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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아파트, 회색빛 콘크리트 바닥. 가을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는데, 여간 칙칙한 게 아니다. 이럴 때는 큰 욕심내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동네 뒷산이나 작은 숲으로 떠나보자. 작은 동네에서도 녹색 생명이 꿈틀대는 곳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거대한 풀숲보다는 작은 화단도 괜찮다.


여기, 필자의 손에 잡힌 두 책은 정감 있게 '동네'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 동네는 국어사전에 '자기가 사는 집의 근처'라고 나와 있다. 내 집 근처, 뭐 볼 게 있단 말인가.

 

<우리 동네 숲에는 무엇이 살까?>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간 '볼 것'을 보여준다. 부제로 ‘도시 속 우리 풀· 꽃 · 나무 이야기’라고 쓰인 이 책은 일산의 작은 산, 정발산 이야기다. 정발산이라는 특정 지역 숲 이야기지만 내용은 특정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펼쳐진 자연의 이야기다. 표지부터 싱그러운 이 책을 펼치고 작은 소풍을 기획해 보시라.

 

봄부터 겨울까지 이어지는 숲 이야기는 봄철 진달래, 꽃다지, 민들레, 쇠뜨기로 시작해 겨울철 전나무, 소나무, 댕댕이넝쿨, 서어나무로 끝난다. 숲 해설가 손옥희씨가 태어날 손주를 위해 썼다는 이 책은 ‘읽는 글’이 아니라 ‘들려주는 글’이라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다.

 

중간 중간 자연놀이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 가을철 자연놀이는 ‘낙엽으로 왕관 만들기’와 ‘열매로 동물 만들기’가 소개되었는데, 만드는 순서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아이들과 한번 도전해 볼 놀이다. 무엇을 만드는 게 자신이 없다면 가장 단순한 ‘질경이 줄기 끊기 놀이’도 좋다. 질긴 생명력의 풀, 질경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자.

 

‘독성이 없는 질경이는 질기디 질긴 잎으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질경이를 먹어도 탈이 나질 않는 거야. 게다가 질경이를 꾸준히 먹으면 몸이 가뿐해지면서 언덕을 뛰어 넘을 만큼 힘이 솟아나고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구나.’

 

이런 질경이 옛날이야기를 들으면 아마도 ‘질경이 줄기 끊기 놀이’가 더 재미있어 질수도 있겠다.

 

가을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곱디고운 빛깔이다. 이 빛깔이야기는 <봄이의 동네 관찰일기>에 잘 나와 있다. 산철쭉, 개나리, 느티나무, 감나무, 밤나무, 붉나무 등등 여러 낙엽들이 책 한가득 펼쳐져 있다. 단풍잎 말리는 방법도 나와 있고, 붉나무 잎 옆에는 ‘조금만 건드려도 잎이 끊어진다’라고도 쓰여 있다.

 

이 책에는 곤충이야기도 많이 있는데, ‘재미있게 생긴 곤충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개그맨 유재석이 생각날 게다. 곤충의 앞 얼굴만 모아 놓고 실제 ‘mm’ 단위로 사이즈를 자세히 써 놓았다.


앞의 책이 할머니가 들려주는 숲 이야기라면, 이 책은 봄이가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식물, 동물이야기다. 두 책은 화자의 입장에 따라 독자에게 전해지는 느낌이 다르다. 따뜻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 평범하고 친근한 이야기 중 독자의 취향에 따라 골라보면 좋겠다.

 

이 책들을 보게 된다면 자연스레 창밖으로 눈길이 갈 것이다. ‘저건 뭐였더라?’ 넘쳐나는 호기심, 지금이 바로 절호의 기회다. 청명한 하늘 아래, 아이들과 산들놀이 한 번 떠나 보자.

덧붙이는 글 | 참고할 만한 책들
1. 보리 어린이 식물도감/보리 
2.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보리
3. 처음만나는 풀꽃이야기/ 이.비.락 
4. 사계절 생태놀이/천둥거인 


우리동네 숲에는 무엇이 살까?

손옥희.김영림.최향숙 지음, 청어람미디어(2006)


태그:#동네관찰, #들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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