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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 보고 싶습니다.


눈앞에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한데, 어머니가 보고 싶습니다. 어찌 그리도 세월이 빨리 지나가는지, 실감할 수가 없습니다. 새해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라니, 당황스럽습니다. 가는 세월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야속한 마음을 더 주체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가슴에 안겨서 의지하고 싶습니다.

 

 

올 한해는 어려운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여름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더위가 극성을 부렸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가을에는 때 아닌 장마가 계속되었습니다. 농작물들이 제대로 여물지 않을까봐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추석이 다가오니, 하늘이 맑아지고, 햇볕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어머님의 은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큰 아이는 학업에 열중하고 있고 둘째도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막내는 짜증을 자주 내기는 하지만, 제법 공부도 잘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한다고 하고 있지만,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자식들이 제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그 많은 자식들이 모두 다 불만을 터뜨리며 어머니에게 상처를 주었을 것을 생각하면 죄송스럽기만 합니다.

 

보고 싶은 어머니 !


어머니는 언제는 웃으셨습니다. 어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놀랍습니다. 제가 어버이가 되어보니, 그렇게 하기기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속이 상하고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대책 없이 방방 뜨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변함없이 넉넉한 마음을 유지하셨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 풍족한 것이 없었습니다. 땅 한 평 없는 농사군의 비애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다는 표정을 하고서 언제나 사랑을 베푸셨지요.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으로 오늘의 제가 있었다는 것을 그 때는 왜 몰랐을까요? 어머니의 사랑은 알지 못한 채 급한 성정을 참지 못하였으니, 후회가 앞섭니다.

 

어머니 제삿날에 동생이 왔다간 것 알고 계시지요? 그 때 모두 다 들으셨지요? 그러니 이제 걱정하시지 마세요. 그 아이도 이제 자리를 잡았고 제 앞길은 스스로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돌아가실 때까지 노심초사하시던 마음은 이제 놓아버리세요. 자식들 모두 다 제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으니,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리운 어머니!


정말 보고 싶습니다. 환하게 웃고 계시는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세월이 가면 얇아져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희미해지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더 생생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할 때마다 어머니의 따뜻한 가슴이 제일 그립습니다. 가슴에 안겨 한 없이 의지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어머니는 잘 계시는지요? 이승과 저승이 너무 멀어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만은 막을 수가 없어요. 차린 것은 별로 없지만,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마음껏 드세요.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렇게 어리광을 부립니다. 내년 제삿날까지 편안하세요.

 

                                                             2007. 9. 25일
                                                                                불효자식 올림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고창에서(07.9.25)


태그:#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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