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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바람이 좋다. 가을바람은 만질 수 있어 좋다.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촉감이 감미롭게 만든다. 바람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좋고 싫은 것의 차이를 알 수 없게 한다. 물론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겠지만 구분하기가 어렵다. 같은 일도 생각하기에 따라 즐거움과 고통이 달라지기도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분명한 것은 자꾸만 적어진다. 그 어떤 일도 확실한 것은 없다. 추상적인 것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흑백처럼 확실하게 구분할 수 없기에 인생은 뜬구름이 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바람은 더욱 더 다정한 친구가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 코스모스 바람에 흔들리는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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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들꽃이 흔들린다. 가지가지 꽃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바람이다. 바람 아닌 것이 없다. 분명하고 확실하다고 믿었던 것들 모두가 바람이었다. 젊었을 적에는 애매한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회색분자라고 공격하였다. 어리석은 일이었다. 모순이었다.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 않은데 확실하다 믿고 찾아 헤매었으니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의심은 없었다. 불안하지도 않았다. 두려운 것도 없었다. 자신이 있었다.

들꽃은 전하고 있다. 모든 것이 순간이라고. 영원한 것은 없다고. 돌이켜 보면 지난날들은 돌진의 연속이었다. 머뭇거리지 않았고 흔들리지도 않았다.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서도 자만하였다. 과시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였고 업신여기는 마음도 감추지 못하였다. 야심과 교만에 젖어 겸손하고는 담을 쌓았다. 말도 되지 않는 이유를 들어 행동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고 합리화시켰다. 부끄러운 줄을 조금도 알지 못하고 살았다. 돌아다보면 정말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수치스럽다. 들꽃을 바로 볼 수가 없다. 숨고만 싶어진다.



오늘이 소중해
▲ 들꽃 오늘이 소중해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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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뻥 뚫려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바람이 뚫고 지나는 것을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왜 이리도 허전한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믿었던 일들이 모래성이었다는 사실에 놀란다. 금과옥조로 여겼던 물질의 가치가 허물어지니 당혹스럽기만 하다. 원래 없었던 것이니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허탈하다. 들꽃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혼란스럽다.

노시인은 말했다. 인생은 팔 할이 바람이라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이 여유롭다. 바람에 의지하며 맡기니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산다는 것은  바람이니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다. 왜 들꽃처럼 살지 못하였을까. 바람처럼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들꽃처럼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고통의 늪으로 빠져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행복의 기쁨을 만끽하지 않았을까.



유연함
▲ 강아지 플 유연함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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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흔들리는 들꽃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꽃이 흔들리는 것은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꽃의 의지에 의한 결과일까. 내가 세상을 사는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밀려가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에서는 여유가 넘쳐나는데 왜 나의 삶에는 회의와 고통만 난무하는 것일까. 이를 보고 들꽃은 귓가에 속삭인다.

“놓아라. 잡고 있을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그냥 가만히 놓아버리면 그만이다.”



붉어진
▲ 속 마음 붉어진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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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어우러져 여유가 넘치는 들꽃의 속삭임에 가벼워진다. 진리가 무엇인지 찾지 말고 그냥 그대로가 최선은 아닐까. 처한 오늘이 중요하고 존중하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고, 있는 그대로 남을 위해 헌신하고 도와준다면 그것이 바로 참 삶은 아닐까.<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김제에서 촬영



태그:#바람, #들꽃, #오늘,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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