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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시 여기저기서 교복 입은 학생들이 플루트, 클라리넷, 바이올린, 첼로를 들고 불쑥 나타나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 학생들은 왜 이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라는 궁금증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지난 22일 수원시 영통구 한 카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오산시 원동 운암중학교 음악교사 유해열(48)씨를 만났다.

음악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달려갑니다~

운암중학교 유해열 음악교사가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있다.
 운암중학교 유해열 음악교사가 인터뷰 도중 환하게 웃고있다.
ⓒ 김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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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세로줄무늬 남방에 살짝 벗겨진 머리, 안경 뒤로 보이는 서글서글한 눈매가 인상적인 유해열씨는 환한 웃음으로 첫인사를 대신했다. 학창시절 음악을 못했다는 나의 말에 그는 "음악은 잘하고 못하는 게 아니라 즐기는 거죠"라며 음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유해열씨는 23년 동안 교직에 있었다. 그는 지난해 운암중학교에 부임한 이후 '행복지킴 실내악반'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음악연주에 관심 있는 학생 24명과 '평생교육 플루트반' 학부모 8명, 그리고 교사 2명이 함께하는 '행복지킴 실내악반'은 음악을 통해 행복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신 양로원, 입원환자들이 있는 병원, 정신지체 아이들이 생활하는 사회복지관,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지하철과 시청로비 등 학생들은 어디에서든 희망을 주는 '작은 연주회'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

학생들이 체육대회 때 아이스크림을 팔아 번 돈으로 병원에는 물티슈를 준비해가고, 양로원에는 떡을 해가기도 한다. 유해열씨는 "제가 하는 건 없다"며 "학교 공부하고, 학원 다니느라 바쁜데도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고 학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지하철역에서 연주를 하면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길을 멈춰 음악에 귀 기울이고, 박수를 보낸다. 환자들은 항상 음악과 함께 오는 학생들을 반겨준다. 양로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음악에 맞춰 민요도 부르고, 춤도 추고 흥겨워 하신다.

유해열씨는 "아이들이 기사를 본 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사람들에게 정신적 위로를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좀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부족하지만 인터뷰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음악 봉사활동 통해 많은 것 얻었으면...

오산시 양로원에서 운암중학교 '행복지킴 실내악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연주회를 열고 있다.
 오산시 양로원에서 운암중학교 '행복지킴 실내악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연주회를 열고 있다.
ⓒ 유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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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일주일에 2번 정도 방과 후 1시간씩 연습한다. 여름방학에는 1주일간 음악캠프를 열어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연주연습을 한다. 유해열씨는 "연주 실력 향상보다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 느끼는 것에 더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피아노를 전공한 그의 부인은 음악캠프기간동안 학생들에게 손수 밥을 지어주고, 연주회 때 피아노 반주를 하는 등 유해열씨가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함께 한다. 유해열씨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부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유해열씨는 아이들이 봉사활동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하면서 서로 도와주고, 이야기도 들어주고, 가끔씩은 손해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행복지킴 실내악반'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돈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것이지만 마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며 "우리 아이들이 음악과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통해 마음으로 많은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지금처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나눔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18일, '행복지킴 실내악반' 학생들이 오산문화회관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 9월 18일, '행복지킴 실내악반' 학생들이 오산문화회관에서 음악회를 열고 있다.
ⓒ 유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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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킴 실내악반'은 지난 18일 오산문화회관에서 음악회를 열었다. 600명 이상의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다. 이에 대해 그는 "음악회가 교육의 하나"라며 "힘들고 어렵지만 재미있는 음악회 준비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만족해하고, 뿌듯해한다"며 "12월말에 송년음악회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유해열씨는 작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핀잔 듣지 않고 마음껏 연습할 수 있는 공간, 가족이나 친지, 친구를 위해 발표회를 열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한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음악 전공자들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봉사단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그는 "제가하는 일은 작은 일일뿐,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저는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저를 통해 가진 만큼만 봉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태그:#유해열, #행복지킴 실내악반, #운암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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