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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신이 인간에 내리는 벌로서 자주 등장한다. 타락이 극에 달하는 소돔을 멸할 때에도 하늘에서 유황불을 퍼부어 벌하였으며, 성경에는 신의 권능을 불로 상징하고, 일부의 기독교인 들 중에는, 지구의 종말은 불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은 축제에도 많이 쓰인다. 화려한 불꽃 축제와  올림픽 성화 등이 그것이다. 태양 광선으로 점화된 성화를 릴레이로 운반해 올림픽 경기 성화대에 붙이는 과정은 성스럽고 거룩한 제의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 체육대회 때 마니산 첨성단에서 채화한 성화를 점화한다.
 
그러나 봉화는 신라 때부터 난리를 알리는 것으로써, 어느 방면에서 올리면 연속해서 전하여 서울까지 온다. 대개 매일 초저녁에 불을 올린다. 만약 올려야 할 때 올리지 않거나, 올리지 않아야 할 때 올리면 이 방면에 변고가 생겨 위기임을 짐작하였다 한다. 평시에는 1회, 적이 나타나면 2회, 적이 국경에 접근하여 3회, 국경을 침범하면 4회, 접전하면 5회를 알렸다 한다.  
 
 
불은 좋은 소식을 알리는 구실도 하지만 또 위기에서 모면하는 것으로 쓰이기도 했다. 인간의 역사는 불과 함께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은 왜적이 침입이 잦은 곳으로 여느 지방보다 봉수대가 발달한 고장이다. 
 
해운대 장산의 남쪽 기슭에 있는 간비오산 봉수대 설치 연대는 확실치 않으나 세종 7년(1461) 이전에 설치된 것으로 고려 말부터 현대적 통신수단이 들어오기까지, 약 700여년간 해운포 일대에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곳이다. 현재의 봉수대는 1976년 10월 1일 새로이 축조된 것으로 화강석 지름 11m, 높이1.2m의 규모로 원형 축대를 쌓고 중간에 계단을 설치하였으며 상단에 오르면 중앙에 지름이 2m, 높이 60m인 연조 1구가 설치되어 있다.
 
 
 
불빛을 이용할 수 없을 때는 토끼똥을 태웠으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와서 연기를 이용할 수 없을 때는 말을 타고 달렸다 한다. 조선 때까지 우리나라에는 봉홧둑이 자그마치 600여 군데나 있었다. 우리 속담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피할 수 없는 급한 일이 닥쳤음을 표현하는 이 말은, 이 때의 불의 위기를 상징하는 말로 헤아려 진다.
 
시대가 달라져도 불은 인간에게 언제나 유익한 것이다. 봉화에서 발달된 현대 통신 수단은 레이더와 유선 전화, 무선 전화, 핸드폰 등으로 변천했지만, 이 모두 불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원론적으로 불의 역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조선초기 부산 지역에는 간비오산 봉수대를 포함하여 금정산의 계명 봉수대, 황령산 봉수대, 대청공원의 구봉 봉수대, 용당동 오해야 봉수대, 다대포의 응봉 봉수대, 석성 봉수대 등에 7개의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오해야 봉수대, 석성 봉수대는 폐지되어 조선시대 영조 이후에는 나머지 5곳의 봉수대만 사용되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을 축하하기 위해 계명 봉수대, 황령산 봉수대, 구봉 봉수대, 응봉 봉수대, 간비오산 봉수대와 기장의 남산 봉수대 등 모두 6곳의 봉수대가 점화되기도 했다.

 

불이 순화와 재생을 상징한 것은 동서양에서 모두 같다. 서양에서는 부활절 전날 부싯돌과무쇠로 새불을 일으킨다고 한다. 불은 생명의 씨앗이고, 생명의 씨앗은 곧 불이 된다. 전쟁에서의 불은 파괴와 폭력적인 불이라면, 봉수대의 지피는 봉홧불은 그 전쟁에서 지켜주는 불이었다.

 

부산포의 봉수대에서 점화된 봉홧불이 서울까지 이어져 올라간 시간은, 지금 부산서 출발한 기차가 서울에 닿는 시간보다 빨랐을 것이다.

 

가끔씩 새벽 일찍 장산의 높은 봉수대에 오르면, 첫 햇살이 꽂히면서 타오르는 점화에 의해 이 세상 모든 아침이 열리는 듯하다. 더구나 부산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장산 간비오산 봉수대에 오르면 어디선가 둥둥 북소리가 울리고 부산에 산다는 자연의 축복에 은혜의 햇살이 가슴에 꽂히는 봉홧불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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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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