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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전기, 가스, 의료, 교육 등 인간은 누구나 공공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공공서비스를 민영화하고 사유화하는 것은 인간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국제공공노련(Publicc services International, PSI)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와 제28차 세계총회가 9월 24일부터 28일까지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메쎄젠트룸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비엔나의 아침은 낙엽이 뒹구는 늦가을이 연상될 만큼 싸늘하다. 아침 10시가 가까워지면서 총회장에는 전 세계에서 온 공공부문 노동조합 대표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화환에 둘러싸인 연단을 중심으로 가로로 길게 의자가 배치되어 있고 전면에는 다섯개의 커다란 스크린이 연사들과 참석자들을 비추고 있다.

 

이번 총회 준비를 위해 수고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PSI 옐바 위원장은 개회사를 시작했다. 그동안 PSI가 노동조합 운동의 틀을 넘어 국제적인 NGO들과 함께 다국적 기업과 세계화에 대항하여 활동해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공공부문의 노조는 민영화 논리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높은 책임성을 바탕으로 도덕적 우위를 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회를 준비해온 오스트리아 가맹노조 대표의 환영 인사가 있은 후에 오스트리아 총리의 영상 환영 메시지가 스크린에 등장한다. 이어 오스트리아 여성ㆍ미디어ㆍ행정 장관인 도리스(Doris) 장관이 연단에 섰다. 오스트리아는 오래전부터 사회적 협력 관계 전통이 자리잡고 있으며, 노사 어느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공공행정 서비스가 부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보다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부의 재분배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반부패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여성장관으로서 그동안 PSI가 추구해온 남녀평등 정책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오스트리아의 경우 공공행정에서 여성이 40%에 이르게 될 때까지 공무원의 모집, 승진, 교육훈련에서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법과 제도가 있다고 설명한다.

 

연사들의 축사와 환영사 중간 중간 경쾌한 바이올린 연주가 대회장에 울려 퍼진다. 특히 장애인들로 구성된 밴드의 힘찬 연주는 참석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가이 라이더(Guy Ryder) 세계노총(ITUC) 사무총장은 세계화의 진전에 맞서 국제적인 연대가 더욱 절실해 지고 있으며,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전략,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보수 정당, 세계경제기구, 다국적기업들이 주창하는 "작은 정부가 낫다"는 이데올로기에 맞서 노동조합 진영은 더욱 적극적인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노동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노총이 지난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해 동안 노동운동가 143명이 죽었으며, 500여명이 감옥에 투옥되고 수천명이 해고되고 있다면서 그 심각성을 지적하였다. 특히 필리핀과 콜롬비아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다고 하며,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한 노조 결성, 단체교섭, 파업권에 대한 제약이 가장 심각한 실정임을 강조한다.

 

이어 초청 연사로 국제 NGO 단체인 'Our World is Not For Sale Coalition'를 대표하여 연단에 오른 이는 자신들의 조직은 시애틀 투쟁과정에서 조직된 반세계화 투쟁을 하는 단체라고 설명하면서 다국적 기업은 물론 모든 형태의 무역협정에 대행해 싸우고 있다고 설명한다.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격이 전 세계적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전기, 물과 같은 공공서비스를 사유화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PSI는 사회 운동세력과 NGO와 함께 힘을 합쳐 공공부문의 대한 사유화를 막자고 호소하면서 자유무역 협정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국가의 노동자들과 굳건히 연대하자고 말하였다.

 

이어 PSI 한스 사무총장은 지난 5년 동안의 활동에 대해 보고했다. 지난 5년간 가맹 조직수는 612개에서 650개로 확대되었으며, 5개 국가에서 새롭게 가맹조직이 탄생하였다고 한다. 한스 총장은 "100년 전 선견지명을 가진 사람들이 PSI를 설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 지금, 과거 그 어느때 보다도 연대의 원칙이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 한다.

 

그는 "오늘날처럼 이기주의적이고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세계는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다른 세계는 가능하며,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곧 생명이라는 것을 25년의 PSI 사무총장의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며 연대를 호소하였다. 은퇴를 앞둔 한스 사무총장의 발언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오후에는 집행위원회에서 논의된 바대로 몇 가지 개정안을 담은 규약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며, 2008년 이후 PSI활동 방침에 대한 토론이 진행되었다. 프랑스, 스웨덴, 네덜란드, 터키, 영국의 대표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각각의 발표는 각국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으로 인한 고통과 연대를 호소하는 내용들이다.

 

북유럽을 대표하여 발언한 스웨덴 대의원은 반부패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공공부문에서 투명성과 민주성이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정책결정자와 집행자의 분화가 있어야 하고 재원에 대한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투명성은 정책결정과정에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공공부문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익명으로도 정보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반부패 운동은 결국 공공부문의 신뢰를 높인다는 것이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의장 밖에서는 각국 대표들이 준비해온 갖가지 포스터와 사진, 팸플릿,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들의 요구를 선전하고 있다. 

 


태그:#P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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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려 피는 민들레처럼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고, 빨간 장미를 무척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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