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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이었던 '이랜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언론의 무관심속에서도 이들 비정규 노동자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랜드 노조에서는 10월을 들면서 새로운 투쟁을 계획하고 있고, 이에 대한 회사쪽의 대응이 주목됩니다. 정부에서는 비정규직법 후속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오마이뉴스>는 장석주 이랜드 노조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수 노동부 장관 인터뷰를 차례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랜드 그룹이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거절함에 따라 회사 쪽의 입장은 전하지 못해 유감스럽습니다. 회사 쪽은 당초 서면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회사쪽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질문지를 보냈지만 회사 쪽은 "기사 작성시 답변이 노조쪽에 편향될 우려가 있다"며 결국 인터뷰를 거절했습니다. <편집자주>

 

"10월 15일 내로 끝낼 수도 있다."

 

장석주 이랜드일반노동조합 위원장 직무대행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여유도 있었다. 27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지난 6월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시작된 이랜드 사태는 110일 넘어서고 있다. 장기전이 되다보니 일부 노조원뿐 아니라 방송·신문기자들도 떨어져 나간 상황. 그의 말은 뉴스를 만들려는 허풍이 아닐까?

 

하지만 지난 14년간의 이랜드 노사 분쟁에서 가장 크게 이겼던, 지난 1997년의 노조위원장이 바로 그다. 그는 "무노동 무임금을 깼다, KO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 노조 설립 때부터 최전선에서 노조를 이끌었다. 노조위원장을 3번, 비상대책위원장을 2번 역임했고, 위원장 직무대행도 이번이 두 번째다. 그의 말을 허풍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그의 '취임기념식'도 예사롭지 않았다. 지난 16일 홍윤경 위원장 직무대행이 연행되자 20일 새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선출된 그는 추석 연휴였던 22일 집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기념식 치고는 다이내믹했다"고 말할 때 그는 웃고 있었다. 그는 이튿날 영장이 기각돼 석방됐다.

 

장 직무대행은 지지부진한 현재의 상황을 "유리한 국면이다"고 진단했다. "입점주들이 떠나려 하고 있다, 이들이 떠나면 회사는 못 버틴다"고 밝혔다. 또한 "6개월짜리 어음이 돌아다닌다는 현장 간부들의 이야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랜드 사태를 펀치 게임에 비유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2회전부터 6회전까지 우리가 죽도록 팼다. 8·9회전에는 우리가 얻어맞았지만 저쪽은 지금까지 뭇매 맞아 누적된 게 있다. 안 아픈 척 하고 있을 뿐이다. 하드 펀치 꽂으면 KO로 이긴다."

 

 

 

"우리도 교섭하고 싶다, 그건 구걸로 되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극한 대치가 계속되면 노사 모두 진다, 교섭을 통해 윈윈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우리도 교섭을 하고 싶다, 하지만 교섭을 안 하고 나자빠진 건 회사다, 투쟁을 통해 교섭에 나오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말을 잘했다. 그러면서도 의미를 잘 담았다. 그는 "교섭은 구걸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무릎 꿇으면 이랜드는 못 일어나게 계속 무릎 밟는다"고 했다. "이랜드는 지금 자살을 하려 한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자실을 못 말리고 있을 뿐이다"고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27일 오후 1시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20일 위원장 직무대행이 되고나서 추석 연휴 때 집에서 경찰에 강제 연행됐다. 어땠나?
"황당했고, 어이가 없었다. 경찰이 누군가의 청탁 없이 추석 연휴 때 무리해서 그렇게 했을 리 없다. 회사가 갑갑해한다는 반증이지 않겠느냐. 오죽하면 그렇게 했겠느냐. 나 같은 존재 10명만 더 있으면 더 답답해 할 것이다. 어쨌든 (취임) 기념식 치고는 다이내믹 했다."

 

- 지난 6월 노조의 부분 파업으로 시작된 이랜드 사태가 110일을 넘기고 있다. 이랜드 그룹은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현재 우리에게 유리한 지형이다. 현장 간부들 이야기 들어보면 6개월짜리 어음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확인해야겠지만 신뢰성이 있는 얘기다.

 

이번 판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오래 갈 거라는 판단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재계 26위 값어치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있었다. 이번 싸움은 8월 중순에도 끝낼 수 있었지만 마지막 돌파가 안 됐다. 준비가 부족했다."

 

- 노조원들이 많이 지쳤을 것 같다.
"당연히 지친다. 하지만 예전에는 노조원 200명이 주1회 집회하고 한번 치고 끌려 다니고 이랬다. 그러면서도 1997년에는 무노동 무임금을 깼다. KO승이었다. 2000년에는 265일 끌면서 피해가 좀 있었는데, 그래도 판정승이었다.

 

이랜드 그룹과 싸워온 14년 동안 지금이 가장 좋게 싸우고 있는 것이다. 지금 같은 (많은 관심과 연대가 있었던) 싸움은 없었다. 지금이 호기다. 이랜드를 망가뜨려도 된다. 유통 특성상 망가져도 인수되니까."

 

"회사는 안 아픈 척 한지만, 우리가 하드 펀치 꽂으면 KO로 이긴다"

 

 

- 현재까지 이번 싸움에 대한 진단을 내린다면?
"이 싸움은 마라톤처럼 종착점이 있는 게 아니라 펀치게임이다. 대표 선수들이기 때문에 12회전까지 간다. 지금 9회전 끝났다. 1회전 조금 밀렸지만 2회전부터 6회전까지 죽도록 팼다. 7회전에는 저쪽에서 전열 정비해 8·9회전 우리가 얻어 터졌다.

 

10회전에는 우리가 처음부터 쳐서 이길 수 있는지 파악해볼 것이다. 10회전 처음 1분간은 정비, 탐색시간이다. 그 기간 중이라도 하드 펀치 꽂으면 KO로 이긴다. 그렇지 않더라도 저쪽은 지금까지 뭇매 맞아 누적된 게 있다. 사팔뜨기 뜨며 안 아픈 척 하고 있다. 지방에서 총파업 때려주면 또 다른 국면 열린다."

 

- 한 신문 사설에 따르면 파업 참가자 1500명 중 563명이 뒤늦게 업무에 복귀했다고 한다.
"지난 6월 부분 파업 때 하루 파업 참가자 수가 700여명, 뉴코아까지 포함하면 모두 1500여명 정도였다. 지난 6월 말 본격적 파업 이후 600명 안팎이 계속 참여했다. 얼마 전 생계비 지급 명단을 보니 510명이 남았다. 100명 정도 복귀한 것이다.

 

이 정도 조직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질적인 문제가 중요하다. 우리는 질적인 면이 높다. 평 조합원 중 앞장서 3년형을 받겠다는 사람만 4명이나 있다."

 

- 집회 현장에서 민주노총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노조뿐만 아니라 시민 단체 등도 많이 지친 것 아닌가?
"민주노총의 경우 많은 도움을 줬다. 고생했다. 각 단위·연맹 들은 다 자기 일이 있다. 그걸 해야 할 시점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충전이 되면 다시 올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 자체로 도움이 된다. 불매운동이 많이 도움 됐다."

 

- 입점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사실 이번 싸움은 입점주 문제를 어떻게 꼭지 트느냐가 승부처다. 많은 입점주들이 회사를 떠나려 한다는 얘기가 있다. 그들이 떠나면 회사는 못 버틴다.

 

그들도 사회적 약자다. 우리와 비슷하다. 이들이 구사대로 나오는 게 안타깝다. 그걸 획책하는 사람들이 문제다. 우리는 회사에 '입점주들의 손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일방적인 계약파기 금지, 수수료 인하, 확정매출 폐기 등을 요구할 것이다."

 

"입점주들도 사회적 약자... 구사대로 나오는 게 안타깝다"

 

- 현재 교섭 상황은 어떤가? 이랜드 노조는 지난 9월 초 집중교섭 기간 이후 교섭이 중단됐지만 뉴코아는 계속해서 교섭을 진행해왔다.
"9월 초는 교섭 국면이 아니었다. 뉴코아 쪽은 교섭을 했지만, 계속 시소를 탔다. 타결이 안 됐다. 시소를 타면서 노조원들이 더 또는 덜 지칠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교섭은 구걸로 되는 것이다. 이랜드는 무릎 꿇고 그러면 못 일어나게 계속 무릎을 밟으니까. 그건 안 된다.

 

회사는 우리 쪽에 투쟁 접으면 교섭하겠다고 했다. 투쟁 접는 순간 교섭은 시소를 타게 되고 시간은 그쪽 편이 된다. (뉴코아 쪽의 교섭 진행으로) 공동투쟁이 희석된 것은 이랜드 노조 쪽도 책임이 있다. 공동투쟁을 안하는 것, 다시 말해 한 자본 내에서 노조가 떨어지는 건 필패다. 조직 동원에서 중요한 게 뉴코아와 공동투쟁 복원하는 것이다."

 

- 이랜드 노조가 너무 투쟁 일변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먼저 양보할 수 있지 않나?
"우리도 교섭을 당연히 바란다. 지금 주판알 엎고 나자빠져 있는 게 회사다. 그걸 강제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투쟁은 교섭을 위해 하는 거다. 이랜드 그룹은 누가 봐도 특수한 자본이다. 나자빠져 있는 회사를 강제할 수 있게 하는 화력을 만드는 게 교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가 3개월 이상 고용보장, 24개월 이상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는데, 요 근래 18개월 된 직원이 해고됐다. 회사는 요구 수준을 안 낮추고 있는데 우리가 요구 수준 낮추면 뭐하나? 뉴코아가 교섭해서 결국 안됐다. 93년 노조 설립 후 4년 동안 (그렇게 속아) 단협을 못 맺었다. 14년 동안 그랬다."

 

"15일 내로 끝낼 수도 있다"

 

 

- 이렇게 극한 대치로 가게 되면 노사 모두 지게 된다. 양쪽 다 이기는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하지 않은가?
"저쪽은 이윤의 문제이지만 이 쪽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자본은 지금 조금 양보하더라도 이윤이 조금 줄어드는 것뿐이다. 노동은 밀리는 순간 죽는다. 절박하다. 자본이 아무리 엄살을 떨어도 자본주의에서 자신이 자살하지 않으면 안 죽는다. 이랜드 자본은 지금 자살하려고 한다. 우리가 힘이 없어서 저 쪽 자살을 못 말리고 있을 뿐이다."

 

-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비정규직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질 것이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FTA·비정규직 문제는 경제와 연관돼 있어 표와 많이 연결된다.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은 빨리 정리하고 싶을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10월 내에 이명박 후보와의 표차를 못 줄이면 이번 대선이 어렵지 않겠느냐. 그에 따른 전술을 쓸 것이다.

 

그리고 가족 대책위가 곧 꾸려진다. 이들은 여성 의원들, 인권위 등을 찾아 이랜드 사태가 노사 관계로만 치부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여성 비정규직 문제는 이 사회의 모든 모순 갖고 있다. 사회 양극화, 출산율 저하, 청년 실업 문제 등을 다 내포하고 있다."

 

- 이랜드 사태가 길어질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투쟁기금 16억원이 남아있다. 다음 달 국정감사에서 박성수 회장에 대한 증인문제 불거진다. 증인 채택에 압박을 줄 것이다. 투쟁은 계속한다. 제조업체 파업에서 생산을 멈추듯 우린 판매를 멈추게 할 것이다. 이는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조합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봉쇄투쟁하면 밖에서 에워쌌는데, 이젠 안에서 열어젖힐 것이다. 그러면 매장에서 손님들을 검색할 텐데, 이는 서비스 업체로서는 빵점이다. 점거도 한다. 점수 날 때 많이 나게 하거나 또는 점수를 많이 까먹을 때 구사할 것이다. (이랜드 사태를) 15일 내로 끝낼 수도 있다. 10회전 내로 'KO'시킬 수도 있다. 준비하고 있다."


#이랜드#이랜드 사태#이랜드 노조#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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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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