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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보좌진들과 함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보좌진들과 함께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보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이번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남북공동번영, 화해·통일, 남북대화 등의 정례화 및 제도화 등을 언급했다. 대단히 두루뭉수리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의제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관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 뒤 7년동안 21차례나 장관급 회담이 열렸고, 개성공단에는 1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사이에는 많은 현안이 쌓여있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 거의 파악한 상태다.

우선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요 의제는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다. 현재 6자 회담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양 정상의 선언이 나온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또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클 것이다.

보수 진영 쪽에서는 북핵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협상할 문제라는 입장이어서 쉽게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점을 북한이 늘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일말의 가능성은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1992년 남북한의 비핵화의 공동 선언이 북한에 의해서 깨진 상태"라며 "이의 재확인을 우리가 제안할 수 있으나 북한이 응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통일 문제일 것이라는 관측도 강하다.  6·15 공동선언 2항에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지난 7년간 통일 방법론에 대해 남북한은 한번도 논의한 적이 없다.

김창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은 "정상회담 개최 합의서를 보면 '6·15 남북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의 정신을 바탕으로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나가자'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이를 볼 때 북한은 6·15 선언 2항에서 인정한 연합제와 낮은 단계 연방제의 공통성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거나 이를 추진할 수 있는 기구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과 경협이나 평화 선언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통일문제는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고 덧붙였다.

남포·해주에도 공단 건설 합의 가능성

 개성공단내 '좋은사람들' 공장에서 남녀 속옷을 만들고 있는 북측 노동자들.
개성공단내 '좋은사람들' 공장에서 남녀 속옷을 만들고 있는 북측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공동체 형성에 상당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한 대북 문제 전문가는 "정부 쪽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남북경협"이라고 전했다.

특히 백종천 실장이 27일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지향한다면 경협이 활성화돼야 하고 중간에 몇 개의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를 상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2·3의 개성공단) 건설이 상상 가능한 것이고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이 해주공단과 남포공단이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앞으로 개성공단이 확대되면 10만~20만명의 노동력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노동력이 풍부한 해주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해주는 남북한 논쟁의 중심인 서해북방한계선(NLL) 바로 위쪽에 있다.

이 교수는 "해주 공단 개발과 북한 선박의 해주항 직항·공동어로 구역 설정·한강 하구 개발 프로젝트 등을 패키지로 묶으면서 NLL문제의 해결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남포의 경우 북한이 안보상 상대적으로 부담감을 덜 느끼고 평양과 가깝고 항만·철도·도로 등 산업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 방문하는 참관지에 남포의 서해갑문이 들어있다.

김연철 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세 공단의 성격이 약간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성공단은 남한이 직접투자한 공단이고, 남포는 이미 경공업 단지도 있기 때문에 남포항 설비를 개선해주고 위탁가공 단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해주는 일단 경제적 접근보다는 평화 정착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한은 한강 하구의 공동개발도 이미 의견을 같이한 상태다. 공교롭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도 한강 하구에 여의도 면적의 10배 크기로 인공섬을 건설해 남북경제협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지역은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다. 북한은 NLL문제의 해결없이 비무장 지대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 확대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보수 진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NLL을 재설정해 지금보다 남쪽 밑으로 내려올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영토 개념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NLL을 지금보다 밑으로 긋는 모험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선박의 해주 직항을 허용하고 평화수역을 선포해 남북한 군함은 출입을 금하고, 남북한 어선이 공동 어로를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 개성공단 동행 여부 관심

 남북은 지난 5월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남북은 지난 5월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만약 NLL문제에 대해 남북 정상의 의견이 접근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사항은 정상회담 직후 양쪽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완결짓게 될 것이다. 평양에 가는 노 대통령의 공식 수행원에는 김장수 국방장관이 들어있다.

지난 5월 시범운행을 한 남북 철도의 운행 정례화도 대단히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다. 사실 남북 경협이 어떤 분야에서 이뤄져야 하는 지는 이미 윤곽은 파악된 상태다.

지난해 통일부는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향신문>에 의해 공개된 이 문건을 보면 북한은 에너지·사회간접 자본 등 총 3개분야에서 16개 사업을 원하고 있다.

▲200만㎾ 송전 ▲발전설비·송전선 개보수 ▲무연탄 설비 지원 ▲중유, 중유추출용 폐타이어 지원 ▲개성~평산, 온정리~원산 철도복구 ▲남북연결철도 북측구간 전철화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남포항 시설 현대화·물류체계 정비 ▲IT협력 ▲비료공장·식료품 공장 건설 지원 ▲유경호텔 완공 지원 ▲화차공장, 수리조선소 건설 지원 ▲백두산 관광개발 지원 등이다.

납북자와 국군 포로 문제도 현안 가운데 하나다. 북한은 이를 체제 문제로 간주해 남쪽과 협상하는 것을 극구 꺼리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과거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뒤 일본인 납북자들을 데리고 왔던 파격적인 결과가 나올 지 모른다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는 의외의 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4일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개성공단을 방문한다. 현재로서는 노 대통령 혼자 간다.

그러나 만약 김 위원장이 노 대통령을 환송하는 차원에서 개성까지 따라 온 뒤 함께 개성공단을 방문한다면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개성공단 동행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지만, 북한이 노 대통령의 육로 방북, 그것도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것을 의외로 쉽게 허용했고, 항상 국제적인 관심을 받는 이벤트 연출에 능한 김 위원장의 스타일로 볼 때 가능성이 제로인 것만은 아니다.


#정상회담#노무현#김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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