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말라. 나는 (후보를) 그만두려고 (칩거)한 것이 아니다."손학규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가 '경선 완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손학규 후보는 22일 밤 오마이TV와의 '온라인 검증 청문회'에서 경선 중도하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되려고 한나라당을 나왔다"며 "(경선을) 끝까지 가지 않고 대통령이 되나? 손학규를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손 후보는 "골프 홀에 들어가려면 홀을 지나가야 한다"는 표현을 쓴 뒤,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나라당을) 탈당해서 비난받은 사람이지만, '나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절실한 사명감과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며 "말도 안 되는 경선 룰을 받아들일 때도 '좋다, 어떤 상황에서도 한다'는 것이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손 후보는 "경선에서 다른 후보가 이겼을 때, 선거대책본부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일도 하겠다"고 동의했다. 전날(21일) 밤 오마이TV '인터넷 검증 청문회'에 출연한 정동영 후보도 "손학규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다면 내가 선대위원장을 맡는 등 앞장서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학규 후보는 또한 "저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창당 주역"이라며 "대선 승패와 상관없이 대통합민주신당을 바꿔 나갈 것이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당으로 만들겠다"고 말해, 대선 이후 당 쇄신 운동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지난 이틀 간의 칩거를 통해 얻은 "고뇌와 결단"이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손 후보 측 송영길 의원도 "손 후보가 경선을 끝까지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중도포기는 정치적 사망"이라며 "손 후보는 (정치적) 고향에 돌아온 것이다, 포기하면 곧 죽음"이라고 말해, 손 후보의 중도사퇴 가능성을 부정했다.
칩거 안 했으면, 당사에서 단식(투쟁)이라도 해야 하나?손학규 후보는 지난 19일 조직·동원 경선 문제를 지적하며 돌연 경선 일정을 중단한 채 칩거에 들어갔다가 21일 복귀하면서 '선거대책본부 해체 및 캠프 사무실 폐쇄'라는 또 다른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 '인터넷 청문회'는 손 후보가 경선에 복귀한 뒤 언론과 처음으로 한 인터뷰인 셈이다.
<손학규에게 묻는다, "왜 그러십니까?">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이날 청문회는 밤 10시 30분부터 2신 동안 광주에서 진행됐다. 복귀 이후 광주와 부산을 오가며 '국민 속으로'를 외치고 있는 손 후보는 칩거에 들어가게 된 배경과 현재의 심경, 향후 계획 등에 대해 2시간 내내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러나 '결단'을 끝낸 상태여서인지, 표정은 밝아 보였다.
손 후보는 "'칩거'라는 표현은 사실 잘못된 것이다, 고뇌와 결단"이라며 "왜곡된, 구시대적 낡은 구태정치로, 동원에 의해서 (민심이) 오도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저 자신을 바로잡는, 그럼으로써 정치권과 사회에 경각심을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판자 입장에서는 그런(생때, 떼쓰기 등) 수사를 쓸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제 진정을 알아주십시오'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 순교자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 4차례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손 후보는 오는 29일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손 후보의 이번 칩거 사태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동정표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손 후보는 "나의 칩거가 광주시민의 동정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은 광주와 광주시민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그런 생각이었다면 (서울) 절두산 성지에 가지 않고 바로 광주 5·18 묘역에 와 참배하면서 칩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손 후보는 '칩거'라는 정치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근래에 와 '이런 정치를 하려고 탈당을 했나'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전개되는 경선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며 "무엇보다 저 자신에 대한 분노가 컸다, '이런 게 아니었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손 후보는 "그(경선에서 불리해지니까 칩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을 탓하지 않는다, 내 자신도 그런 게 계기가 됐을 것"이라면서도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할 때 '진흙탕도 내가 들어가겠다, 해보지' 했는데, 결국 그 틀 안에 말려들어가 똑같은 행태를 할 수 밖에 없는 나와 우리를 발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특히 "겉 무늬는 국민경선이지만 내용은 조직, 힘을 가진 쪽에서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투표소로 많이 데려갔다"며 "소위 '여론조사 비율 반영 필요없다'고 하다가 최종 10%반영하자고 했는데, 이것은 진정한 여론조사가 아니다, 이 같은 우려가 실제 1~4차 선거에서 현실로 나타났다"며 현 경선 규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구태에 항의했지만 전혀 이에 대한 (당 지도부의) 반응이 없었다, 시정하겠다는 의지도 없고 진상 파악 의지도 없었다"면서 "항상 똑같은 모습을 보니 식상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내가 당에 가서 뭘 부수기라도 하겠나? 당사에 가서 단식을 해야 하나? 무저항의 저항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후보는 "지난 4차례 경선에서 1등을 해, 정동영 후보를 이겼다면 조직·동원 선거를 참고 계속 경선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그랬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전제는, 제가 1등이 되려면 이런 구조적인 왜곡이 없었다, 이런 경선의 룰이나 차떼기로 실어나르는 동원을 무자비하게 하는 것은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손 후보는 이어 "정 후보는 당 의장을 두 번이나 해서 '황태자'로 일컬어지고 있고, 이해찬 후보는 국무총리까지 지냈고 '왕의 남자'(유시민 의원을 지칭한 듯-편집자주)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전제군주 시대는 아니지만 이들은 '왕'과 함께 책임을 질 입장들"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노 대통령, 야속했다... 왜 손학규를 못살게구나?"또 손 후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서는 "야속했다, 왜 그렇게 손학규를 못살게구나, 내가 억하심정이 있다고 현직 대통령을 뭐라 하겠느냐"며 "사실 노 대통령이 왜 그러는지 이해 못하겠다, 특별한 악연도 없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주장한 '이(해찬)-손(학규) 연대설'에 대해서도 "정치가 수준이 높아지고 품격이 높아졌으면 좋겠다"며 "우리 사회에 정치공학적인 행태가 너무 만연하는 것 아니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손 후보는 장외에서 뛰고 있는 문국현 대선 예비후보와 민주당 후보 등과의 단일화 문제와 관련 "모든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며 "경선 후보가 되면 진정으로 정치 통합에, 민주개혁세력 대통합, 대단합을 위해서 모든 것을 열어 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유한킴벌리를 잘 운영했고 새로운 경영의 모습을 보여줬고, 환경문제에 관심 갖고 실천했다"며 "그런 분들의 능력과 비전을 다 안고 통합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후보는 모바일 투표와 관련 "진정한 국민참여를 넓히는 방안"이라고 강조한 뒤, "선대본 해체와 사무실 폐쇄도 이런 것을 통해서 국민들이 폐쇄적인 자기들끼리의 경선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원봉사자가 되는 정치, 진정한 '국민참여당'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