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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투'에서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와서일까?

 

28일 오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예비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린 부산MBC 스튜디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앉은 정동영·손학규·이해찬 후보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앞서 이날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경남 합동연설회에서도 사력을 다하기는 했지만, 전날(27일) 광주·전남 연설회에서 보여줬던 '전의'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토론회의 사회를 맡은 김수병 부산MBC 보도국장이 다소 지쳐보이는 후보들에게 "연습"이라며 준비된 질문을 던졌다. 이날 토론회는 사전에 녹화돼, 부산·경남 지역 개표 당일인 30일 오전에 방송될 예정이었다.

 

김 보도국장은 이해찬 후보를 향해 "'대체로 까칠하다, 다정다감하지 못하다, 한명숙 의원의 넉넉한 부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고 언론에서도 '화를 잘 내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데, 해명의 기회를 드리겠다"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화를 낼 때도 있고 잘 웃을 때도 있는 거죠"라면서도 "대체로 경우없는 짓을 하면 화를 낸다, 정치공세를 할 때 화를 내는 일이 많다"고 답했다.

 

정동영 후보에게는 "말을 잘한다는데"라는 질문을 했고, 정 후보는 마치 준비라도 한 듯 "말이 곧 사람이다,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생각은 사상의 뿌리를 갖고 있다…"며 술술 답변을 내놨다.

 

이번에는 손학규 후보에게 질문했다. "완전히 (경선으로) 돌아온 것인가?" 그러나 손 후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가) 언제 나갔었나"라고 짧게 반문했다.

 

연습과 실전, 어떻게 달랐나

 

'연습'은 끝났고, 실제 녹화에 들어갔다. 김수병 보도국장은 '각본'대로 연습 때 했던 질문을 다시 던졌다. 이 후보의 '실전' 답변은 '연습' 때보다 상세했다.

 

"저는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해왔는데, 제가 총리를 하면서 회의를 2000번쯤 했다. 하면서 한번도 회의가 중단되거나 잘못된 적 없이 원만하게 잘 했다…."

 

이 후보는 특히 "제가 가끔 버럭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상대방이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거나 행동을 할 때 화를 낸다"고 답했다. '경우없는 짓'이 '터무니 없는 소리'로 순화됐다. 김 보도국장이 "요즘엔 많이 웃으시냐"고 되묻자, "선거 때라 (주변에서) 많이 웃으라니까, 많이 웃는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연습' 때와 같은 질문을 받은 정 후보는 "말은 곧 사람이다"며 '연습' 때와 똑같은 표현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그러나 정 후보는 '달변가' 답게 답변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

 

".... 대통령이 되면 '위대한 청취자'가 되겠다. 국민의 말만 잘 들어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잘 듣지만 해야 할 말은 분명히 해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지적 신뢰를 져버리지 않았다."

 

손학규 후보에게는 "다른 후보와 달리 안정적인 이미지이지만, 손 후보 특유의 이미기가 뭔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이어, 다시 "경선에 완전히 복귀한 것이냐"는 질문이 뒤따랐다. 손 후보 역시 "(내가) 언제 나갔었나"라고 똑같이 반문했다.

 

하지만 손 후보의 표정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연습' 때와는 달랐다. 손 후보는 사회자의 진행을 중단시킨 채 단호한 어조로 "분명히 할 게 있다. '칩거'다, '잠행'이다 하는데, 고뇌와 결단의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한나라당 유산으로 이명박 못 이겨"... 손학규 "사돈 남말"

 

일단 '오프닝'은 그렇게 끝났고, 본 토론이 시작됐다. 첫번째 주제는 '경선 방식에 대한 논란'. 이해찬·손학규 후보로부터 동원경선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가 포문을 열었다.

 

'버스떼기 등 동원선거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당 공정경선특위 발표를 언급한 정 후보는 "부산경남 도민들은 자기끼리 싸우는 것 싫어한다. 계속 네거티브로 가면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웃는다"며 "남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나에게도 엄격하게 들이대야지, 상대방에게만 들이대면 이중잣대"라고 역공에 나섰다.
 
그러자 손학규 후보가 "당 지도부에서 덮고 가려는 것은 이해된다"면서도 "한나라당 검증 청문회를 봐라, 국민들이 이명박 후보에게 문제가 없다는 검증청문회 결과를 그대로 믿겠느냐"고 반박했다.

 

이해찬 후보도 "이명박 후보의 흠이 굉장히 많이 나왔는데, 경선 과정에서 밝혀지지 않았다고 해서 흠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고 가세했다.

 

동원경선 의혹을 둘러싼 세 후보의 지루한 공방이 한동안 계속됐다. 정 후보가 "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이명박 후보가 다시 올라간다"며 "무슨 이유인가? 낙인 찍기와 흠집 내기를 계속하면 경선은 하나마나"라고 버텼지만, 두 후보의 협공에 싸여 곤욕을 치러야 했다.

 

공방은 '당권밀약설'의 진위 문제로 넘어갔다. 대부분 이전에 제기됐던 논란의 재판이었다. 정 후보는 당권밀약설에 대해 "천부당만부당한 얘기"라며 반박한 뒤 "(노선.정책과 관련) 한나라당의 유산과 손 잡고는 이명박을 못 이긴다. 오리지널이 강하다"며 손 후보를 겨냥했다.

 

'참여정부 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정동영-손학규 후보와 이해찬 후보로 편이 갈리는 가 싶더니, 정 후보가 참여정부의 대기업 정책 등을 비판하자, 손 후보가 "사돈 남말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는 등 혼전을 벌였다. 

 

수퍼 4연전 앞둔 후보들의 마지막 말은

 

어느새 토론회는 끝나고 세 후보는 마지막 발언을 통해 '수퍼 주말 4연전'의 분수령이 될 부산·경남 지역 유권자들에게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손학규 "참여정부가 밉다고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없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실망해서 등 돌리고, 이명박 후보에게 기탁해 있는 원래 우리 지지자들, 중도개혁 지지자들, 다시 돌아와달라. 손학규가 경제로 이명박 후보를 압도하겠다."

 

이해찬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오랫동안 일을 같이 했다. 한번도 신의를 저버린 적이 없다. 그래서 한나라당 사람들은 이해찬 후보가 가장 두렵다고 한다. 두 대통령이 지지하는 충청 후보이기 때문이다. 영남아가씨를 아내로 맞아 30년동안 잘 살았다. 투표에 참여해달라."

 

정동영 "5년전 겨울 12월 정동영이는 국민참여운동본부장으로서 부산·경남에서 노무현 지지를 호소했다. '정동영이를 5년 뒤에는 밀어주꾸마' 했던 말이 기억난다. 감동을 만들어달라. 누가 일등을 해야 감동하겠나. 정동영이가 부산에서, 경남에서 일등을 해야 국민들이 감동한다. 지역구도 극복의 감동을 부산·경남에서 만들어달라."


태그:#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경선, #대통합민주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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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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