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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은 어디갔슈?'

'연휴 내내 호남 세레나데'
'이명박-박근혜 화합해야'

'이틀후면 대항마 떠오른다’

 

추석민심 해석이 다양하다. 귀향활동을 벌인 정치인들이 확인한 추석민심은 언제나 정파에 따라 제각각이다. 민심보다는 표심에 눈이 어둡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론의 추석민심은 왜 서로 다를까. 아전인수가 따로 없다.

 

긴 연휴기간 힘들게 참았다는 듯 27일 일제히 쏟아낸 지역신문들의 기사는 민심과 정심이 뒤범벅이 됐다. 1면과 정치면, 사설에 묻어났다. 제목에서도 지역색을 드러내는가 하면 풍자적인 표현들도 눈에 띄었다.

 

추석민심과 함께 정치권의 지역내 활동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사와 사진들이 27일자 1면을 장식했다. 그것도 모자라 3면, 4면을 더 할애한 곳이 많다. 그러나 두터운 시각차 근저에는 지역색이 스물 스물 묻어난다.    

 

[광주·전남] "이틀 후면 이명박 대항마 떠오른다"

 

올 추선 연휴기간 내내 정치권의 행보가 가장 분주한 곳은 광주전남지역. 이곳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로 지목된 곳이다.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이상 기호순) 세 후보는 추석 연휴기간 내내 이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바닥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각 후보들의 인터뷰와 행사일정을 연휴기간 쉬는 지면에 다 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27일 조간신문들이 일제히 흥분했다.  <전남일보>는 1면 ‘이 대항마 광주서 떠오른다’는 머리기사에서 이틀 후면 이명박 후보 대항마가 결정난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이명박의 맞수가 누가 될지, 광주는 누구를 선택할지, 이제 이틀 남았다”고 했다. 한나라당 후보의 대항마가 대통합민주신당 3명 중 한명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함축됐다.  광주전남이 이들 3명 후보가 얼마나 공들인 지역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전남일보>는 3면에서 더 강렬한 색을 사용했다. “광주가 선택하면 사실상 후보확정”이란 제목에서다. 후보들의 광주전남 예찬론을 기사에서도 여과 없이 인용 보도했다. ‘물고 물리는 날카로운 신경전’상황을 전달하는 의도였다고는 하지만 ‘광주의 아들’, ‘광주의 선택’ 등의 표현에는 지역색이 짙게 발했다.


"정동영 신대세론 이어갈까?"

 

<광주일보>도 이날 1면과 정치면에서 ‘신당 후보 호남 올인’, ‘정동영, 신대세론 1위 이어갈까’ 등의 제목으로 통합신당 행보에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지역 언론들은 중요 기사마다에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광주·전남”이란 표현을 기사 리드부문에서 빠뜨리지 않았다.

 

<광주일보>의 일반기사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날 사설에서 찬물을 끼얹었다. 정치면의 열기를 식히기라도 하듯 ‘범여권, 냉담한 호남민심 직시하라’에서 냉기류를 뿜었다. 사설은 “29일 대통합민주신당은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은 전북에서 경선을 실시한다”며 ’운명의 날’, ‘광주·전남에 사활’ 등의 표현을 다시 사용했다.

 

<광주일보>는 사설에서 “광주뿐 아니라 전북도 전체 민주당 경선 유권자의 20%가 몰려 있는 곳으로 ‘호남민심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후보들의 ‘구애공세’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여전히 냉담하다는 점을 사설은 문제 삼았다. 말미에서 그 책임을 범여권에 돌렸지만  다소 모호한 감이 없지 않다.

 

<무등일보>는 이날 ‘정․손․이, 광주·전남 추석민심 보더니’란 제목의 기사에서 세 후보의 각오와 함께 경선가도를 평가했다. ‘최대의 승부처’, ‘광주대첩’이란 표현에선 마치 스포츠 중계라도 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다.

 

 <무등일보>는 기사에서 '몰표지지가 재연될 것인가'란 화두를 조심스레 끄집어냈다.

 

“1997년 대선 때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각각 김대중 후보에게 97.3%와 94.6%를,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에게 95.2%와 93.4%라는 압도적 지지를 보내면서 대선 흐름의 향방을 한순간에 변화시켰다”는 내용이다. 무얼 의미하고자 하는 뜻일까 궁금하게 한다.

 

[부산·경남] '지금은 따로 언젠가는 같이'

 

부산경남 지역도 대선후보들의 추석민심 훑기가 한바탕 치러진 곳이다.

 

<국제신문>은 27일자 4면과 5면에서 추석민심 잡기에 안간힘을 쏟아 부은 정치권의 모습을 담았다. 그 중 ‘손․정․이 연휴 내내 호남 세레나데’란 제목이 돋보인다.

 

추석 호남민심 잡기에 올인 한 세 후보들의 모습을 ‘호남 구애’, ‘호남 세레나데’에 비유했다.

 

그러나 4면에서는 한나라당 소식을 머리기사로 비중 있게 다뤘다. ‘한나라 선대위 실무․현장 중심으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나라당은 이번 주말께 선대위를 공식 발족, 내주부터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선대위원장은 강재섭 대표와 남녀 각각 한 명씩의 외부 영입인사로 압축됐다고 전했다.

 

또 ‘추석민심 해석 '아전인수'’의 제목은 지역 정치권의 추석민심 잡기 행태를 꼬집었다. 기사를 보지 않아도 느끼게 했다.  이날 <경남도민일보>의 '지금은 따로… 언젠가는 같이…'의 제목이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통합신당 분위기를 예견한 기사에선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등 범여권 경선이 무르익고 있다”며 “범여권 장외 주자인 문국현 후보의 행보도 빨라졌다”고 했다. 기사는 “결국 범여권의 후보단일화는 추석 연휴 민심의 향배와 맞물려 신당과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는 다음달 중순쯤 성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고 예측했다.
 

[대구·경북] "이명박-박근혜 화합해야" 

 

<영남일보>는 1면, 3면, 4면에서 ‘'10월 대회전'불붙는다’, "이-박 화합 정권 교체해야", ‘이명박 후보 한가위 무슨 구상했나’, ‘정-손-이 '호남민심잡기' 총력전’ 등의 기사를 통해 추석 연휴동안의 지역 정가소식과 국회의원이 본 지역민심, 대선구도를 전달했다.

 

<영남일보>는 이날 기사에서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범여권 대선후보 경선 주자들의 대선 레이스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며 “이번 주말 대통합민주신당의 광주·전남 경선이 끝나고 10월로 접어들면 대선바람이 전국을 휩쓸게 된다”고 진단했다. <영남일보>는 내달부터 본격적인 선거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매일신문>의 ‘지역 의원들이 전하는 '대구·경북 한가위 민심'’이란 제목이 시선을 끈다. 기사에서 전하려는 건 지역민심보다 지역정치권의 솔직한 바람들이었다. 이 기사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추석 연휴 동안 수렴한 지역민심을 살펴보면 '경제 악화'와 '정권교체' 란 두 가지 단어로 요약됐다”며 “경제 악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정치문제에 있어서는 정권교체와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의 화합 문제가 화두였다”고 전했다.

 

기사는 또 "지역민들이 아직까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마음을 확실히 열지 못한 것 아니냐"며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고, 또 앞으로 이 후보가 대구를 위해 더 많은 애정을 보이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는 한 지역의원의 발언을 여과 없이 보도함으로써 지역색채를 강하게 드러냈다.

 

[대전·충남] '도대체 민생은 어디갔슈?'

 

<대전일보>는 1면 ‘대선에 집착 말고 민생부터 살펴라’란 제목에서 모든 의미를 전달해 버렸다. ‘아무리 대통령 선거가 중요하다고 해도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는데 힘을 써 줄 것’을 주문하는 민심을 기사에서도 전했다.

 

또 3면에서는 ‘‘대선 출마’ 심대표, 추석 민심 껴안기‘란 제목의 기사와 사진이 눈에 띤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는 추석 연휴도 잊은 채 지역 민심 탐방에 분주했다”는 내용이지만 그의 행보에 관심을 끌게 하는 기사다. 
 

<충청투데이>의 이날 제목은 민심 읽기에 매우 익살스런 표현들이 사용됐다. 재밌는 제목으로 풍자화 됐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대선… 대선… "민생은 어디 갔슈?"’란 제목이다. 굳이 기사내용을 보지 않아도 이해가 갈 듯 하다. 

 

 “'뜬구름 잡기 식'의 대선공약이나 각 정당 및 정파별로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에 식상한 서민들은 당장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정책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비전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이 기사는 각 계의 추석민심을 전했다.

 

또 다른 ‘정치얘기 지겹다 … 하품하는 민심’의 제목도 민심을 제대로 담았다. 이 기사에서는 “통합신당 대선후보 경선주자들은 저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필승카드를 자처하고 있지만, 정작 추석 연휴 충북지역 민심은 '정치 무관심'으로 표현될 만큼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며 냉랭한 태도를 보였다.

 

[강원] '지역 정치권 바닥부터 요동'

 

<강원일보>는 바닥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내 정치권 바닥부터 요동’이란 3면 제목에서 암시했다. 기사에서는 18대 총선을 염두에 두고 한나라당과 신당에 줄서기 하는 구태 정치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심 30일 민주당 경선에 주목하고 있었다.

 

<강원일보>는 ‘30일 민주당 강원 경선’의 기사에서 “민주당 장상 이인제 조순형 신국환 김민석 등 5명의 대선후보들이 추석연휴 동안 오는 30일 전체 선거인단(58만713명)의 0.9%(5,243명)에 불과한 강원지역 경선투표보다는 전체 20%가량이 몰린 29일 전북지역 경선투표에 `올인'한 까닭에 강원지역 흥행성적이 저조한 상태”라며 서운해 했다.

 

[제주] "추석연휴 온종일 구슬땀"

 

<제민일보>의 ‘추석 연휴 온종일 구슬땀’, ‘화목한 명절 내년 기약’의 제목에선 태풍 피해가 아직 가시지 않았음을 읽을 수 있다. “추석연휴를 맞은 농어촌마다 태풍 '나리'의 상처를 씻어내기 위한 주민들의 분주한 손길로 허리를 펼 시간이 없었다”며 “농어촌지역은 복구의 손길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기사는 전했다.


 

대풍 나리의 피해를 직접 입은 <한라일보>의 이날 사설 제목 ‘눈물 감추고 웃는 낯으로 손님 맞자’는 피해가 아물지 않았으나 웃음을 잃지 말자는 격려의 뜻이 담겼다. 사설은 “속으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웃는 낯으로 손맞이하는 상인 정신-바로 이것이 제주도와 제주도민이 재기를 위해 배우고 실천해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이 많다보니 기사내용과 제목이 흡사한 대목이 많다. 칼럼에서도 비슷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27일자 <국제신문>의 시론 ‘쇼를 하라 쇼를’과 지난 18일 <경인일보> 내부칼럼 ‘쇼를 하라’는 제목이 비슷하지만 내용은 서로 다르다.

 

[경인] 쇼를 하라?

 

<경인일보>윤재준 정치부장은 칼럼에서 “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이 쇼를 하고 있다”며 “각 당에서 벌이고 있는 쇼가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쇼인지, 국민들을 기만하기 위한 쇼인지 잘 분간은 가지 않지만 쇼를 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했다.

 

<국제신문>의 칼럼과는 내용이 다르지만 두 칼럼 모두가 주는 의미는 관람객이 외면하는 쇼를 그만하고 진정한 쇼를 하라는 것이다. 쇼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라는 주문이다. 풍자적인 제목에 많은 의미가 녹아 있다.   


태그:#추석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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