으로 운동회를 해서 그런지 어린 학생들의 얼굴에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엄사초 가을운동회의 첫 포문을 연 경기는 1학년 어린학생들의 50m 달리기였다. 화약총 소리에 맞추어 경주를 했던 기억과는 달리 이날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추어 경기를 시작했다.
출발 신호가 울리기 전까지의 긴장감과 가슴으로 테이프를 끊고 들어갔던 결승점, 그리고 고학년 언니들이 1등부터 3등까지 잡아서 등수가 찍힌 도장을 손목에 찍어주었던 추억은 아직까지도 변함없어 보였다.
등수 안에 들어서 엄마와 함께 좋아하는 아이, 꼴지를 해서 엄마품에 안겨 우는 아이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운동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으로 기억된다.
달리기 경기가 한참 열리는 운동장 외곽의 트랙과는 달리, 운동장 안에서는 4~5명이 합심하여 덩치보다 더 큰 공을 굴리며 반환점을 돌아오는 공굴리기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같은 조원들이 함께 힘을 합쳐 공을 굴리며 반환점을 돌아 자기 진영으로 돌아올 때는 공보다 작은 아이들의 모습이 공 뒤에 숨겨져 보이지도 않지만 아이들은 열심히 공을 굴려 다음 주자에게 공을 넘긴다.
공굴리기를 한참 보고 있자니 문득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 대나무와 종이로 학생들이 직접 만든 거대한 공을 가지고 공굴리기를 했던 생각이 났다. 그 당시에는 그 공이 얼마나 무거웠었는지…. 그것에 비하면 지금 어린학생들이 굴리는 공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운동회를 관람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예전의 운동회를 추억할 수 있는 장사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하며, 번데기 장수, 장난감을 파는 아저씨 등은 운동회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단골손님이다.
단골손님들 중 한 가지 예전과 다른 것은 ○○치킨, ○○피자를 주문만 하면 학교 운동장 안에까지 배달해 준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들이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고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운동회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의 부모님들은 자식들이 운동회를 하거나 소풍을 간다고 하면 손수 재료를 시장에 가서 사와서 밤새도록 준비해 놓고 다음날 아침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하고 그 밥으로 김밥을 싸고, 반찬을 만드는 등의 정성을 보였다.
특히 운동회가 열린다고 하면 만사 제쳐두고 자식이 뛰는 모습을 보며 하루를 즐기기 위해서 같이 학교로 갔던 기억도 떠오른다. 지금도 물론 이렇게 준비를 하는 부모님들이 많이 있겠지만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간에 인조잔디 운동장 준공 기념으로 열린 엄사초등학교의 가을운동회가 가족과 함께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엄사가족들의 잔치로 끝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지난 6월 착공돼 3개월이 넘는 공사기간을 거쳐 완공된 엄사초등학교 인조잔디운동장은 지난 8월 16일 완공예정이었지만 비로 인해 공사가 지연돼 본래 완공일보다 한 달여가 지연돼 준공식을 갖게 돼 '옥의 티'로 남아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매일뉴스(www.maeil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