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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줍는 여인
 가을을 줍는 여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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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겨울은 아직 멀리 있는데
사랑할수록 깊어가는 슬픔에
눈물은 향기로운 꿈이었나.

- 패티김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 앞부분

문득 이런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은행이 노랗게 익었다
 은행이 노랗게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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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 지붕 위의 조롱박
 판자 지붕 위의 조롱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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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망치는 잦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가을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우리 곁에 머물고 있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고 조금 한가해진 지난주 금요일(9월 28일) 경기도 파주를 찾았다.

너무 자주 내린 비 때문에 일조량이 부족하여 수확감소를 염려하는 농민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래도 들녘은 누런 황금빛이었다. 농촌 마을 얕은 담장 위에서 조롱박이 익어가는 모습도 역시 정겨운 가을 풍경이었다.

누렇게 익어가는 파주 들녘
 누렇게 익어가는 파주 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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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1
 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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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과 마을을 한 바퀴 돌아 파주시 광탄면에 있는 벽초지 수목원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자 넓은 정원이 온통 꽃밭이다. 빨갛고 노랗고 크고 작은 예쁜 꽃들이 질서정연하게 가꾸어져 있는 모습이 신비하기까지 하다. 꽃의 계절은 봄인 줄 알았는데, 가을에도 피어난 꽃들이 정말 많고 아름다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나오자 은행나무 아래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떨어진 은행들을 줍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노랗게 익은 은행들이 촘촘히 매달려 있다. 아주머니의 옆에는 비닐봉지에 주워 놓은 은행이 제법 많다.

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2
 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2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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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3
 벽초지 수목원의 꽃밭풍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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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가을 많이 주우셨네요.”

같이 간 일행이 아주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넌지시 물었다. 고개를 든 아주머니는 무슨 말인가 하고 멈칫하다가 이내 알아듣고 미소를 짓는다.

“네. 가을 많이 주웠어요.”

“가을을 줍는다, 거 참 멋진 말이로군, 그럼 저 은행들이 바로 가을이라는 말이잖아.”

다른 일행이 맞장구를 치고 나선다. 노랗게 익은 열매는 그대로 가을의 상징이다. 그러고 보니 은행을 줍고 있는 아주머니는 정말 가을을 줍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독서와 낭만과 결실의 계절, 그 아름다운 계절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소리 없이 깊어가고 있었다.

수목원 입구의 가을 소나무 풍경
 수목원 입구의 가을 소나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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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 #파주들녘, #조롱박, #꽃밭풍경, #벽초지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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