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화제를 낳으며 방영 중인 <태왕사신기>(연출 김종학 윤상호 극본 송지나 박경수)는 시청률만 놓고 보면 순항을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 30%를 넘나들며 동시간대 시청률 단연 1위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방영 전부터의 논란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방영이 시작된 후에도 배우들의 연기력과 캐스팅이 도마에 오르더니 이제는 스토리 흐름에 있어서 역사 왜곡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고구려의 18대 태왕인 고국양왕(故國壤王)을 유약한 군주로 묘사하고 있는 점이다. 이는 실제 역사와는 사뭇 다른 점이라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극 중에서 고국양왕(독고영재 분)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아 폐하라고 부르지도 않는 연부인(김선경 분)에게 이렇다할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또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연가려(박상원 분)에게도 군주답지 못한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아들인 담덕(배용준 분)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그를 숨기고 눈에 띄지 않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은 쥬신의 왕을 위해 준비하는 자에 불과하다면서 자신을 깎아 내리고 있다. 물론 드라마의 스토리 흐름상 훗날 쥬신의 왕이 될 담덕을 부각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는 해도 실제 고국양왕과 비교하자면 너무도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역사 기록을 보면 고국양왕은 전대 태왕인 소수림왕 때의 제도 정비를 통해 신장된 국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전개하였다. 북으로는 후연(後燕)을 공격하여 요동군과 제 3현도군을 점령하기도 하고 남쪽으로는 백제를 공격하여 영토를 확장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고국양왕은 주변국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며 영토 확장에 적극 힘썼던 정복군주였다. 고국양왕의 뒤를 이어 즉위한 19대 태왕인 광개토왕이 광활한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국양왕의 이런 활약이 있었던 것이다. <태왕사신기>의 드라마 전개상 향후에도 고국양왕의 나약한 모습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국양왕도 당시 동북아시아의 강대국이었던 고구려의 군주였다. <태왕사신기>가 그 점만은 명심하여 앞으로 고국양왕이 군주로서의 최소한의 당당한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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