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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친절한 주인, 저렴한 가격, 그리고 <화양연화>와 <2046>의 영화 촬영장소라는 프리미엄까지. '골드핀치 레스토랑(Goldfinch Restaurant)'은 고심 끝에 택한 선택과 힘들게 찾아간 노력이 헛되지 않게 했던, 홍콩에 다음에 올 기회가 생기면 '다시 오고 싶은' 멋진 레스토랑이었다.

골드핀치 레스토랑을 나온 시각은 밤 9시 30분. 솔직히 1박 3일 도깨비여행에서 야경을 제대로 볼 날은 1일과 2일 사이의 심야 시간뿐이었다. 2일과 3일 사이는 3일 00시 20분에 첵랍콕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일정이기에 야경은 공항 가는 길과 공항에서 어설프게 보는 것이 전부일 뿐.

우리 모두 포만감에 약간 어슬렁거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오늘 빅토리아피크에 올라가지 않으면 한국에 돌아가서 후회할 거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즉시 우리는 코즈웨이 베이 뒷골목에서의 '10분 배회'를 마치고 피크트램을 타기 세 명씩 나눠 택시를 타고 출발한다.

엄청난 급경사의 안전한 피크트램

'엄청난 급경사'와 '안전한'. 이 두 가지 말은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건설구조물이나 교통수단이라면 둘 간의 관계는 '부조화'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위스 산악열차에 버금가거나 능가하는 수준의 급경사인 홍콩의 피크트램은 지난 1888년에 생긴 이래 1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차례의 사고 전력이 없는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한다.

그 오랜 세월동안, 엄청난 급경사의 철로에서 천재(天災)이건 인재(人災)이건 사고 한 건 정도는 있을 것 같았는데, 정말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하긴, 사고가 났으면 대형 사고였을 터이며,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뉴스와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 피크트램의 모습. 피크트램을 운영업체는, 피크트램이 1888년에 처음 운행을 게시한 이래 단 한 차례의 사고가 나지 않은 안전한 교통수단임을 자랑으로 여긴다.
 홍콩 피크트램의 모습. 피크트램을 운영업체는, 피크트램이 1888년에 처음 운행을 게시한 이래 단 한 차례의 사고가 나지 않은 안전한 교통수단임을 자랑으로 여긴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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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솔직히 이 피크트램을 타면서 두려운 점이 없지 않았다. 정전, 전류오류, 단선 등 전기적 사고라든지, 선로붕괴 등의 토목적 사고, 혹은 지진, 산사태, 강풍 등 자연적 사고 등 다양한 사고가 빠르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인재(人災)라면 엄청난 중력가속도에 의해 바닥으로 떨어지며 다치거나 죽는 경우이며, 천재(天災)라면 열차 자체가 뒤엎기고 구르며 다치거나 죽는 경우이다. 어느 경우도 생각하기 싫은, 더불어 있어서는 안 될 끔찍한 경우이다.

하지만 나는 홍콩의 토목·전기·기계 엔지니어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토목공학을 전공하는 개인적 입장을 떠나, 1년에 무려 4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고, 1억 명이 넘는 누적인원이 무사히 탔던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내게도 어긋나지 않았다. 총 1364m의 운행구간에서 아무런 사고도 없었던 것은 물론, 수직높이로 368m나 올라가는데도 롤러코스터처럼 일부러 겁을 주는 모션도 없었다. 별 탈 없었기에 이렇게 멀쩡히 여행기를 쓰고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빅토리아피크에서의 홍콩야경

여행 가이드북을 보면 피크트램을 탈 때 (올라갈 때에는) 오른쪽에 앉으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실제 가 보니 그러한 내용을 괜히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45도가량 경사진 길을 10분간 올라가는 피크트램. 왼쪽이라고 아주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오른쪽의 경우, 면 경사진 각도로 보는 멋진 홍콩 풍경을 만나게 된다. 입으로는 "우리 이거 고장 나면 창문 깨고 뛰어내려 재빨리 나무나 바위를 잡아야 돼"라는 스타일의 말이 나올지라도….

손으로는 홍콩의 야경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고, 마음으로는 그 야경의 감탄을 소화하느라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울어져 보는 아름다운 야경,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분명 있다.

상층부 종점인 피크타워에서 내리면 1층의 상점을 거쳐 나가도록 동선이 구성되어 있었다. 마침 영호 형과 종규가, 옥토퍼스카드에 문제가 발생하여 결제가 안 되어 우왕좌왕하다가, 다른 네 명만 먼저 올라오게 된 상황이라 그 둘을 기다려야 했기에, 잠시 피크타워 1층의 상점을 들르게 됐다.

상점에 있는 물건은 솔직히 물건이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운반이 힘들었는지 몰라도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 쇼핑의 천국이라는 홍콩인데 굳이 여기에서 물건을 사야 하는가 싶을 정도였다.

홍콩 피크타워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
 홍콩 피크타워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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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20분 정도 있으니 늦게 피크트램을 타고 올라온 둘이 도착했고,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계속 타워 위쪽으로 올라가서 마침내 피크타워 5층에 있는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홍콩에는 안개가 많지는 않지만 종종 있으며, 만약 안개 낀 날에 피크타워에 올라갔다면 야경의 반은 버린 것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다행히도 안개는 없었다.

섬과 반도, 항구와 해안가, 배와 바다, 불빛과 마천루 등이 조화된 홍콩의 '백만불짜리 야경'은 우리에게 찡그림 없이 그 모습을 비췄다. 분명, 에펠탑(파리), 몽파르나스타워(파리), 고베타워(고베), 헵부파이브관람차(오사카) 등을 포함해 이번 여름에 대한민국 바깥에서 살펴 본 야경 중 솔직히 제일 아름다운 야경이 아닐까 싶다.

이 야경을 보기 위해 고지대인 이곳까지 먼 발걸음을 뗀 사람들 중에는 한국인도 상당수 보였다. 오늘 홍콩을 쭉 돌아다니며 일본은 물론 프랑스나 독일에서보다도 한국인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9월 1일이라 사람들이 없나 싶기도 했고, 이제 한국인들이 멀리 가는 것을 더 좋아하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여기는 마치 한국에 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말을 쓰는 한국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한국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무서운 하강 피크트램, 짧지만 강한 해저터널

홍콩에 올 때 여러 자료들을 살피며 '빅토리아피크에 갔을 경우, 올라갈 때에는 트램을, 내려올 때에는 버스(15번 버스 혹은 미니버스)를 타고 오라'라는 말을 많이 봤다. 실제 그리할 생각이었고, 또 그렇게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피크타워를 내려올 당시의 시간은 23시 30분. 홍콩의 심야 교통이 서울 수준이라고 하지만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 불안 불안한 상황이었다. 결국 버스에 대한 욕구를 꼭꼭 억누른 채, 올라올 때 탔던 피크트램을 타고 내려오게 된다.

홍콩 피크타워에서 피크트램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자정에 가까운 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올라갈 때와 달리 내려올 때의 사람이 훨씬 많았다.
 홍콩 피크타워에서 피크트램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 자정에 가까운 밤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올라갈 때와 달리 내려올 때의 사람이 훨씬 많았다.
ⓒ 박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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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트램은 단선궤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에, 아래편 종점인 가든로드의 성요한성당 부근에서 위편 종점인 피크트램으로 올라온 트램에 탔던 사람들이 내리면, 그 트램에 사람들이 타고 다시 내려가는 방식이었다. 올라올 때와 달리 내려갈 때는 긴 줄을 기다려 내려오게 됐다.

내려올 때 역시 기분이 묘하긴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거꾸로 가는 경우가 되어 그 기분은 더욱 묘했다. 기울어진 아파트, 저 멀리 보이는 배들과 바닷가, 그리고 수많은 불빛이 이루는 환상적인 도시 경치를 살피며, 당분간은 다시 못 올 빅토리아 피크에 잠시의 작별을 고했다.

피크트램에서 내려, 침사추이(Tsim Sha Tsui, 尖沙咀)역으로 가는 'Tauen Wan Line'을 타기 위해 깜종(Admiralty, 金鐘)역까지 가는 것은 먼 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길도 아니었다.

택시, 버스, 도보 등을 놓고 고민하던 우리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깜종역에서 침사추이역까지는 단 한 정거장이며, 여행 가이드북의 설명이 못 미더워 길을 가던 홍콩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홍콩의 지하철은 1시까지 운행된다는 말을 다시 들었기 때문이다. 약 15분이면 걸어갈 수 있다 했다.

번화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매우 조용했다. 건물은 높은데 차 몇 대만 다니고 사람들도 없었다. 건물의 규모나 외장재 등을 봐서는 결코 그렇지 않지만, 유동인구만 보면 도시 이면의 뒷골목처럼 스산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분위기도 좋았다. 지금 시간이기에 볼 수 있으니.

자정 무렵의 홍콩의 지하철(MTR) 모습. 토요일 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러시아워 직후를 보는 것 마냥 사람이 많았다.
 자정 무렵의 홍콩의 지하철(MTR) 모습. 토요일 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한국의 러시아워 직후를 보는 것 마냥 사람이 많았다.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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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하철역에 와서, 그리고 침사추이에서 내려서, 홍콩인들이 밤이면 거리에 없다는 생각은 깨졌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도 홍콩섬에서 카오룽반도로 넘어가는 지하철에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도착해서 내린 침사추이역은 시청역 초저녁 때를 보는 분위기였다.

홍콩의 지하철 MTR
홍콩의 지하철 MTR 입구.
 홍콩의 지하철 MTR 입구.
ⓒ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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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지하철은 'MTR(Mass Transit Railway)'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AEL(Airport Express Line)을 포함하여 총 5개 노선(디즈니랜드 리조트라인 노선을 포함하면 6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홍콩섬 북부를 가로지르는 Island Line(巷島線, 파랑색 띠 표시), 홍콩섬의 센트럴(Central, 中環)역과 깜종(Admiralty, 金鐘)역을 거쳐 카오룽(Kowloon, 九龍)반도를 지나는 Tauen Line(荃灣, 빨강색 띠 표시), 신계와 홍콩섬을 잇는 Kwun Tong Line(觀塘, 보라색 띠 표시), 란타우섬과 카오룽반도 서측 그리고 홍콩섬을 잇는 TungCung Line(東通線, 주황색 띠 표시), 공항~칭이~카오룽~홍콩 구간만 정차하여 공항과 홍콩 번화가를 빠르게 잇는 AEL 등이, 홍콩에 운영되고 있는 MTR 노선이다.

운임은 최소 HK$4(한화 500원 정도)에서 최대 HK26(한화 3200원 정도, AEL 제외)로 차이가 크지만, 옥토퍼스카드 이용 시 할인된 운임(HK3.8$ ~ HK23.1$)을 받으므로, MTR을 많이 탈 경우 확실히 옥토퍼스 카드를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아침 6시부터 익일 새벽 1시까지 운행하며 관광객들이 찾는 홍콩 대부분의 위치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여행 중 MTR을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단, 한국과 달리 MTR 내에서 금지사항이 몇 가지 존재하며, 이 금지사항을 어겼을 시에는 상당액의 벌금이 부과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MTR 내의 흡연과 취식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흡연 시 HK5000$(한화 60만원 정도)의 벌금을, 취식시 HK1000$(한화 12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또 열차의 문을 강제로 여닫거나, 열차를 타기 위해 팔이나 가방을 닫히는 문으로 집어넣는 행위 등 안전수칙 위반행위를 할 경우 HK2000$(한화 24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 기사는 20대를 위한 지식정보포털사이트 영삼성닷컴(www.youngsamsung.com) 및 내일여행 투어호스트 홈페이지(www.naeiltour.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홍콩, #침사추이, #피크트램, #빅토리아피크, #피크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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