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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보름달 보고 소원 빌었어요.”
  “그래? 뭐라고 빌었는데?”
  “엄마 병이 빨리 낫게 해달라고요.”
  “저는 동생 눈병 고쳐달라고요.”
  “저는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요.”
  “저는 동생이 잘 되게 해달라고요.”

 

낟알 

속이 꽉 차 있는
낟알 속이 꽉 차 있는 ⓒ 정기상

 

  추석 연휴를 마치고 학교에 도착하니, 어린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하는 말이다. 준섭이가 자랑하듯이 말하니, 너도 나도 말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활기 넘치는 표정을 바라보니, 힘이 났다. 어린이들의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을 보게 되니, 내 마음까지도 맑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면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어린이들의 맑은 영혼에 보름달도 분명 감동하였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였던가? 민심의 바탕은 바로 어린이의 마음이 아닌가. 티 한 점 묻어 있지 않은 하얀 도화지 마음으로 간절하게 소원을 빌었다. 보름달도 어린이들의 소원을 모두 다 들어줄 것이 분명하다. 다른 욕심이나 탐심이 있다면 외면할 수 있겠지만,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마음이니,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선생님 저는 소원을 못 빌었어요.”
  “왜?"

" 깜박 잊었어요.”
  “그래? 그럼 오늘 밤 달님에게 빌어요.”
  “그래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

 

영롱하게 

빛나고
영롱하게 빛나고 ⓒ 정기상

 

  다른 일로 소원을 빌지 못한 어린이는 걱정을 해결하였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친구들이 소원을 빌었다고 자랑하는데, 자신만 하지 못해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었다. 오늘 밤에 뜨는 달님에게 소원을 빌어도 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어린이들의 마음이 우뚝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성묘를 갔을 때 영롱하게 빛나던 낟알들이 떠오른다. 속이 꽉 차 있는 벼들은 분명 보석이었다. 낟알이 꽉 차기 위하여 얼마나 고생을 하였을까? 비도 내렸을 것이고 바람도 불었을 것이다. 잡초의 위협도 받았을 것이고 멸구와 같은 해충과 세균의 침입도 있었을 것이다. 한 순간도 편안한 날이 없었을 것이다.

 

  그 모든 어려움을 막아낸 사람이 바로 농부다. 풍요로운 수확을 얻기 위하여 농부는 한 순간도 마음 편하게 지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농부의 정성스런 보살핌이 있기에 오늘의 낟알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낟알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것은 그것이 탐스러워서가 아니다. 농부의 지극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제 몫 

당당한 어린이
제 몫 당당한 어린이 ⓒ 정기상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면서 낟알을 떠올리게 된다. 순수하고 맑고 투명한 영혼을 가진 어린이들이 자라서 눈부신 낟알로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지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이 스스로 열심히 정진해야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모님의 사랑과 선생님의 지도가 필수적이다.

 

  어린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왜 저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린이 지도에 이 정도면 충분한가? 어린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지 못한 것은 없는가? 어린이 지도를 너무 일상적으로 하는 것은 아닌가? 어린이 지도에 좀 더 효율적이고 좋은 방법은 없는가?

 

  어린이를 가르친다는 것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이다. ‘직선이란 양 점 사이의 최단 거리’라는 정확한 규정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습에 왕도가 없듯이 어린이 지도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마디 한 것이 어린이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어린이 지도에 임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란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한다. 어린이와 생활하면서 반성할 때 떠올리는 말이다. 어린이 교육의 목적은 어린이가 자라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란 것을 잊지 않는다. 삶도 결국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닌가. 어린이들이 자라서 스스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고창에서


#어린이#알찬#제몫#당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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