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 건설비에는 토지보상비 8000억원, 암반층 굴착공사비 3조원, 기존 교량교체비 8조원 등을 포함해 약 20조8000억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박창근 교수)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을 포함한 하천정비 등 정부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사업에는 어짜피 수십조원이 든다.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 경부운하가 필요하다" (정동양 교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제1공약으로 내세웠던 경부운하를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불교환경연대가 2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진행한 '경부운하 정책검증 대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부운하의 경제성 진단', '토목기술적 문제점 진단', '수질영향진단', '환경·생태영향 진단' 등의 소주제 아래 경부운하 찬·반론자 각각 1명, 총 8명의 전문가들이 나와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쟁점①] 경부운하, 산업파급 효과가 있을까? 토론회의 첫 순서인 '경부운하의 경제성 판단'에서는 조승국 한세대 교수(경영학부)와 홍종호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부)가 맞붙어 '경부운하 산업 파급 효과(부가가치 창출효과, 운하 건설 과정에서 새롭게 창출되는 부가가치)'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먼저 발제에 나선 조 교수는 경부운하의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은행의 2000년 산업연관표를 토대로 산업연관분석을 실시한 결과 "경부운하의 산업 파급 효과가 약 11조7000억원, 취업유발 효과는 약 30만명"고 주장했다. 이어 조 교수는 ▲수송비용 절감 ▲교통 혼잡 절감 ▲대기질 개선 ▲골재판매 및 골재대체 환경 ▲운하 주변 공간개선 ▲홍수방지 및 용수공급 ▲환경개선 등 사회적 편익이 발생한다고 경부운하 건설의 타당성을 옹호했다. 또 조 교수는 "운하 건설의 총 사회적 비용은 16조2863억인데 반해 총 사회적 편익은 37조4999억원"이라며 "특히 경부운하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이므로 산업 파급 효과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홍 교수는 조 교수가 강조한 산업 파급 효과에 대해 "사회 간접자본 투자사업인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건설과정 중 발생하는 산업 파급 효과(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B/C분석)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논리전을 폈다. 예를 들어, '30만명의 일자리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 홍 교수는 "이는 건설기간 중에 발생하는 고용으로 이 후보가 말하는 청년실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반론했다. 또 그는 "공사기간이 5년일 경우 사실 연간 고용규모는 30만명이 아니라 6만명 수준"이라며 경부운하의 고용창출 효과를 낮게 평가했다. [쟁점②] 운하 건설 자금의 출처는? 건설비용은 대체 얼마가 들까? 홍종호 교수는 운하 건설 자금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후보가 경부운하 건설의 자금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힌 '골재판매'와 '민자유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홍 교수는 '강바닥에서 골재를 캐내 8조3400억원 가량을 마련하겠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대해 "경부운하 건설 첫 해 약 8억3400㎥의 골재를 캐내어 시장에서 단위당 1만원에 모두 팔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골재 판매를 위해서는 세척·분리·운반 과정이 필수이므로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제외하면 단위당 600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 교수는 '경부운하 건설에는 민자유치를 통해 세금이 한 푼도 들지 않는다'는 데 대해서도 "정부는 건설 분담금 및 참여 기업에 대한 최소 운영수입을 보장해주기 위해 세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경부운하는 민자사업의 수행과정을 무시한 혹세무민의 정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아울러 홍 교수는 "건설비용에 유지관리비를 제외하는 등 비용은 적게 책정하고, 산업 파급 효과·골재 등 편익은 크게 잡았기 때문에 '경부운하가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주장에는 오류가 있다"면서 "엄밀한 검증보다는 인기 영합주의 정치이슈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경부운하의 총 건설비용을 산출하는 방법에도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그간 운하의 건설비에 대해 "14조10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운하 찬성론자들은 암반 굴착비, 교량 재건설비, 취수원 이전비 등을 공사비에서 누락시켰다"면서 "실제 공사비는 40~50조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도 '토목기술적 문제점'을 다루는 두번째 토론에서 "운하 본류와 지천의 제방 증고 및 배수설비에 4조8000억원, 토지보상비 8000억원, 암반층 굴착공사비 3조원, 기존 교량교체비 8조원, 골재판매 수익금 감소액 4조원가량 등을 포함하면 약 20조8000억 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고 뒷받침했다. 반면,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기술교육과)는 "자연형 하천 복원 사업을 포함한 하천정비(건설교통부), 생태하천 복원과 수질 개선을 위한 투자(환경부), 소하천 정비(행정자치부) 등 지속적으로 투자되고 있는 사업의 예산은 수십조원"이라면서 "효율적인 수자원 관리를 위해서 경부운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쟁점③] 식수의 재앙인가, 깨끗한 물을 위한 새로운 해법인가? 경부운하가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서도 팽팽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세번째 토론 시간인 '수질영향진단'에서다. 경부운하에 찬성하는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우리나라 하천의 수질 악화는 갈수기에 수량이 줄어들어 발생한다"면서 "운하가 건설되면 낙동강에 9억톤, 한강에 1억 톤의 수량이 추가 저수돼 수질이 개선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고의 수질 개선법은 맑은 물로 희석시키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교수는 "준설로 일부 구간에서 오염된 퇴적물을 제거하고, 선박운항으로 산소가 공급돼 수질이 개선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김좌관 부산가통릭대 교수(환경공학과)는 "운하 건설 후 일정한 수심(5~6m이상)을 항상 유지하기 위해 하천유량은 증대시켜야 하나 최소 5~10배가량 긴 체류시간으로 수질이 악화된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김 교수는 "낙동강 본류 일부구간에 대해 준설이 필요하나, 강 전체에 준설이 이뤄질 경우 수서생물의 산란처, 서식처 파괴로 생태계가 교란된다"고 우려했다. 또 김 교수는 '배의 스크루에 산소가 많이 녹아 수질이 개선된다'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낙동강은 산소부족으로 인한 수질 악화 현상이 일어난 바 없다"며 "오히려 하류는 녹조현상으로 광합성 작용이 활발해 높은 용존산소가 존재한다"고 일축했다.
선박사고로 인한 수질오염 문제에 대해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독일 주요 내륙수로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 건수 추이'(출처: 독일주운협회) 자료를 제시하면서 "지난 2001년 독일 라인강에서 네덜란드 국적의 탱커선 쉬톨트 로테르담에서 화재가 발생, 탱크가 균열돼 약 800톤의 농축 질산염이 유출됐다. 선박사고는 곧 상수원 폐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석순 교수는 "25개 유럽연합 국가 중 18개 국가가 약 3만5000km 길이의 운하를 가지고 있다"면서 "몇 건의 사건·사고로 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