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해인사 건너편 매화산 자락에는 청량사(淸凉寺)가 있다.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절이다. 홍류동천을 건너, 마을을 지나 산길을 한참 오르면 바위로 이루어진 산을 만난다. 매화산 자락 끝에 마지막으로 흘립한 산이 천불산으로 그 바위산 아래 청량사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청량사는 신라 후기에 창건되었다고 하는데,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는 법당은 남아있지 않다. 그러나 이곳에는 대단히 훌륭한 석탑과 석등, 그리고 불상이 남아있어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돌로 만들어진 이들 세 작품은 신라 말기 불교조각의 정수를 보여준다.

 


대웅전 앞마당 가장 바깥에 석등(보물 제253호)이 자리 잡고 있다. 지대석, 간주석, 화사석, 지붕돌로 이루어진 통일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석등이다. 지대석 상부에는 하대석과 복련석이 있고, 간주석 상단부에는 앙련석이 있다. 화사석은 8각으로, 네 면에는 창을 내고 다른 네 면에는 사천왕상을 돋을 새김하였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정적이다.

 


석등에서 대웅전 쪽으로는 일직선상에 3층석탑(보물 제266호)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탑은 2중 기단 위에 3층의 탑신부가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이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체감 비율이 높지 않아 단아하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전체적으로 특별한 조각이 없고 상륜부에도 노반만이 남아 있어 예술적 하강기의 신라예술임을 알 수 있다. 탑의 높이는 4.85m이다.


3층석탑에서 산 쪽으로 보면 대웅전이 자리 잡고 있다. 그 대웅전 안 한가운데 돌로 만든 석가여래좌상(보물 제265호)이 안치되어 있다. 부처님의 모습은 석굴암의 부처님과 닮았으나 예술적으로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특히 눈과 입 부분이 마모되어 상호가 뚜렷하지 못한 편이다. 그리고 옷의 주름이나 무릎 부분의 조각도 정교하지 못하다. 부처님 뒤에는 광배가 있으며, 이곳에서 불꽃 문양과 비천상, 화불을 볼 수 있다.

 


청량사 석조 석가여래좌상은 이와 같은 불상과 광배를 대좌(臺座)가 받치고 있는 완벽한 형태의 불상이다. 대좌는 4각형으로 되어 있으며, 상중하 삼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단에는 각 면마다 2구의 보살상이 조각되었는데 풍만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리고 하단에는 연꽃무늬를 새겨 넣었다.


청량사는 이처럼 세 가지 중요한 문화재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다. 절을 나오면서 전면을 바라보니 왼쪽으로 가야면과 야로면 지역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 굽이굽이 산골을 따라 88고속도로가 동서로 이어진다. 우리 일행은 주차장으로 내려와 다시 차를 타고 월광사지로 향한다. 월광사지는 야로면 월광리 369번지 홍류동천 옆에 위치한다.

 


월광사(月光寺)는 가야의 마지막 왕인 도설지왕(월광태자)이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가야가 562년(진흥왕 23년) 9월 신라장군 이사부에 의해 멸망(삼국사기 권 제4, 신라본기 제4 진흥왕조)되었으니 그 이전에 만들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월광사는 가야가 멸망한 후 내리막길을 걸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월광사라는 절이 먼저 생겼고, 이 절이 망한 가야국의 왕실을 추모하는 일종의 원찰 구실을 했을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절은 더 번창하지 못하고 현재와 같이 3층석탑 2기만이 남은 폐사지가 되었을 수도 있다.


신라가 가야를 멸망시킴으로써 신라의 영역은 이제 대야주(大耶州: 합천)까지 확장되었다. 신라는 백제와 직접 국경을 맞대고 경쟁하는 양상이 된다. 이후 100년간 신라와 백제는 이곳 합천의 황강을 끼고 수많은 전투를 벌인다. 특히 642년에는 김춘추의 사위 품석과 딸 고타소랑이 이곳 합천 땅에서 죽는 일이 발생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신라와 백제는 사생결단의 전투를 벌이게 된다. 월광사가 있는 합천은 이처럼 중요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월광사 3층석탑(보물 제129호)은 쌍탑으로 동서로 2기가 배치되어 있다. 2층의 기단부 위에 3층 탑신부가 있는 전형적인 신라탑이다. 기단과 탑신부에 기둥 조각 외에는 특별한 조각이 없어 단아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준다.

 

외견상으로는 두 탑이 거의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약간의 차이가 있다. 탑의 각부 조성방법이나 양식이 약간 다른데 이를 통해 두 탑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덧붙이는 글 | 합천군 여섯번째 이야기로 청량사와 월광사지를 다뤘다. 청량사에는 세개의 보물이 있고, 월광사지는 가야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태그:#청량사, #매화산, #석탑, #월광사지, #석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