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침 식사를 하고 해인사 성보박물관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다. 표를 끊어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전시관 1층 입구가 보인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된 해인사 성보박물관은 1층에 5개 전시실이 있다. 역사실, 불교조각실, 불교회화실, 불교공예실, 서화실이 그것이다. 2층에는 백남준의 고려대장경 비디오 아트실과 인경체험실이 있다.


우리는 입구 오른쪽에 있는 서적과 기념품 판매공간에 잠깐 들른다. 일부 회원들이 책과 전통 한복을 산다. 그리고 입구를 통해 불교회화실로 들어가니 대적광전 영산회도(보물 제1273호)가 우리를 맞는다. 1729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300년도 안된 작품인데 색이 많이 바랬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그림 가운데 안치하고, 원경에서부터 근경으로 불교의 도상들을 그려 넣었다. 멀리 위로부터 가까이 아래로, 100위가 넘는 화불, 26보살, 36존자, 사천왕과 금강역사 등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세조대왕 어진, 해인사를 세운 순응과 이정 스님 초상화, 팔상도와 심우도 병풍 등이 눈에 띈다. 팔상도는 부처님이 태어나서 입적하기까지를 8개의 중요한 장면으로 표현한 그림이다. 그리고 심우도는 소를 찾으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불교조각실에서는 10세기 작품인 목조 희랑조사상(보물 제999호)을 볼 수 있다. 희랑조사(889-956)는 통일신라 말기부터 고려 초기까지 해인사에서 활동한 화엄학의 대가이다. 이 조각상은 우리나라에 유일한 목조 초상작품으로 불상양식 연구를 위한 중요자료이다. 이목구비, 이마의 주름, 목선의 표현, 포개 잡은 양손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입고 있는 법의도 화려하게 채색되어 있어 예술적인 가치가 높다.


불교공예실에서는 홍치4년명 동종(보물 제1253호)이 눈에 띈다. 유곽 밑에 ‘홍치4년 신해성 해인사대적광전종(弘治四年辛亥成海印寺大寂光殿鐘)’이라는 명문이 있어 주조연대와 위치 그리고 쓰임새 등을 알 수 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청동은입사 정병과 정향향로이다. 정병(淨甁)은 부처님께 깨끗한 물은 바치기 위해 사용한 일종의 주전자이다. 정형향로는 세발 달린 향로를 말한다.


 

 

서화실에는 주로 목판과 필사본 불경이 있다. 팔만대장경 중 반야심경 목판이 눈에 띈다. 제목 왼쪽으로 당나라 삼장법사 현장이 번역했다는 글자가 보인다. 글자가 거꾸로 되어 있으니 일일이 읽기가 쉽지 않다. 인경을 해서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또 불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린 목판도 보인다. 이것 역시 인경을 해서 보면 재미있을 텐데 아쉽다.


이들을 다 보고 나서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간다. 그곳에는 백남준의 고려대장경 비디오아트 전시실이 있다. 비디오 아트와 불교의 만남, 발상이 참 신선하다. 그런데 백남준은 종교적인 소재를 즐겨 예술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 우리의 불교뿐만 아니라 서양의 기독교를 표현한 작품이 많은 편이다.


 

 

이곳의 비디오 아트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상단에 정적인 고려대장경 사진이 있다. 즉 완성된 고려대장경판 목판본 사진이다. 그 아래 가운데 부분에는 TV가 좌우로 배치되어 있고, 각각의 TV에서 부처님, 목판, 불교와 관련된 뉴스가 무작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상당히 동적이다. 그리고 하단에는 고려 대장경을 만드는 과정이 목판화 형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과정이 판각, 목판 완성, 인경이다. 여기서 판각이란 목판에 글자를 새기는 과정을 말하고, 인경이란 대장경을 인쇄하는 과정을 말한다. 성보박물관에서 이렇게 살아있는 현대예술을 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백남준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예술을 통해 아직도 우리와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박물관을 나오려는데 특별전시실에서 현대목판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 바퀴 돌아본다. 오늘은 목판화를 실컷 보라는 무슨 계시가 있은 모양이다. 여러 작품 중 홍선웅의 새벽예불이 마음에 든다. 해인사 범종각에서 스님이 북을 두드리는 장면을 표현하고 있다. 그곳에 새겨진 문구도 역시 좋다. “북채로 마음心자를 그리며 두드리는데 짧고 빠른 장단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북소리만큼 여운이 남는 표현이다.

덧붙이는 글 | 합천군 다섯번째 이야기로 해인사 성보박물관 편이다. 이곳은 다른 성보박물관에 비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목판화 전시 등이 특이하다.


태그:#성보박물관, #대적광전 영산회도, #목조 희랑조사상, #팔만대장경, #고려대장경 비디오 아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