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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의 빽빽한 고층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도심 속 전혀 새로운 세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바다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갯내음이 코끝에 밀려온다. 바로 이곳에 145만평의 드넓은 갯벌을 자랑하는 시흥 갯골생태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갯골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여진 이유는 인천 앞바다에서부터 시흥시 깊숙한 곳까지 내만갯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 경기도에서 유일한, 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행성(뱀이 움직이는 형태)의 내만 갯골은 서해안과 동일하게 밀물과 썰물이 12시간 25분 간격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이곳에는 붉은발농게, 갈게, 기수고동, 숭어, 풀망독, 해홍나물, 나문재, 칠면초 등 염생동식물과  이를 먹이로 삼는 다수의 철새들을 마음껏 관찰할 수 있다.

시흥 갯골공원의 또 한가지 볼거리는 염전. 지난 1934년부터 조성된 이곳 소래염전지역은 인근 남동염전, 군자염전 등과 함께 1996년 천일염 수입자유화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폐염 될 때까지 포동과 방산동, 월곶동 등 이 일대 주민들의 생활기반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우리나라 소금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생산된 소금 대부분이 지금은 사라진 수인선과 경부선 열차로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민족사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시흥 갯골생태공원 입구
 시흥 갯골생태공원 입구
ⓒ 고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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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생태공원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왼편으로 이어지는 갈대숲 산책로를 따라 진입하는 것이 좋다. 갯벌의 생태환경과 생물들을 있는 그대로 복원해 놓아 각종 동식물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갯골 생태공원의 갈대밭
 갯골 생태공원의 갈대밭
ⓒ 고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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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 산책로를 따라 20분 정도 걸어가면 집채만 한 소금창고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로 만들어진 소금창고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독특한 정취를 안겨준다. 비록 오랜 풍설(風雪)에 낡을 대로 낡았지만, 폐가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상한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원래 이곳에는 모두 40개의 소금창고가 70여 년 세월의 풍파를 지탱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랑 2개의 소금창고만이 남았다. 지난 6월 이곳에 골프장 건립을 추진하던 소유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38개의 소금창고를 철거해 버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시흥시가 소금박물관과 소금 제조과정 등의 체험학습이 가능한 소금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하면서 소금창고의 원상복구 의사를 밝혀 사라진 소금창고가 복원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낡을대로 낡아빠진 소금창고가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옛날에는 이 곳에서 생산된 소금을 운반하던 화차레일도 깔려 있었다.
 낡을대로 낡아빠진 소금창고가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한다. 옛날에는 이 곳에서 생산된 소금을 운반하던 화차레일도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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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앞에는 새롭게 조성된 광활한 염전 밭이 있다. 이곳에서는 소금을 생산하던 옛 염전의 일부를 복원하여 천일염을 생산하고 있다. 천일염전은 바람과 태양을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만드는 기본적인 염전형태. 보통 저수지에서 결정지까지 11∼20일 정도면 하얀 소금으로 태어난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소금염전밭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소금염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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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창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갯골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본격적인 갯벌 구경을 할 수 있다. 갯벌을 따라 나무다리가 100미터 이상 이어지고, 방게와 붉은발농게, 말뚝망둥어 등 갯벌 동물들과 갈대 숲에 숨어있다 소리에 놀라 하늘로 비상하는 각종 새들의 모습을 직접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소금창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갯골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갯벌을 따라 나무다리가 100미터 이상 이어지고, 방게와 붉은발농게, 말뚝망둥어 등 본격적인 갯벌체험이 시작된다.
 소금창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갯골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갯벌을 따라 나무다리가 100미터 이상 이어지고, 방게와 붉은발농게, 말뚝망둥어 등 본격적인 갯벌체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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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생태공원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물게 갯벌과 염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곳이자 물왕저수지까지 7.5km 구간에 걸쳐 자전거 도로가 연결된 자전거 하이킹 단골 지역이다.

자전거로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민호(33·경기도 시흥시)씨는 "갯골생태공원이야말로 자연 생태체험도 할 수 있고, 가볍게 자전거 하이킹도 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학습과 여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며 "주말, 휴일만 되면 이곳을 방문하는 가족 단위, 또는 연인 단위의 인파가 줄을 이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깊어가는 가을, 자녀들과 함께, 연인과 함께 넓게 펼쳐진 갯벌을 따라 걸으면서, 또는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생태체험에 나서는 것은 어떨까. 갯골이 굽이굽이 흐르는 풍경과 시원한 바람이 귀밑을 간질이면 분명 갯벌의 향연에 흠뻑 취하게 될 것이다.

[여행 Tip] 갯골생태공원 인근에 수도권 최고의 연꽃 테마공원인 관곡지가 있다. 3만평 규모의 연못에서 백련과 화련 등 10여 종의 다양한 연꽃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도로에 연꽃 산책로가 있어 감상하기도 쉽다.

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월곶IC→ 시흥시청 방향(들어오는 진입로가 농로로 좁으므로 주의)
▲관람료= 무료
▲주차료= 무료
▲문의= 공원개발사업소(031-310-3951~3), 갯물해안학습교실(031-310-2985)
시흥갯골축제 홈페이지(www.sgfestival.co.kr)



태그:#시흥 갯골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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