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 선운사 꽃무릇도 보고 풍천장어구이 맛도 볼 겸해서 고향으로 내려갔다. 우선 선운사를 들렸다. 연휴동안 계속 맑을 거라는 기상대의 예보와는 달리 추석 전날까지 비가 왔기 때문에 시간도 넉넉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꽃무릇만 구경하고 풍천장어 맛은 보지 못한 체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래서 며칠 후 사진을 취미 생활로 하시는 동료분들과 다시 한번 그곳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기필코 장어구이를 먹어 보리라 다짐을 하면서…. 선운사 입구에는 풍천장어집이 오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 한 집을 선택하고 자리를 잡았다.
음~ 장어구이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장어는 조직 중의 수분유지로 피부의 탄력 및 혈관, 내장에 윤기를 주며 세포를 젊게 해주므로 노화방지 및 강정 강장 작용이 있고, 혈관 노화 시 콜레스테롤이나 칼슘 침착 방지로 동맥경화 치료와 단백질의 흡수이용 상승효과가 있다고 한다. 장어의 효능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시는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그런 장어와 궁합이 잘 맞는 게 복분자주라는 것쯤은 상식인지라 주문했더니, "집에서 직접 담은 걸로 드릴까요?"라고 사장님이 말씀하신다.
역시 복분자가 많이 나는 곳이라서인지 이곳에서는 집에서도 복분자주를 담아서 먹는 모양이다.
식사로 누룽지탕을 네 사람이지만 배가 부른 터라 세 사람분만 달라고 했더니 센스 있으신 예쁜 사장님이 “4인분 같은 3인분 드릴께요” 하신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모두 깔깔깔 한바탕 웃는다.
하늘엔 구름도 둥실둥실 떠다니고 기운 센 장어구이에 요강을 깬다는 복분자주도 한 잔 했으니 이제는 힘을 쓸 일만 남았다. 지난번 비가 많이 내려서 제대로 꽃무릇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멋진 작품을 담아보리라 마음먹고 장비를 챙기고 선운사를 향해 걸어갔다.
며칠 전 붉게 불타올랐던 꽃무릇이 많이 시들었지만 그래도 아직 볼 만한 꽃무릇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장어구이와 복분자, 그리고 꽃무릇. 먹을거리, 볼거리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곳, 고창 선운사는 분명 축복받은 곳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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