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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동네는 옛날부터 전래되는 동네이름이 송강동(松江洞)이고, 행정상 주민편의를 위해 부르는 이름은 구즉동(九則洞)이다. 구즉동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묵마을 동네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첨단산업 중심지역이기도 하다.

 

 

 

 

대전광역시 유성구 송강동 ‘새마을공원’ 입구를 들어서면 돌에 새겨진 ‘금석교(金石交 )’가 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사귐에 있어 금석같은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금석교 뒷면에는 ‘송강동유래비(松江洞由來碑)’가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양옆으로는 효(孝)와 정(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글도 있다.

 

"나무가 조용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 두지 아니하고, 자식이 부모님을 잘 봉양하려 하나 부모님이 기다려 주지 않는구나" (수욕정이 풍부지/자욕양이 친부대)

 

동네사람들이 다양하게 이용하는 공공의 장소에 놓여 공공성의 의미를 띤 ‘공공미술’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시민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공공미술은 공적인 시각환경에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1960년 중반 이후 새롭게 도입된 개념이다.

 

땅의 경계긋기와 건물의 이름을 짓는 것만으로 한 도시를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일까. 낯선 길을 지나가다 만나는 허름한 나무장승,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마당 한구석에 놓인 돌절구도 ‘문화유산’이란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사람들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게 한다. 공공의 공간에 놓여진 비석이나 조각품 따위는 건물과 도시의 단순한 부속물 개념이 더 이상 아니다.

 

날마다 만나는 우리 동네의 공공미술은 누구의 작품인가. 유래비와 금석같은 믿음을 강조하는 우정, 효도와 정을 가슴에도 새기게 하는 글은 또 공원이라는 주변환경과 정서에 얼마나 잘 어울릴까 생각해본다. 공공미술을 보면서 내 생활에 그것들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작품들’은 한갖 제한된 장소를 장식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친척들이 모처럼 모이는 명절날, 우리 마을엔 어떤 공공미술이 있는지 잠시 눈여겨보는 건 어떨까. 미술관에 가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공공미술이 주는 확장된 예술개념의 의미는 크다.

덧붙이는 글 |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공공미술, #송강동, #대전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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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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